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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금강산, 해금강에 이런 절경이 숨어 있었네요. 3월과 10월에만 사자 바위 사이로 해가 떠오릅니다. 물론 다른 계절에 가도 해금강답게 멋진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
거제 앞바다,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 주변은 일출 명소, 커다란 바위 섬 사이 사자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지만, 구름이 짙어 꽝이다. 그런데 왜 기분은 좋을까? 내가 집에 있지 않고 이곳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는 여행을 떠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새로운 분위기를 원하면 여행을 떠나자. 그동안의 여행과는 다른 여행을 떠나길 권한다. 이처럼 무박여행도 한번쯤은.
해금강까지
밤 버스 타고
해금강을 가기 위해 밤 버스를 탔다. 왜 밤에 버스를 타냐고?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그곳에 최소 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그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있다. 가려고 하는 곳 주변 숙소에서 잠을 잔다거나 아니면 나처럼 전날 밤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착하는 방법이다.
사실 밤 버스를 타고 가는 무박 여행은 체력적으로 너무나 고되다. 아무리 우등버스라도 차에서 잠을 자는 것은 숙면이 힘들기도 하거니와 자세가 불편해 자고 났어도 잔 것 같지가 않고 몸이 찌뿌둥하다. 그런데 왜 그런 여행을 하냐고? 첫번째가 저렴함, 바쁘게 사는 이라면 시간 절약 등을 들 수 있다. 난 목표가 사진을 찍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목표를 정하니 무박이라는 힘겨운 일정이 견딜만 했다.
오늘 가려는 해금강은 강인가? 이름에 "강"이 들어가지만 강이 아니라 바다에 있다. 경남 거제시에 위치하며,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명승지다. 1971년 대한민국의 명승 제2호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약 223,992㎡에 이른다. 그래서였을까? 작년에 친구들과 거제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곳 사자바위만 딱 빼고 돌아다녔다. 해가 뜨고 나서야 해안도로를 달리며 ‘아니 여기 왔던 곳이잖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신선대
멋진 곳을 놓치기 싫으면 여행코스를 잘 짜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특히 해금강 주변이 그렇다. 해안도로 곳곳이 절경이어서 스치듯 지나면 놓치기 십상이다. 해금강은 절벽과 다양한 해양 지형이 어우러져 있는데 십자동굴, 석문, 사통굴, 일월봉, 미륵바위, 사자바위 등이 있으며, 이들 각각은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할 만큼 특별하다.
어찌되었든 오늘의 여행지는 사자바위다. 바위의 형태가 입을 벌리고 있는 사자 모양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해금강과 사자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특히 3월과 10월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관으로, 이 시기에 태양이 두 지형 사이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이 시기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그 일행에 한발을 밀어 넣었다.
밤 11시에 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거제도에 도착한 시간은 4시 즈음이다. 오늘 해가 뜨는 시각은 6시 40분 경. 넘 시간이 일러 버스에서 눈을 부쳤다. 난 가끔 생활이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싶으면 특별한 이벤트를 한다. 이 무박 버스여행은 나의 지지부진한 나날에 전환점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떠나게 되었다.
구름층 짙어
일출은 꽝
일출을 잘 촬영하려면 새벽 일찍 도착해 촬영 포인트를 선점해야 하며, 날씨 조건도 중요하다. 구름이 많거나 날씨가 흐리면 제대로 된 일출을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나는 분명히 날씨 요정이 아닌가보다. 구름층이 어찌나 두터운지.... 햇살 한자락이 아쉽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아 기다릴 만했다. 혹시나 구름이 흩어질까 기다리는데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구름 위로 조금씩 붉은 물이 들기 시작한다. 나는 구름 한점 없는 매끈한 하늘보다 구름이 어느 정도 낀 하늘을 좋아한다. 그럴 때면 구름과 하늘은 예술가처럼 색의 마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늘은 구름의 힘이 너무 세다. 두 개의 커다란 바위 사이 사자 모양의 바위가 보이고 그 사이가 가까이 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간격이 꽤 넓다. 그것을 어찌 알았냐고? 그 사이로 아침 바다로 나간 어선이 지나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해가 떠오를 시간이 임박하면 갈매기들의 날개 짓이 유난히 부산스럽다. 매번 해 뜰 무렵에 이것을 보고 궁금하였는데 이는 갈매기의 생태적 습성 때문이라고 한다. 해가 뜨는 시간은 물고기들이 수면 근처로 올라오는 시기이기도 하여 갈매기들이 활발히 먹이를 찾는 시간대이다. 컴컴하던 바다가 해수면 가까이에서 올라오는 해로 인해 바다 표면이 밝아지면서 물고기 같은 먹잇감이 잘 보이게 되어 갈매기들이 더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 아하~ 그래서 일출 때는 갈매기가 더 많이 날고 그래서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였구나
구름과 어우러진 바위의 모습은 마치 그림 속의 풍경처럼 보였다.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 순간의 조용함과 처음으로 와본 사자바위를 바라보는 너럭바위에서의 기다림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슬며시 제대로 된 일출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팁!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시기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을 볼 때 가장 좋은 시기는 3월과 10월이다. 3월 8일부터 15일까지가 일출을 볼 수 있는 시기로, 이때 사자바위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는 장관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한 번 더 기회가 있는데 10월이다.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도 일출을 볼 수 있으며, 이 시기 역시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다.
일출은 구름이 적고 날씨가 좋을 때가 가장 좋은 조건이다. 사자바위 일출은 복불복(福不福)이다. 핑계 삼아 거제의 앞바다에서 일출 그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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