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 계곡 북쪽에 자리한 아르장티에르(Argentière)는 해발 약 1,250m에 위치한 작은 산악 마을이다. 이곳은 빙하와 알프스의 장엄한 풍경으로 유명하고 트레킹과 스키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 마을의 주요 명소 중 하나는 그랑 몽테(Grands Montets) 스키장인데 겨울철에는 고급 스키어들을 위한 도전적인 슬로프와 오프피스트 코스로 유명하다. 여름철에는 하이킹과 빙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아르장티에르로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아르장티에르 마을 근처의 그랑 몽테(Grands Montets) 지역에서 플랑 조랑(Plan Joran) 곤돌라를 이용하면 트레킹 시작 지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곤돌라를 이용하지 않고 아르장티에르 마을에서 도보로 트레킹 시작 지점까지 올라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추가로 약 1시간 정도의 도보 시간이 필요하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펼쳐지는 몽블랑 산맥 주변의 자연 경관에 입이 벌어진다. 이런 대자연을 매일 보며 살아 가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 본다.
곤돌라에서 내려 배낭을 멘 사람 그림이 있는 귀여운 이정표를 따라 가다 보면 만나는 로그낭(Refuge de Lognan) 산장 근처에서 본격적인 빙하 트레킹이 시작된다.
아르장티에르 빙하(Glacier d’Argentière)는 몽블랑 계곡에 위치한 장엄한 빙하로 몽블랑 산맥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 빙하의 웅장함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트레킹이나 하이킹을 즐기는 이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목적지다. 우리가 가는 아르장티에르 빙하 트래킹은 약 4.7km의 코스인데 고도 상승은 약 250m로 아주 완만하며 개인 체력에 따라 약 1.5~3시간 정도 소요되는 짧은 코스이다. 어린이도 충분히 걸어서 올 수 있다.
우리는 잘 정비된 트레킹 코스를 따라 <Le Point de Vue Refuge d’Argentière> 방향으로 걸어 가면 된다. 코스는 빙하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이어지는데 트레킹 중에는 몽블랑 계곡의 멋진 풍경도 함께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풍경을 즐기며 걷다 보니 지치는 느낌이 없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금새 거대한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빙하 위를 걸을 게 아니라면 가벼운 트레킹화로 걷는 것도 충분하지만, 빙하 주변은 날씨 변화가 심하기때문에 가벼운 방수 재킷을 함께 준비해두면 좋다. 짧은 거리긴 하지만 트레킹 중간에 식수나 간식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므로 충분한 식수와 간식을 준비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계속 같은 사진인 것 같지만 빙하가 워낙 거대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우리는 계속 걷고 있다. ^_^;
유리처럼 푸른 얼음 덩어리가 계곡을 따라 길게 펼쳐지고 그 위로는 몽블랑의 웅장한 봉우리가 감싸듯 서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완벽한 조화를 실감하게 된다. 아르장티에르가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공적인 상점이나 번화한 거리 대신 숲속 오솔길과 야생화를 볼 수 있는 들판이 있고 자연 속에 몸을 맡기며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이곳에는 ‘빙하의 속삭임’이라 불리는 전설이 있는데 옛날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귀 기울이면 빙하 속에서 조상들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믿었다고 한다. 빙하의 녹음 속에서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섞이며 만들어낸 그 소리가 마치 누군가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어 보니 정말로 아주 조용한 이야기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그만큼 자연과 가까워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일반적인 관광객들은 보통 이곳까지 걸어왔다가 가벼운 간식 시간을 갖고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돌아가는 것 같아 보였다. 우리도 준비해온 샌드위치와 커피를 나누어 먹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트래킹 루트를 따라 걸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조금 더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작고 큰 크래바스(crevasse)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눈과 얼음이 오랜 시간 동안 쌓이고 흘러내리면서, 압력이나 지형의 영향으로 빙하 표면이 찢어지듯 갈라지면서 생기는 크래바스는 겉에서 보면 눈으로 덮여 있어서 눈에 잘 안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여 가 보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빙벽 교육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4계절 내내 빙하가 있는 곳에 사는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 아이들이 어디 먼 곳에서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빙벽시즌이 짧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괜히 이 아이들이 부러워졌다.
더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어딘지 끝도 없이 펼쳐지는 방하 위를 걷고 있자니 오늘 밤을 새도 부족할 것 같았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슬슬 발길을 돌렸다.
떠날 생각에 아쉬운 마음도 잠시, 탁 트인 풍경을 보며 걷다 보니 돌아가는 길도 그저 즐겁다. 빙하 전망대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바라본 그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돌아 가는 길에 내일은 또 어딜 가 볼까 괜히 설레이는 마음도 생긴다.
곤돌라를 이용하면 전체 트래킹 거리도 멀지 않고 잘 정비된 길을 완만하게 걸어 오르면 만나는 코스이니 자연 속에서 진짜 여유를 느끼고 싶거나 도시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찾고 싶은 사람 또는 가족 여행객 모두에게 아르장티에르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