충청남도 지역의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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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은 주로 여름여행지라고 생각됩니다.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가 생각나기 때문이예요.
겨울바다 걷는 낭만과 조개구이 맛집 즐기기가 있지만 5살 아이와 함께 하기엔 조금 부족함이 있어요.
사실 꼭 보령이 아니더라도 겨울엔 아이와 실외 여행하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보령박물관은 눈,비 오거나 혹한, 혹서 날씨에 상관없이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추천할 수 있어요.
먹고, 보고, 즐기고 세 가지 요소에 힐링과 교육을 함께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볼만한 여행지였습니다.
알고보면 우리도 보령박물관과 한 건물에 있는 갯벌생태박물관만 구경하고 나오려했어요.
그런데 가이드분이 안에 철길이 있으니 들어가보라고 합니다.
다섯살이 된 우주는 요즘 부쩍 어둠을 무서워해서 아이가 깜깜한 동굴은 싫어한다 했더니 바닥을 밟는 순서대로 불이 켜진다고 합니다. 관심없는듯하지만 본인이 흥미로운 내용은 귀신같이 챙겨듣는 우주가 기찻길로 가보자합니다. 입구는 깜깜하지만 게임같이 발자욱따라 불이 켜지면서 보령의 역사가 써 있는 벽이 보입니다. 그리고 동굴의 끝은 갑자기 환해집니다.
환한 빛에 눈이 익숙해질 때쯤 우리는 2025년이 아니라 1950년대에서 1970년대쯤의 보령 대천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리고, 그 시절의 대천역, 철물점, 이발소, 우체국, 대포집을 지나 어느 가정집까지 두루 구경합니다.
대천역 앞에 '나무장터'라는 것이 있네요. 그 당시 주요 난방수단이었던 나무장작을 사고 팔고 했겠지요. 지금은 캠핑장에서나 떼고 마시멜로우를 구워먹지만 우주 엄마의 할머니때는 나무로 불을 피워 밥 짓고 방을 따뜻하게 데웠다고 말해줍니다.
나무장터 옆에 지게 지기 체험이 있고 보부상 모자까지 어린이 사이즈로 갖춰놓았어요. 보령은 보부상끼리 모이고 의논하고 도와주는 '6군 상무사 임소'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보부상은 봇짐장수 보상(褓商) 과 등짐장수 부상(負商)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예요. 상업을 홀대하던 조선에서 보부상은 선비, 농민, 기술직, 상인 중 천민 빼고 제일 낮은 계급이었어요. 하지만 조선의 물류를 담당하며 우리 몸의 핏줄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우체국의 모습은 지금과 다르기도 하고 비슷한 점도 있어요. 벽에 빼곡히 우편물이 분류되어 있는 건 지금과 같네요. 무거운 추가 달린 저울에 우편물의 무게를 다는 모습은 지금은 없지요.
힘든 하루의 끝을 막걸리와 파전으로 마무리하던 대천옥을 재현해놓았는데 파전과 김치전 모형이 먹음직스럽네요. 베어 낸 나무기둥으로 만든 전봇대의 전깃줄을 따라가면 가정집으로 연결됩니다.
대청 마루의 맷돌과 돌 섞인 쌀을 까부는 키, 하얗고 검은 고무신, 아궁이 가마솥과 여닫이 문이 달린 찬장을 보니 어릴 적 기억이 하나하나
소환됩니다. 아련한 추억에는 엄마가 해주시던 반찬 냄새와 친구와 놀다 밥 먹으라는 소리에 불려갈 때 맡은 갓 지은 밥 냄새가 묻어있습니다.
아직 배변을 완벽히 못 가리는 5살 우주의 머리에 키를 씌워봤습니다. 그리고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니는 의미가 뭔지 알려줬어요. "예전엔 이불에 오줌싸면 키를 쓰고 동네 어른들께 소금 얻으러 다녔어야해. 창피함을 느낀 아이는 긴장하고 신경써서 좀 더 빨리 배변훈련을 마칠 수 있었어요. 요즘엔 아이 정서상 좋지 않다고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죠.
옛날 교복체험은 무료로 진행되고 상의에 모자, 가방 같은 소품까지 갖추어져있어요. 어른과 아이 사이즈가 남녀별로 있어서 우주에게 입혀보았는데 너무 귀여운거예요. 다행히 교복 입기를 귀찮아하지 않아서 예쁜 인생샷을 남길 수 있었어요.
우주가 제일 열중한 물건은 맷돌이예요. 손잡이를 잡고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몰라 낑낑대길래 빙글빙글 돌리면 된다고 시범을 보였던 재밌어 하며 집중합니다. 그러더니 구멍에 콩을 넣어야한다고 가져오라고 합니다. 신기하네요. 그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아마 어린이프로나 유튜브 게임같은데서 본것 같아요. 당장 박물관에서 콩을 어디서 구해옵니까~? 달래느라 애 먹었네요. 무엇이든 직접 해보려는 적극성은 맘에 들어요.
기찻길 밖으로 나오면 고인돌에 대한 전시관이 나타납니다. 청동기시대 복장의 사람 여럿이 고인돌을 만드는 과정을 재현해놓았어요.
보령은 다수의 고인돌이 발견 된 지역이예요. 고인돌은 '괴어 있는 돌' 이라는 뜻의 우리말로, 청동기시대의 무덤이예요. 고인돌 안에는 토기, 반달돌칼 등의 생활도구와 돌검, 화살촉 등의 무기, 청동거울 같은 유물이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항상 드는 궁금함은 '이 고인돌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점과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했을까?'인데 보령박물관에는 고인돌만들기 체험코너를 만들어놓았어요. 화면에 굵은 밧줄이 달려있고, 게임하듯 밧줄을 힘껏 당겨서 목표치에 도달하면 고인돌 만들기 완성! 힘이 많이 드는 공동작업이었다는 것을 우주가 몸으로 느꼈겠지요?
그리고, 또 다른 보령박물관 전시품으로는 보령 앞 바다에서 건져낸 고려청자, 보령 진죽리 가마터 흔적이 있습니다.
성주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갖가지 유물과 영상도 있네요. 성주사는 선종의 대표적인 사찰이었습니다.
불교의 종파는 선종과 교종이 있어요. 교종은 부처의 가르침인 '경전'을 중시하고, 선종은 참선을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는 것이 목표로해요. 선종은 신라시대 당에서 유학한 승려들이 귀국하여 번성시킨 선종 사찰이예요. ㅣ
백제 시대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보령리 고분군, 웅천 구룡리 유적도 만나봤습니다.
몸으로 체험하고 눈으로 구경하는 재미난 박물관이면서 교육적이라 보령 여행 코스로 넣어볼만합니다.
https://www.brcn.go.kr/culture
충남 보령박물관
충남 보령시 대흥로 63 ( 충남 보령시 대천동 340-2 )
운영시간 09:00~18: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문의번호 : 041-930-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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