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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트레치메 백패킹이 끝났음에도 차에 들려서 다시 짐을 정리했다. 무거운 박배낭은 두고, 다시 한번 가벼운 배낭을 메고 이동한다. 목적지는 트레치메와 반대편에 있는 한 산군이다. 아우론조 산장 기준 북쪽에 트레치메가 있다면 지금 갈 곳은 남쪽에 위치한 카디니 디 미수리나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갓길에도 주차된 수많은 차량들
아우론조 산장과 트레치메 남면을 뒤로한 채 길을 떠난다.
트레치메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카디니 디 미수리나로 향하는 트레커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카디니 디 미수리나로 가는 길은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뭐랄까. 근처에 너무나 유명한 랜드마크가 있다보니 바로 옆에 붙어서 빛을 덜 보는 곳이라고 해야할까? 그럼에도 인스타그램 같이 비쥬얼 효과를 보는 SNS에는 랜드마크 급으로 유명한 장소기도 했다. 사람은 적지만 아는 사람만 찾아가고 아는 사람만 모이는데 웨이팅이 있는 묘한 맛집 같은 곳이라는 평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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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보이는 뽀족뾰족한 산이 오늘의 목적지다. 물론, 저 산 자체가 아닌 저 산이 잘보이는 전망대가 포인트다.
찾아가는 동안에는 딱히 표지판이나 안내판조차 없는 곳이다. 물론 사람들이 오가며 만들어진 길은 있지만 뭔가 정확하게 이 길이 맞구나라는 식의 확신은 없는 편이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우리와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과연 그들이 같은 곳을 향하는 지는 의문이다. 그만큼 돌로미티의 곳곳에는 너무나 다양한 길이 많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구글 지도와 방향을 보고 간다. 구글 지도에도 길이 표시되어 있지는 않다.
구글지도상 위치의 이름: Punto Panoramico Cadini di Misurina, Cadore, Dolomiti.
이 길의 재밌는 점은 트레치메에서 남족으로 가며 조금 더 멀어지면서 트레치메의 남면 또 한 새롭게 볼 수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지난 1박 2일 동안 트레치메의 온전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져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우론조 산장에서는 산 바로 밑에서 바라보는 풍경인 만큼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카디니 디 미수리나 뷰포인트로 가는 길에서는 온전한 트레치메의 남면을 볼 수 있다는 게 색달랐다.
가까이에서 보이던것 과는 또 다른 모습의 트레치메. 그리고 걸어왔던 길과 걸어온 길을 더불어 보이지 않는 산너머와 차도까지 보이는 참 묘한 길이었다.
다양한 길이 있어 조금은 헷갈리지만 그래도 뾰족한 카디니 산군이 명확한 표지로서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길 또한 산 능선으로 가기보다는 최대한 절벽쪽으로 붙어서 가는 길이 있었기에 그 길을 따라 서서히 드러나는 산군과 절벽 아래로 보이는 거대한 산군 모두를 즐기며 걷게 되었다.
신기한 점은 이미 우리가 돌로모티에서 꽤나 많은 일정을 보내왔고, 뾰족뾰족한 산은 사실 사쓰룽고를 비롯해 자주 접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신나서 얼른 보고 싶던 이유가 뭘까? 분명 같은 뾰족한 첨탑 같은 산군이라 할지라도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건축물에도 그 시대를 풍미한 양식이 있고, 그 양식으로 설명되지만 분명히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뾰족한 모습을 빗대자면 고딕 양식의 성당은 유럽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고딕양식의 진수라고 말하는 성당이 따로 잇듯이 카디니 디 미수리나 산군은 돌로미티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우리의 눈에도 그만큼 특별해 보였다.
아직 전망대에 도착한 게 아닌데도 멈춰서서 사진을 찍게 된다. 사진 우측에 보면 여전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침내 카디니 산군의 핵심 포인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측 아래에 보이는 작게 튀어나온 언덕.
저기가 바로 Punto Panoramico Cadini di Misurina, Cadore, Dolomiti 다.
사실 급할 필요 없이 길 자체를 온전히 즐겨도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다.
위 사진에서 좌측으로 보이는 아래로 가는 길이 전망대로 가는 곳이고, 위로 가면 좀 더 높은 곳에서 카다니 산군을 전망할 수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인데 웨이팅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어느새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전망대인데 줄을 서는 건 익숙하겠지만 조금은 묘한 풍경이다. 왜냐하면 이 전망대는 젼망대로 향하는 길 자체도 아름답기 때문에 조금은 거리를 두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좁은 길이다보니 서로 한쪽에 기대거나 짐을 두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새로 오는 사람은 혹시 줄인지 의심하며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다.
이렇게 전망대로 향하는 길 자체가 카디니 산군과 어우러져 최고의 풍경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기다림이 긴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을 수 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보면 눈치가 보인다.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 카디니 디 미수리나. 날씨마저 도와주다보니 욕심이 절로 난다. 우리는 결국 아내를 먼저 보내면서 영상을 찍고 내가 가서 같이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했다. 카메라로 찍기엔 조금 거리가 있어 줌렌즈가 필요할 테고 둘이 모두를 번갈아 찍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 선택한 방식이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갔지만 사실상 드론으로만 다 찍게 되었다.
드론으로 찍는 다면 이렇게 광활한 장면을 사람의 시야보다 높게 관망하며 찍을 수 있지만, 카메라 렌즈로 줌을 댕겨 찍는다면 뒤의 카디니 산군이 압축되어 보이는 장점이 있다. 구딩 말하자면 줌과 드론 모두를 활용해서 찍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위해서는 사람이 없을 수 있는 운 혹은 시선을 의식하는 철면피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카디니 산군 쪽에서 전망대를 바라보는 방향. 뒤쪽으로 잘린 트레치메가 보인다.
사진을 찍고는 되돌아가기보다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살짝 올라가봤고 그랬더니 아까 있던 전망대 부분의 위쪽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보는 카디니 산군도 멋있었지만, 역시 전망대로 향하는 길 자체가 독립적인 탑처럼 카디니 디 미수리나와 어우러진 모습이 특별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앞서 트레치메 백패킹에서 말했다시피 이곳에는 주차비도 발생하는 만큼 만약 자차로 오는 경우엔 깜빡하지 말고 트레치메에 이어 카디니 디 미수리나도 꼭 보기를 추천한다. 대중교통으로 오는 이들 또한 트레치메를 한 바퀴 돌고나면 피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우론조 산군에서 왕복으로 따지면 대략 2시간~2시간 30분 정도가 걸리고, 촬영 대기 시간까지 감안해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꼭 찾아가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