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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오페라 하우스의 매력은?
산책하고, 주변에 머무르며, 공연을 보면서 느낀 모든 것!
호주 여행을 하거나 계획하는 이들에게 호주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시드니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꼽을 것이다. 시드니를, 아니, 더 나아가 호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오페라 하우스를 가기로 결정했고, 이 멋진 곳을 어떻게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오페라 하우스는 어떤 곳?
세계에서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는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흰색의 둥근 곡선이 주를 이루는 외관은 조개껍질이나 배의 하얀 돛을 연상케한다. 기존의 네모 반듯한 건축물에서 벗어난 생각을 실현시킨 이는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손(Jørn Utzon)'이다. 재밌게도, 건축가에 따르면 이 곡선들은 오렌지 껍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나 코펜하겐 건축학교에서 건축을 배운 웃손은 스웨덴의 건축가 에리크 아스플룬드(Erik Asplund)의 영향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핀란드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알바르 알토(Alvar Aalto)의 사무실에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덴마크에 여러 건축물을 세우며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였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동적인 곡선을 가진 지붕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지만, 그 당시 기술력으로는 너무나 혁신적이었기에 문제가 많았다. 자그마치 16년이나 걸리는 공사 기간을 통해 1973년 문을 열게 되었다. 건설에는 애를 먹었지만 현재는 시드니에서 없어서는 안 될 건물로 인정받고 있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명성이 높아졌다.
1976년부터 지금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인 조안 서덜랜드(Joan Sutherland)와 그녀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리처드 보닝게(Richard Bonynge)가 함께 오페라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드니 공연 예술의 중심지이자 시드니심포니오케스트라 및 오스트레일리아국립오페라단·무용단 및 여러 연극단의 본거지로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홀을 비롯하여 여러 공연장과 전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하는 방법
세계적인 명소인 만큼,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헬기나 페리와 같은 이동 수단을 통해 다양한 방향에서 외관을 둘러볼 수도 있고, 내부 투어를 통해 건축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도 있다. 이름이 오페라 하우스인 만큼, 이곳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일이다. 또한 미세스 맥쿼리 포인트나 시드니 타워 전망대와 같은 장소에 올라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오페라 하우스의 전경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역동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하버 브리지를 오를 수 있는 '브리지 클라임 시드니(BridgeClimb Sydney)'를 통해 오페라 하우스를 관람하는 것도 추천한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좀 더 여유롭게 이 멋진 건축물을 관람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오페라 하우스가 가장 잘 보이는 뷰를 가진 호텔에서 묵는 것이었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사이에 자리 잡은 파크 하얏트 시드니는 우리가 구상한 관람 방법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예약을 했다. 지금도 이 선택은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운 좋게도 시드니로 향하는 비행기 좌석이 오페라 하우스 쪽이었고, 날씨도 좋아서 시드니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 세계적인 건축물을 먼저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비행기 안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기에,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수십 번도 넘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좋았던 순간은 역시 호텔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들어온 후 밤까지, 우리는 하염없이 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건축물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하늘빛과 그에 맞춰 계속해서 변화하는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원하는 만큼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가지니 이 건축물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여느 소개글에서 보던 것처럼 조개나 주변에 있는 요트의 돛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부채가 펼쳐진 모습이나 백자의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노을빛과 조명에 비친 모습이 특히나 백자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매끈한 재질이 꼭 백자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문득, 빛을 아름답게 느끼게 만드는 건축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물을 보며 유추해낼 수 있는 것들을 꼽아보니 자연, 인공, 서양, 동양의 모든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서양과 동양의 미학, 기하학적인 인공미와 자연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압도적인 규모나 아름다움도 좋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는 것이 이 건축물의 가장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오페라 하우스의 백미, 공연 관람하기
오페라 하우스의 외부를 충분히 관찰한 것으로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내부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내부를 구경할까 고민했고, 여러 방안 중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최고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마침 대중 매체를 통해 선보여 왔던 친근한 오페라 음악들로 구성된 공연 프로그램인 '그레이트 오페라 히트 (Great Opera Hits) 2025'가 진행 중이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공연이었다. 이 공연에서는 친절하게도 영어 자막이 함께 한다. 대부분 쉬운 영어들로 이루어진 자막이라서 어렵지 않게 공연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연을 하기 전, 그리고 공연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오페라 하우스를 가까이 둘러볼 수 있었다. 외부만큼 내부 또한 웅장한 분위기가 느껴져 절로 감탄이 나왔다. 더 놀랐던 점은 매끈하게 보였던 표면이 벽돌과 유리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소재들이 빛을 반사하고, 그래서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변화하는 듯 보이게 만드는 것으로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고, 건축가의 의도를 알 수 있어 뜻깊었다.
공연에서는 네 명의 성악가들이 유쾌하게 함께 부르는 오페라를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느끼게 된 점은 오페라의 내용들이 사랑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고급문화로 여겨지고 있지만, 몇 백 년 전의 대중문화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주제가 다뤄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겠구나 싶었다.
현재 사람들이 마주하기에는 다소 낯간지러운 표현이 난무했지만,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공연을 보며 웃고 슬퍼하는 나 자신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공연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의 마지막은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중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였다. 워낙 익숙한 곡이라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고, 나도 모르게 오페라 가수의 열정적인 무대에 빠져들었다. 나는 승리하리라, 목놓아 외치는 이의 목소리는 청자를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다른 매체로 들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도 절절한 그 울림에, 눈물이 나올 뻔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왜 클래식 음악에 매료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이크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찌 이토록 또렷하고도 웅장하게 들릴 수 있을까 싶어, 다시 한번 가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공연장을 설계한 건축의 힘에 감탄하게 되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라이브 공연이 주는 감동은 결코 대체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을 선사해 준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순간들은 여행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