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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샤모니에 위치한 에귀뒤미디(Aiguille du Midi)는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세계의 절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몽블랑을 손에 닿을 듯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해발 3,842m의 고봉으로, 프랑스어로는 ‘남쪽의 바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이름처럼 날카로운 봉우리와 함께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절경은 여행자의 숨을 멎게 한다.
샤모니 마을 중심에서 출발해 에귀뒤미디 전망대에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샤모니 중심가에 위치한 ‘Aiguille du Midi Téléphérique’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도보로도 쉽게 갈 수 있고, 마을 내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케이블카는 두 구간으로 나뉘어 운행되는데 1구간은 약 2,317m 지점까지 올라가는 플랑 드 레귀(Plaine de l’Aiguille)까지, 2구간은 약 3777m 지점 에귀뒤미디까지 운행된다. 탑승 시간은 약 20분이지만, 고도가 높아지며 풍경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는 시간이 훨씬 길게 느껴진다.
중간지점인 플랑 드 레귀까지만 올라와도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압도되는 느낌이 든다.
이 케이블카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로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창문너머로 보이는 알프스의 설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멎을 정도다.
운영시간은 계절마다 다르지만, 보통 여름철에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4시 반 또는 5시까지, 겨울철엔 약간 더 짧게 운영한다. 가장 최근 정보 기준으로는 왕복 요금이 성인 기준 약 70유로 선인데 몽블랑 멀티패스(Mont Blanc MultiPass)를 이용하면 이전에 소개했던 산악 열차, 리프트, 케이블카 등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어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인파를 따라 좁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최종 목적지인 3842m 에귀디미디 전망대로 향하면 된다. 일정이 바쁜 여행자라면 대략 2~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전망대는 생각보다 넓고 볼거리가 아주 다양해서 넉넉하게 반나절 정도의 일정을 할애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성수기(6월 중순~9월 초)에 방문 예정이라면 줄이 적고 한산한 첫 케이블카 시간대(보통 오전 7시 30분~8시 사이)에 맞춰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여름철 알프스 지역은 오전이 가장 맑고 오후엔 구름이 몰려오기 쉬운데, 특히 고도가 높은 에귀뒤미디는 해가 뜨고 몇 시간이 지나면 구름이나 안개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정상에서 몽블랑을 깨끗하게 보려면 아침 시간이 좋은데, 첫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몽블랑을 보기에 사실 조금 이른 감이 있다. ^_^ 응..?
성수기의 특성상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걸 생각한다면 오전 10시 이후엔 케이블카 탑승 대기 줄이 1~2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첫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전망대 내부 관람을 모두 마친 뒤 해가 뜨면 사진도 찍고, 풍경도 구경하면 된다.
전망대 내부에는 몽블랑 등반 역사와 알피니스트들의 장비, 기록 등을 볼 수 있는 몽블랑 알피니즘 체험관(Espace Vertical)과 샤모니 지역의 빙하, 기후 변화, 지질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고산 과학 전시관(Espace Mont Blanc), 커피나 따뜻한 초콜릿을 마실 수 있는 작은 카페와 기념품 점도 있고 등반가들이 출입하는 빙하 루트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내부 볼거리 중에는 단연 스텝 인투 더 보이드(Step into the Void)라는 박스 체험이 가장 인기가 많다. 발 밑이 뚫린 듯한 유리 바닥 위에 서면 마치 허공 위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한 기분이 들지만, 동시에 눈 덮인 알프스가 한눈에 펼쳐지며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을 준다.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는 단연 스텝 인투 더 보이드지만, 에귀뒤미디의 각 전망대에서 몽블랑을 배경으로 찍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아침 이른 시간에 올라가면 햇살이 빙하 위를 부드럽게 감싸면서 몽블랑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날씨에 따라 운무가 끼기도 하는데, 그 땐 마치 천상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에귀뒤미디는 문화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장소이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등반가들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넘나드는 알파인 문화의 교차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상 근처에는 몽블랑을 향한 트래버스나 등반 코스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장비를 정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들의 긴장된 표정, 묵직한 눈빛, 그리고 가끔 들리는 짧은 인사말 속에서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도전의 시작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계절에 따라 에귀뒤미디의 매력도 다르게 다가오는데 여름엔 쾌청한 하늘 아래 드넓은 설원이 펼쳐져 있고, 겨울엔 하얀 눈으로 뒤덮인 알프스가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6월부터 9월 사이엔 등산과 트래킹을 즐기기 좋은 시즌이고, 겨울엔 스키어들이 이곳을 통해 발레 블랑슈(La Vallée Blanche)라는 환상적인 빙하 코스를 타기 위해 찾기도 한다.
에귀뒤미디가 인기 있는 이유는 단지 높은 고도 때문이 아니다. 해발 3,800미터라는 높이는 수치일 뿐이고, 진짜 감동은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체험하는 공기, 그리고 마음 깊숙이 남는 감정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만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지만, 나는 이곳에서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과 함께 꼭 잡은 손,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다 흘린 눈물 한 방울, 그리고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자"고 했던 그 말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에귀뒤미디는 단순히 높은 곳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리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동시에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장소라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여행지가 아니라 삶을 기억하는 장소라고 말하고 싶다. 알프스를 품에 안고 싶다면, 꼭 한번 이곳에 올라 보길 바란다.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