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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스카이다이빙은 아주 오래전부터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하늘에서 땅으로 자유롭게 떨어지는 그 기분이 어떤지,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었고 몸으로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마침내 생일이라는 좋은 핑계가 생겼다. 조금은 특별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생일을 보내고 싶어서 선택한 건 바로 호주 골드코스트 근처에 있는 바이런 베이 스카이다이빙이다. 호주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한다는 건 내게 꽤나 로망 같은 것이다.
호주 스카이다이빙은 최대 15000피트(약 4500미터) 상공까지 올라가는데 눈 아래로는 시원하게 펼쳐진 태평양 오션뷰가 펼쳐진다. 특히 바이런 베이의 풍경은 사진으로만 봐도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직접 눈으로 본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만으로도 설렜다.
예약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스카이다이빙 업체는 생각보다 다양하게 있는데, 검색해서 가격 비교를 해보면 유리한 조건의 업체를 찾을 수 있다. 다만 골드코스트에서 출발하는 바이런 베이 스카이다이빙은 거의 '호주 Skydive'라는 곳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 중에서도 현지 로컬 에이전시를 통해 예약을 했다. 에이전시 직원이 일정 설명도 꼼꼼히 해줘서 처음 도전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놓였다.
체험 당일 이른 아침 지정된 장소로 가니 픽업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출발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바이런 베이까지는 약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됐는데, 픽업 차량은 몇몇 픽업 포인트에서 차를 정차하며 사람을 태웠다. 차 안의 대부분은 조용히 잠을 청하고 있었고, 나만 눈이 반짝였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현장에 도착하니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작은 비행기가 떠오르고, 하늘에서 낙하산이 하나 둘 내려오는 걸 보자 "와, 드디어 내가 이걸 진짜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먼저 체크인을 해야 했다. 접수대에서 태블릿을 건네 주며 스카이다이빙 협회 가입 및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과정은 꽤 간단했지만, 다소 긴장된 손으로 작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몸무게를 측정했다. 아마도 다이버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인 듯했다.
체험 중 촬영된 사진이나 영상은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 보통은 함께 뛰는 다이버가 고프로 핸디캠으로 얼굴 위주로 찍어주고, 또 다른 전문 촬영 다이버가 하늘 위에서 3인칭 시점으로 찍어주는 옵션이 있다. 후자의 경우 비용이 조금 더 비쌌고, 대략 100불 정도 차이가 났다. 나는 3인칭 시점 영상이 갖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날 촬영 다이버가 출근하지 않아 구매할 수 없었다. 대신 같이 뛰는 다이버가 찍어주는 영상을 선택했다.
체크인을 마친 후 대기 장소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사람들의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모습,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자유롭게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이윽고 내 이름이 불렸다. 긴장이 확 올라왔다. 준비실로 들어가 멜빵바지 형태의 점프 수트를 입고, 담당 다이버를 소개받았다. 내 파트너는 텐션이 엄청났고, 유쾌한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비행기 탑승 전부터 영상 촬영이 시작됐다. 나의 모습, 긴장한 표정, 파트너 다이버와의 대화, 비행기에 오르는 장면까지 모두 영상으로 담겼다. 나는 조종석 바로 뒤에 앉게 되었는데, 잠깐이지만 조종간을 잡아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두 손으로 잡은 조종간이 살짝 떨리던 그 순간, 나는 하늘을 나는 사람이 되었다.
비행기는 점점 고도를 높여 갔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하얀 해안선, 초록빛 숲은 마치 항공 사진처럼 또렷했다. 어느 순간, 내 파트너가 등 뒤에서 찰칵찰칵 장비를 체결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글을 착용해야 했고, 눈을 약간 치켜 뜬 상태에서 고글을 쓰는 요령도 알려줬다. 그걸 쓰자마자 현실감이 확 올라왔다. 시끄러운 바람 소리, 그리고 아찔한 고도. 내 차례가 다가오자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치기 시작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뛰어내렸다.
순간 몸이 뒤집히며 허공에 붕 떴다. 하늘과 땅이 뒤섞이며 뱅글뱅글 돌았다. 공중에서 나는 존재는 작디작았고, 중력의 법칙에 따라 그대로 낙하했다.
처음 몇 초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너무 빨리 떨어져서 풍경을 볼 겨를도 없었다. 오로지 바람 소리만 가득했고, 온몸의 감각이 날아갔다. 그러다 낙하산이 펴지며 속도가 급격히 줄었다.
그제야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눈앞엔 넓고 푸른 태평양,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이어지는 바이런 베이 해안선, 그 위로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그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나는 마치 디즈니 영화 속 알라딘이 된 기분이었다. 사방이 트여있어 어딜 봐야 할 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짝꿍 다이버가 계속해서 어디를 보면 좋을 지, 어떻게 하면 좋을 지 그리고 사진찍기 좋은 포즈도 알려주었다.
잠시 후 낙하산 조종을 직접 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방향을 바꾸는 순간, 바람을 가르며 이동하는 그 느낌은 정말 신기했다. 아무런 기계 장치도 없이 하늘 위를 내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착륙할 때는 살짝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다이버가 무릎을 살짝 굽히며 나를 부드럽게 지면에 내려놓았다. 두 발이 다시 땅을 디딘 순간, 나는 소리를 질렀다. 해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정말 해냈다는 뿌듯함과 벅참이 밀려왔다.
체험이 끝나고 나면, 스카이다이빙 증명서와 함께 촬영된 사진과 영상이 담긴 USB를 받을 수 있다.
그 날 이후, 하늘을 볼 때마다 그 순간이 떠오른다.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나 짜릿하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호주의 오션뷰 속에서 하늘을 날았던 내 생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스카이다이빙, 정말 해보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