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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그동안 핫하디 핫한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 시리즈를 통해 서쪽과 남쪽 돌로미티를 알아봤다. 그중에서 여러 산을 만나면서 동쪽으로 넘어온 지금 이제 산으로서 만나는 랜드마크는 몇 안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쪽에 세체다라는 아주 독특한 모양의 산이 랜드마크로서 자리잡고 있다면, 동쪽에는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가 랜드마크로서 자리잡고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는 지역을 넘어 돌로미티를 상징하는 산이라고 봐도 무방한 곳이었다.
이렇게 유명한 곳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게 당연했고, 조금은 특별하게 즐기기 위해 백패킹을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돌로미티에 오기전 뚜르 드 몽블랑 TMB를 통해 대충이나마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였다. 돌로미티 자체에도 백패킹을 동반하는 알타 비아1, 알타 비아2 같은 길이 존재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한 장소가 트레치메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걸 알게 되었고, 원래는 하루 혹은 반나절이면 충분한 길을 이틀에 나눠 걷게 되었다.
트레치메를 즐기위해서는 먼저 그 시작점인 아우론조 산장으로 향해야한다. 여기서 선택지는 총 3가지 정도로 나뉜다.
1. 대중교통 이용.
말그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버스를 타면 트레치메를 즐길 수 있는 아우론조 상점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물론, 버스를 예약해서 자리를 확보하는 등의 사전조치는 필요한 편이다. 미수리나 혹은 코르티나 담페초 혹은 도비아코 등 주변의 근교 도시부터 마을 등 다양한 곳에서 출발할 수 있다. 유명한 관광지답게 버스 배차는 꽤나 많이 편성되어 있는 편이었다.
2. 자차 이용
렌트카 혹은 캠핑카를 이용하여 가는 사람들의 선택지다. 문제는 대중교통과 달리 입장료와 같은 하루 입장 비용이 있다는 점이다. 내가 갔을 때는 한번 통과하는데 30유로가 부과되었다. 그런데 만약 주차장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나처럼 백패킹을 한다면 이틀을 트레치메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결국 1박 2일을 트레치메 공원 내에서 머물게 된다면 60유로의 지출이 발생한다. 이는 숙박비보다는 싸지만, 캠핑 차지라고 하기엔 조금은 억울한 비용이기는 하다.
3. 도보 이용
당연히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알려져있으며, 이럴 경우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하루를 온전히 트레치메에 쓴다고 봐야한다.
주차장 자체의 풍경이 좋아서인지 하루를 보내려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물론, 주차장도 돈을 받는 만큼 굉장히 광활하고 넓은 편이었다.
아우론조 산장은 트레치메 여행의 시작점이다. 트레치메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산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아마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라는 산 전체를 둘러보기 위해 왔을 것이다. 이를 트레치메 서킷이라고 부르는데 대략 4시간 정도가 걸리는 하이킹 루트다. 길의 난이도는 무난하며 한번씩 언덕을 넘는 고개 정도만 나타나는 길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장을 기준으로 아우론조 산장-라바레도 산장-로카텔리 산장까지의 길을 이어갔다가 되돌아오거나 한바퀴 도는 것을 선택한다.
아우론조 산장에 도착해 우측으로 이어진 평탄한 길을 따라 무난하게 이어진 길을 이어간다. 길이 너무평탄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 모두가 길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실제로 본 트레치메는 이게 상당히 어색했다. 트레치메라는 이름 자체가 3개의 봉우리를 뜻하는 이름이었는데 생각보다 봉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랜드마크처럼 보았던 정말 거대한 3개의 산이 있는 모습도 아니다보니 처음에는 조금은 실망한 마음을 가진 채 길을 이어가게 되었다.
트레치메 서킷이 아닌 길로 보이는 곳. 이 길은 도대체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 참 길이 많은 돌로미티다.
중간에 만나는 라바레도 산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단한 행동식으로 해결했다. 주변 복장에서 보이다시피 여기까지는 정말 평탄한 길을 따라 산책하는 수준이었다.
마침내 길을 오르기 시작했고, 이게 트레치메 서킷에서의 첫번째 고개인 포르첼라 라바레도였다. 물론, 고개 치고는 개인적으로 아주 쉬운 수준이었고, 짐만 없다면 정말 산책하는 마음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그나마 어려운 점은 트레치메의 길 자체가 모두 나무 하나 없는 곳이다보니 햇볓에 대한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자 트레치메에 햇빛이 가려지기 시작했고, 서서히 기대하던 트레치메의 모습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포르첼라 라바레도로 가는 두 갈래의 길 중 산 허리를 타는 길을 선택했다. 아래의 길로도 충분히 갈 수 있지만 높은데서 보는 풍경을 위해 택한 방향이었다.
라바레도 고개에서도 아직 트레치메의 유명한 모습은 나타나질 않는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로카텔리 산장으로 향하면서 트레치메는 드디어 기대하던 본연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트레치메의 북면이 바로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랜드마크 같은 자태를 보이고 있었고, 아우론조 산장은 트레치메의 남면에 위치해 있던 것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로카텔리 산장
로카텔리 산장에 다가가면 갈수록 트레치메가 온전한 3개의 봉우리로서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와 아내가 알아본 백패킹 장소 또한 로카텔리 산장을 기점으로 조금 나아간 노지에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뚜르 드 몽블랑을 통해 캠핑과 비박의 차이를 제대로 배운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엄연히 캠핑은 금지라고 쓰여있지만, 비박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백패킹은 특정 시간에만 가능한 게 이탈리아 알프스의 상황이었다.
원래 짧은 코스다보니 미수리나 호수를 보고 넉넉하게 왔음에도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였고, 로카텔리 산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박 사이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로카텔리 산장 뒷편에 위치한 호수 2개
로카텔리 산장은 현금만 가능하고 카드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곳에서 맥주나 먹거리를 사고 싶다면 필히 명심하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 트레치메가 가장 잘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고, 해가지기를 기다렸다. 해가지면서 텐트를 치기 시작했고, 산장에서 자는 사람이 아닌 이상 길에는 사람 한명 볼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선택한 비박 장소 또한 사람이 다니는 길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이트로 사용했던 흔적이 보였다. 예를 들면 돌을 모아서 방풍벽을 만든 흔적이 그러했다.
사실 백패킹 장비를 모두 가져온 상태로 주로 캠핑장을 이용했고, 유일한 백패킹이 이곳 트레치메에서 하게 되었다. 그만큼 밤에도 볼 수 있는 온전한 풍경을 기대하였고, 온전한 하루의 빛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미수리나 호수에서 장을 보며 사왓던 먹거리를 바탕으로 아내와 함께 아주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코스다보니 시간과 돈 낭비일 수도 있는 일정이지만 오직 이때의 기억과 남겨진 사진 한장을 돌이켜 본다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