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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소개할 비아 페라타는 우리가 했던 비아 페라타 중 가장 어려운 코스기도 했으며, 유일하게 중탈을 진행한 곳이기도 하다. 거기다 그 어려움만큼 기존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풍경을 선사하며 이게 바로 비아 페라타구나를 실감하게 만든 코스기도 했다. 이번의 코스 이름은 비아 페라타 델레 트린체(via ferrata delle trincee)다.
이번 코스는 선정부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이제는 비아 페라타가 뭔지 아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만큼 처음만큼의 어려움은 없을거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이도를 올릴 필요가 있을까 고민되었지만 그렇다고 같은 난이도의 길을 애둘러 멀리 찾아가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코스는 우리가 머물던 남부 중심지인 카나제이에서 조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고, 사실상 남부에서의 마지막 일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위상으로 말하자면 사실 지난번에 설명한 길 중 하나인 비엘 델 판이라는 빵의 길에서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돌아왔던 지점이 아닌 Restaurant Luigi Gorza까지 걸어간다면 툭 튀어나온 산을 만나게 되고 그곳이 바로 비아 페라타의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비엘 델 판과 비아 페라타 델레 트린체를 이어서 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에 이번엔 나뉘어서 하게 된 것이다.
들머리는 지난번 비엘 델 판에서 바라보았던 페다이아 호수까지 차를 타고 간 다음 길을 이어가게 된다.
위치상으로 보면 사실 마르몰라다로 가는 또 다른 코스의 분기점이자 알타 비아가 지나가는 등 다양한 루트의 집합점이기도 했다. 실제로 위 사진에서 빙하 좌측으로 보이는 툭 튀어나온 산에도 비아 페라타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오늘 하는 비아 페라타보다 난이도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측정된 곳이기도 했다. 이 페다이아 호수를 두고 이제 다시금 비엘 델 판이 있는 능선을 따라 올라간다.
방향은 위에 있는 식당을 자리잡고 뚜렷한 길을 따라가게 된다. 단지 이 길이 딱히 정규적인 길은 아닌건지 상당히 가파른 지그재그의 길을 올라가야한다는 점이었다.
아래에 보이는 주차장과 산장들. 페다이아 호수도 유명하고 멋진 곳이지만 우리는 비아 페라타를 향해 하염없이 올라갔다.
올라올 수록 조금은 헷갈리는 길을 따라가게 된다. 그럼에도 올라가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보니 방향만큼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중간에 만나는 작은 산장의 흔적과 표지판. 좌측으로는 빵의 길인 비엘 델 판을 더불어 파쏘 포르도이까지의 길이 표시되어 있고,
파쏘 파돈(passo padon)이라 표시된 곳이 지금 우리가 가야하는 방향이었다.
돌로미티의 여왕이자 유일하게 빙하와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산 마르몰라다가 가장 가까이 보이는 능선이기도 하다.
비엘 델 판을 이어온 것 같은 사람들도 보인다.
이 파돈 능성으로만 올라와도 딱 트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좌측으로 보이는 산이 하나 있다면 저기 보이는 정면의 툭 튀어나온 돌산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인 비아 페라타 델레 트린체다.
사실 지난번 비아 페라타에 비하면 정보는 부족한 곳이었다. 명확한 안내도 잘 되어 있지 않지만 구글 지도에서는 Via ferrata delle Trincee (Mesola-Padon) 라는 지점이 표시되어 있다. 물론, 구글지도로 명확하게 길이 표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원래의 길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올라가는 길이 나타나거나 저 멀리의 방향을 향해 알아서 가야했다. 지난번 사쏘룽고와는 달리 특별한 안내도나 방향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오래 된 길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가 가는 곳에 비아 페라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었다. 자세히 보면 바위와 산 사이에 빨간 자켓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
사진 위쪽에 보면 빛을 반사하는 작은 판이 있다. 여기가 바로 비아 페라타 델레 트린체의 시작점이다.
비아 페라타 델레 트린체(via ferrata delle trincee)
난이도 : 어려운
소요 시간 : 3~5시간
길이 : 총 8.5km
고도차 : 652m
최대 고도 : 2711m
대부분 이 길을 소개할 때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길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초반 루트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딱 봐도 직벽인 길을 수직으로 약 50미터를 올라야하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나 등반 경험이 없으면 어려울 수가 있다. 실제로 나와 아내는 만약 우리가 등산학교를 나와서 등반경험이 없었다면 어려웠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루트의 경우에는 마르몰라다와 셀라 산군 사이에 있는 파돈 능선이며 이곳에서 동쪽과 남쪽 북쪽 모든 풍경을 아주 멋지게 파노라마로 둘러볼 수 있는 길이었다. 거기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이탈리아 사이의 격전지였던 만큼 비아 페라타 구간에는 그 전쟁 당시 쓰였던 참호와 동굴 등을 만날 수 있는 역사적인 루트기도 했다. 비아 페라타의 총 구간에서 굳이 나누자면 두 개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순수한 풍경과 등반을 즐긴다면 두번째는 그러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초보자는 절대 추천하지 않으며 장비는 필수인 비아 페라타다. 비아 페라타 장비뿐만 아니라 헤드 랜턴도 소지해야 안전하게 동굴 길을 이어갈 수 있다.
먼저 올라가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저 왼쪽 위의 꼭대기까지 직상하는 길이다.
시작부터 난이도가 어려워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카메라는 가방에 넣게 되었다.
시작부터 딱 트인 풍경이 멋진 길이다.
기존의 암벽등반과는 다른 점이라면 이렇게 산 꼭대기로 올라온 다음 옆으로 다시금 이어가는 등반이 아닌 길을 이어가는 느낌이다.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좁은 와중에도 천천히 쉬어간다.
좁고 멋진 풍경 사이로 기대어 쉬는 시간.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지난번과 달리 정말 아찔하면서도 딱 트인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꼭대기와 꼭대기를 연결하는 나무다리. 이러한 길도 보면 와이어를 따라 안전 고리를 걸고 이동한다.
다리를 건넌 뒤 조금 더 이어가다가 하강을 시작한다. 하강을 하다보면 이제 두번째 구격으로 이어가는 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또 중탈이 가능했다. 이 당시에 생각보다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들머리까지도 힘들었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했다. 더 길을 이어 나갈지 아니면 중탈을 할지. 당시 페다이아 댐에 차를 주차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대로 길을 더 이어가다가 보면 저녁이 되어서야 떨어질 수도 있었다.
고민 끝에 이곳에서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이 당시 비아 페라타 델레 트린체의 후반부는 동굴과 참호 등 역사적인 공간들이 많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했다. 특히 이 당시에는 캠핑장에서만 지내다보니 하루하루 먹거리를 사서 저녁을 먹어야하는 상황이라 조금 더 서두른 감이 있었다.
내려가던 중 바라본 비아 페라타 구간. 자세히 보면 툭 튀어나온 산 옆으로 나무 다리가 공중에 떠 있는 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돌로미티에서 했던 전체 비아 페라타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마음에 들던 코스가 되었다. 풍경도 길 자체도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