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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친퀘토리를 넘어서 저 뒤로 보이는 산이 하나 있다. 친퀘토리가 있는 지역은 조금 평평한 능선인데 조금만 위를 보면 한 봉우리 아래의 산장이 보인다. 그 산장의 이름은 아베라우(averau)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산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치마 아베라우(cima averau)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지난번 여행기에서 말했다시피 저 산을 가는 이유는 돌로미티에서의 마지막 비아 페라타를 진행하기 위해서 였다.
친퀘토리를 벗어나 조금식 올라간다.
산으로 올라가는 중간의 길이 있고, 우측에 보이는 산 하나가 치마 아베라우다.
아베라우 산장까지는 사실 길이 굉장히 무난한 편이다. 딱히 경사가 있지도 않고 무난하게 임도를 오르듯이 올라가다보면 금방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딱 트인 풍경이다보니 크게 풍경의 변화가 없는 길이 계속된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처음 여행을 생각할 때 친퀘토리만을 떠올린만큼 이곳에 있는 아베라우 산장은 존재 자체도 몰랐다. 그런데 의외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산장을 둘러보고 있었고, 산장 아래로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듯 초록빛이 가득한 산 아래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돌로미티는 알려진 것에 비해 너무나 많은 길들이 있었고, 그 일부조차도 보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알프스 여행의 시작이 스위스였다가 샤모니 그리고 돌로미티에 이어 오스트리아로 이어지는 그러한 흐름처럼 점점 덜 유명한 좋은데를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아베라우 산장은 산과 산 사이에 있는 산장 느낌이라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그러니 친퀘토리만을 본 게 아쉽다면 여기까지만 올라와서 주변 풍경을 즐겨보길 추천한다.
우리가 가는 페라타 아베라우는 이 아베라우 산장 옆으로 이어진 길이 시작점이다. 친절하게도 표지판에 다양한 길이 안내되어 있는데 철의 길인 비아 페라타 루트 또한 잘 안내가 되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루트는 이 들머리가 아닌 비아 페라타 시작점까지가 문제였다. 그러니까 지금가지는 편안한 길이었다면 정작 산을 올라가기 위한 비아 페라타 시작점까지는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했다. 구르는 돌들 사이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든 길이 가득했지만, 그 길 조차도 이게 맞나 싶을 지경으로 가팔랐기 때문이다. 다행이 스틱을 가져오긴 했지만 만약 스틱이 없었다면 정작 장비가 있어도 비아 페라타를 하기 전부터 겁을 먹을만한 그러한 길이 이어졌다.
이렇게 낙석으로 흘러내린 경사면을 지그재그로 올라서 저 바위산 바로 밑까지 가는 게 비아 페라타의 들머리였다.
점점 멀어지는 친퀘토리아와 점점 넓게 펼쳐지는 돌로미티의 동쪽 풍경.
너무나 심한 경사의 오르막 때문에 이 길이 맞는지 아내는 몇 벚을 되물었고, 그게 반복되다보니 나도 조금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행이 얼마가지 않아 우리처럼 비슷한 장비를 가지고 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이릉 통해 적어도 틀린 길은 아니고, 단지 조금 불편하고 짜증나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심리적으론 안정되지만 육체적으로는 여전히 불안한 길이라고 해야할까?
드디어 시작하는 비아 페라타. 몇 번의 비아 페라타 경험 덕분인지 이제는 가장 처음이 제일 어렵거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지난번 보다는 그래도 쉬운 난이도를 택했고, 가장 처음했던 곳과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더 낮은 곳으로 잡았기 때문에 불안함도 없었다. 물론, 아내는 여전히 겁이 많아 잘 오르지 못했지만 적어도 고도감이 있는 비아 페라타는 아니라는 점이 위안이 되었다.
이번 비아 페라타의 가장 특이한 점은 역시 원점회귀라는 길이었다. 그동안은 일방향의 길을 따라가야했다면, 이번에는 원점 회귀의 비아 페라타였다. 이는 그만큼 사람이 적다는 뜻일 수도 있고, 그만큼 길 자체가 넓고 피할 곳이 많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도 별로 없었고, 길도 넓어서 잠깐 잠깐 피해줄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한번은 올라가다가 마주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 와이어의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기다리는 등 원점회귀의 같은 길이라고 해서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점은 이 비아 페라타는 이전의 길에 비하면 조금 짧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루트를 볼 때 난이도와 풍경을 생각했었는데 루트에 따라 페라타 구간 즉,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는 루트 구간이 짧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실질적인 루트 자체의 길이 중 얼마나 페라타 구간이 있냐는 별도의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이 페라타 아베라우의 경우에는 전체 구간에 비해 페라타 구간은 굉장히 짧은 편이었다. 전체 루트 중 3분의 1정도가 페라타 구간으로 위험한 구간을 올라가고 그 이후에는 페라타는 없지만 프리클라이밍 느낌으로 손발을 이용해 올라가는 넓은 구간들이 나타났다.
물론, 비아 페라타는 등급에서 성취도를 얻고자 시작한 게 아니라 풍경을 보기 위해 시작한거다 보니 크게 문제 삼을만한 이유는 아니었다. 단지 이전과는 너무나 다르게 짧은 페라타 구간이 어색했을 뿐이었다.
마침내 올라온 아베라우 산 정상. 정상에서만 만날 수 있는 철십자가를 더불어 방명록이 똑같이 존재했다. 이곳에 스티커를 붙이고 우리의 여행 기록을 스윽 남겨본다.
정상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꽤나 사람이 있었고, 다들 이 멋진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이젠 항공뷰처럼 작아진 친퀘토리다. 그만큼 아베라우 산 자체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충분히 즐기고 다시 내려가는 길. 시간이 꽤 늦어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고, 거의 마지막으로 우리가 내려가는 상태였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게 있었으니 친퀘토리에서 내려가는 케이블카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열심히 비아 페라타를 끝내고 산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4시 30분. 30분 안에 이 미친 경사도의 길을 내려간 다음 아베라우 산장에서 케이블카까지 서둘러 가야했다. 결국 우리는 장비도 제대로 벗지 않고 미친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케이블카를 놓쳐도 걸어내려가면 상관 없긴했다. 단지 5분짜리가 2~3시간이 되긴하겠지만 말이다.
정말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뛰어가서 겨우 탄 케이블 카. 비아 페라타를 할 때보다도 땀범벅이 되었지만 나와 아내는 후련한 마음으로 웃으며 비아 페라타를 마감할 수 있었다.
돌로미티를 함께 했던 렌트카 안의 짐 상태
핫하디 핫했던 돌로미티 여행은 여기까지. 대략 16일 정도를 보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체력이 되지 않아 가지 못했던 다른 비아 페라타 구간이나 또 다른 멋진 풍경이 있는 루트들은 다음 기회에 또 가보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한번으로 끝내는 여행지는 아니라는 게 명확해진 돌로미티와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