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지역의 여행기
블루오디세이(황정희) 작가의 다른 여행기
3년전 친구와 여행 와서 따뜻한 햇볕 아래 몽돌해변에서 편안하고 행복했다. 다시 찾은 학동몽돌해변은 윤슬이 반짝거리고 몽돌이 파도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음악처럼 감미롭다.
흑진주처럼 검은 자갈때문일까?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은 유난히 윤슬이 반짝거리고 그 범위가 넓은 것 같다. 바다에 길을 내듯 반짝거리는 파도의 비늘이 밀려오는 파도에 바로 앞까지 올 때면 손을 내밀어 바다가 내어준 보석을 잡고 싶어진다. 3년 전에는 편안히 친구들과 여행으로 이곳을 찾았다면 이번에는 사진여행이다. 몽돌과 파도를 장노출로 찍어 신비함을 느끼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다.
윤슬의 강이 흘러
흑진주해변까지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학동몽돌해변의 바뀐 이름이다. 2007년부터 바뀌었다는데 왜 그동안 몰랐을까? 흑진주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쉽지 않아서, 아니면 이름이 너무 길어서? 지금도 참기름 바른 듯이 매끄럽게 입에서 착착 나오지는 않는다. 검은색 몽돌이 깔려 있어 햇빛에 반짝이는 흑진주를 연상시키며,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 같다. 햇빛이 따뜻하게 비치는 날 몽돌해변에 앉아 윤슬을 보다보면 그 이름의 의미를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학동해변의 윤슬은 유난히 범위가 넓고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윤슬은 바다의 표면에 있는 미세한 파동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순우리말이다. 해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출 또는 일몰 시각에 더 반짝거린다.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을 찍고 나서 바로 왔기에 이른 아침이어서진지 윤슬이 더 선명하고 반짝임은 자잘한 보석의 강처럼 보인다.
바다에서 시작된 윤슬이 만든 보석의 길은 학동 해변의 검은 몽돌 위까지 이어진다. 검은 몽돌이 햇빛에 반짝이면 흑진주처럼 매끈하고 고귀해지는 것 같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시작되어 해안가까지 길을 낸 윤슬 때문에 더 흑진주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 해변의 몽돌이 검은색을 띠는 것은 철분, 흑운모와 같은 검은색을 띠는 광물질을 많이 포암한 암석들이 많이 분포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파도에 부딪치고 씻시면서 점점 더 광물질이 들어나게 되고 검은색이 선명해진 것이라고 한다.
노자산과 학의
날개 짓, 학동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의 하나로 꼽힌다. 남해안의 맑고 깨끗한 물이 파도에 실려 와 몽돌을 쓸고 지나가면 아름다운 소리가 음악처럼 이어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자연의 소리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변에 앉아서 청량한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에 시간을 잊고 만다.
아무리 자기 고집이 강한 사람도 이 몽돌처럼 거칠고 힘든 상황에 부딪치다 보면 부드럽게 다듬어 진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파도가 연주하는 음악에 귀 기울이다 보니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학동이라는 이름은 노자산(해발 565m의 인근 산으로 노자(老子)에서 유래함, 불로초와 영약이 많고 신선이 사는 산이라는 전설이 있으며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의 원목이 이곳에서 생산되었다)에서 날아온 학이 양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습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한때는 그믐개라고 불리었는데 이는 학동마을 앞바다가 깊고, 노자산 그늘에 항상 잠겨 있어 바다가 검푸르게 보인다 하여 '그믐과 같이 어두운 바다'라는 뜻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보통 몽돌해변만 보고 지나가는데 이곳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감추어져 있다. 해변 주변에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동백나무 숲이 있으며 또한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204호인 팔색조의 번식지로도 유명하다. 팔색조는 화려한 깃털과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내는 보기가 아주 힘든 여름철새이다. 팔색조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자산 능선에 위치한 동백림은 보고 왔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이곳 학동해변에 온다면 꼭 동백숲을 들려야겠다.
몽돌 해변의 면적은 3만m², 길이는 1.2km에 달한다. 잔잔해 보이긴 하지만 남해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깊고 파도가 거칠다. 거친 파도가 한몫을 해 거칠던 바위 덩어리가 이렇게 매끌거리는 몽돌로 바뀌었다. 이토록 파도가 세찬 탓인지 해양레포츠가 발달하였다. 바바나보트, 제트스키, 선상낚시 등이 대표적이다. 해변 바로 뒤에 있는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과 외도를 유람하는 것도 이곳에서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햇살과 몽돌,
봄의 기억
3년 전 거제 학동몽돌해변에서 친구들과 마주친 따뜻한 봄날은 내 기억 속에 아로새겨져 있다. 부드러운 햇살이 내리쬐던 해변은 눈부신 윤슬로 빛나며, 둥글고 매끄러운 몽돌들은 따스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에도 윤슬이 예뻤던 것을 보면 학동 해변은 유난히 윤슬이 아름다운 곳 같다.
그때 한 친구는 신발을 벗었고 난 적당히 따뜻하게 데워진 자갈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았다. 마음속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한 편안함에 우리는 한참을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등이 배기는 듯해 바다에 가까이 가서 파도와 숨바꼭질하듯 뛰어다녔다. 그때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잔잔한 파도 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평화롭고 따뜻해서일까, 3월의 깍쟁이같은 날씨에 찾은 학동해변은 여전히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바람이 찬데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하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3월의 학동몽돌해변은 이전보다 훨씬 더 한적하고 고요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이른 봄, 해변은 온전히 내 차지가 된 듯 조용하다. 몽돌해변 특유의 짙은 회색과 검정색이 섞인 자갈들은 파도에 쓸리며 서로 부딪치며 리듬을 살려 바다의 노래를 들려준다. 파도는 천천히 밀려와 몽돌 위로 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가끔은 모아진 파도에 몽돌이 차르르 소리를 내며 굴러간다. 시간이 파도 위에 쌓여 멈추는 듯한 사진을 찍기 놓은 곳, 학동해변에서 사진 찍는 즐거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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