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이번에 소개할 곳은 돌로미티의 유명한 호수 중 한 곳이다. 지난번 서쪽 돌로미티에서 카레짜 호수를 소개했고, 동쪽 돌로미티에서는 미수리나 호수를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할 호수는 사실 동쪽에 위치해있다고 하기에는 사실 애매한 감이 있다. 하지만 보통 코르티나 담페초에 머물 때 가기 때문에 동부로 분류하고 소개하고자 한다.
대략적으로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출발한다면 대략 1시간이 걸리고, 미수리나 호수에서 출발한다면 40~50분 정도 걸린다. 물론 이는 평상시 기준이고 만약 차가 많다던가 공사 혹은 행사가 진행 중이라면 시간이 달라진다. 어쨌든 동쪽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돌로미티 북쪽에 의치한 곳이라고 봐도 무방한게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지대와 가장 가까운 도비아코 지역도 지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엔 트레치메 이후 미수리나 호수에서 출발하게 되었고, 가는 길에 도비아코 호수 또한 방문하려고 했지만 시간적으로 조금 위험해 서둘러 이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차도 기준 바로 옆에 한 호수가 있어 잠깐 내려서 산책하며 호수를 바라봤다.
이 호수의 이름은 lago di landro 그러니까 이탈리어로는 란드로 호수고 현지어로는 Dürrensee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뭐랄까 지나치기엔 주변에 많은 차들이 세우고 구경하고 있었기에 잠깐 내려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이후 브라이에스 호수 가는 길에 또 다른 유명한 호수인 도비아코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오트스티라와 국경에 있는 마을이 도비아코인데 아쉽게도 란드로 호수와는 달리 차도에서 마을로 빠져나가야만 볼 수 있는 호수였다.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어 서둘러 브라이에스 호수로 향하게 되었다.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브라이에스 호수. 호수는 좁은 길을 따라 몇 개의 마을을 지나쳐야만 도착할 수 있는 산과 산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그만큼 주차장이 길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었는데 운이 좋은건지 시간이 늦은건지 호수와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장은 호수를 기준으로 4번, 3번 주차장이 가장 가까워서 걸어갈만 하지만 나머지 2번의 경우에는 걸어서 꽤 먼 곳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행운은 여기까지. 산과 산 사이에 있다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어 호수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는 상태였다. 브라이에스 호수는 원래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에메랄드 호수가 가장 유명한데 말이다.
브라이에스 호수는 여기서 배를 타고 사진 혹은 영상을 찍는 인플루언서들이 하도 많아서 알게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배의 가격이 보트 한대(셀프)가 50유로다. 시간은 45분이며 최대 인원은 5명이다. 만약 내가 혼자거나 비용을 아끼고 싶으면 다른 이들과 공유해서 탈 수도 있다. 이때는 인당 15유로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처음에는 나와 아내 모두 배를 탈 생각으로 찾아갔지만 이미 기울어진 햇빛을 보고는 흥미를 잃고 말았다. 그럼 배를 타지 않는다고 할 게 없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브라이에스 호수에는 호수 자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루트가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호수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더더욱 이 호수의 매력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비록 시간은 늦었지만, 처음부터 이 호수 한바퀴를 돌아보기로 한 상태였고, 자연스레 걷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호수 주변을 도는데 뭐 어렵겠어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산 사이의 호수다보니 마냥 평지 길은 아니었고, 어느정도 산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만큼 호수를 보는 뷰가 달라지니 매력적이긴 하지만 단순 미수리나 호수마냥 쉬운 길이라 생각하면 크게 당황할 수 있다. 적어도 슬리퍼 차림보다는 운동화 같은 편안한 신발을 준비하길 추천하고 싶다.
탈걸 그랬나 싶을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빌려 타고 있었다.
배를 빌려 타는 쪽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시계방향으로 돌았기 때문에 먼저 언덕을 올랐다가 내려가면서 호수를 바라보는 방향이었다.
멋진 산과 멋진 호수의 색은 그늘에 가려 아쉬운 상황이긴 하다. 그런데 그 가려진 빛이 빛내림이 되어 또 다른 묘한 분위기를 선사하기도 했다.
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해변의 모래사장처럼 호수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들도 마련되어 있었고, 알타 비아1을 시작하는 기점으로서의 길도 표지판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아쉬움이 조금 더 컸던 상태였지만 걸으면서 그 아쉬움은 사라지고 호수 자체를 즐기게 된다. 멀리온 보람이 있을만큼 독특한 분위기로 가득한 브라이에스 호수. 그동안 봤던 호수와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해서 왜 돌로미티를 찾는 사람들이 굳이 동선이 안좋은 이곳을 찾아오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지난 카레짜 호수나 미수리나 호수에도 전설이 있는 것처럼 이곳 브라이에스 호수에도 전설이 하나 있다.
브라이에스 호수는 고대 라딘 신화인 파네스 왕국의 전설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 전설에 따르면 이 호수 자체가 파네스 왕국으로 통화는 관문이며, 이 호수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전설 속의 왕국이라고 한다. 전설 속에서는 매 백 년 마다 남쪽 끝의 산에서 한 공주가 나타나고, 보름달 아래 호수를 배로 더돌며 왕국의 영광을 되찾을 방법을 찾는다고 전해진다. 이 산은 문의 산이라는 뜻의 사스 들라 포르타(sass dla porta)라고 불린다고 한다. 즉 이 산 자체가 파네스 왕국으로의 가는 문인 브라이에스를 뜻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야기 속에는 산이 열리고, 배가 나타나면 공주가 호수 위를 떠다닌다고 하낟. 그리고 그 왕국의 보물이 호수 바닥에 잠겨 있다고 한다.
호수를 한바퀴 돌고 다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되었고, 사람들도 많이 빠지다 못해 호수 앞의 매점들도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만큼 호수 자체를 둘러보기엔 시간이 조금 촉박하게 도착했나보다.
개인적으로는 3가지 호수를 다 보았지만 그래도 규모는 작지만 카레짜 호수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마 돌로미티의 호수들은 그만큼 시간과 날씨가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굳이 먼 길을 돌아서 가야하나 묻는다면 난 그렇다고 답하는 곳이 브라이에스 호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