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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쑥섬(애도)은 쑥이 많이 자란다 해서 쑥섬이라 불렸는데 '고양이섬'이라는 별명도 있다.
이 섬에 고양이는 살 수 있으나 개나 닭은 살 수 없었다. 쑥섬의 울창한 난대림은 산신제를 지내는 당숲이었기 때문이다.
신성한 숲은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었고 제를 올리는 중 개가 짖거나 닭이 울면 안 되기 때문에 이 섬에서 두 동물을 키우는 것이 금지되었던 것이다. 평소 조용하고 쥐를 잡는 고양이는 쑥섬에 쉽게 번식할 수 있었다. 쑥섬 주민은 마을 입구에 고양이 단체 급식소를 만들어 그들과 공생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 전 왔을 때에 비해 길가에 여유롭게 배를 까고 있는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당제를 지내지 않아 개를 키우기 시작하니 고양이들이 산으로 도망간 것이다. 그럼에도 여유 있게 차려진 밥상 앞에 앉아 배를 채우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고흥 쑥섬은 행정안전부 선정 '2020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 33'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거기엔 김선기, 김지순 부부의 정성도 큰 몫을 했다. 나무를 좋아해 사 모으고 가꾸는 남편 김선기 씨가 아내는 자못 못마땅했다. 하지만 아내 역시 어느새 물들어 나무껍질에 청진기를 갖다 대며 살피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쑥섬은 이들의 손길에 300여 종의 꽃이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섬으로 가꿔졌다. 겨울엔 동백꽃이 터널을 이루고 다양한 봄꽃이 바통을 이어받았다가 곧이어 수국이 섬을 화려하게 뒤덮는다. 양귀비와 백합이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자태를 뽐내고 가을이면 팜파스가 등장한다. 전라남도는 부부의 꽃밭을 남도 1호 민간 정원으로 선정한다.
( 무엇이든 잘 키워내는 데메테르 여신처럼 김선기 부부는 익산 달빛소리수목원도 도내 5대 수목원으로 가꾸고 있는 중이다 )
산신제를 지내던 당숲은 고양이만 번성케한 것이 아니라 쑥섬의 난대림도 울창하게 만들었다. 외부인들이 함부로 이 숲에 들어갈 수 없으니 나무와 꽃은 밟히거나 꺾이지 않고 보호되었다. 400년 세월이 키워낸 숲은 2017년 산림청에서 '아름다운 숲' 칭호를 받았다.
쑥섬은 기본 힐링 코스와 트레킹 코스를 선택해 걸을 수 있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꽃과 바다를 실컷 구경하는 힐링 코스 걷기였다. 그래서 식당에 내려오는 시간에 맞추어 음식을 주문했는데 걷다 보니 욕심나서 식사 시간을 연장하고, 성화등대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까지 다녀왔다.
쑥섬 선착장에 내리면 알록달록 포토존이 맞이한다. 말린 쑥과 해산물을 판매하는 기념품 샵을 지나면 탐방로 입구가 나온다.
흰 오리모양 건물인데 갈매기 카페가 입점해있다. 양심우산을 무료로 빌려준다. 차를 판매하는 카페지만 식사도 주문할 수 있는데 쑥섬 돈까스, 귀촌 한 버거, 유월의 비빔국수, 구운 삼겹살 비빔밥 메뉴가 있다. 맛은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섬이다 보니 재료가 귀할 것이라는 선입견, 관광지 음식이라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접시를 받았을 때 우리는 남도의 인심과 손맛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플레이팅은 예술이고 맛도 훌륭한데 양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이다.
커다란 후박나무가 옆으로 자라고 있어서 몸을 기울여 지나가야 했다. 쑥섬 사람들은 당 할머니 나무, 어머니 나무라고 부른다.
태풍에 쓰러질 뻔했지만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모양이 마치 90도로 허리가 굽은 할머니를 연상케한다. 게다가 젖가슴처럼 보이는 옹이가 있는데 비가 오면 여기에서 고인 물이 떨어져 더욱 젖먹이 아이가 있는 여성을 연상케한다. 후박나무 잎 앞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회색빛이 돈다. 울릉도 호박엿은 사실 후박 엿이었다. 후박나무를 고으면 소화불량과 기침, 향염에 효과 있는 엿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후박나무가 공급에 비해 수요가 충분치 않고 생소한 이름이다 보니 호박을 사용하게 되었고 울릉도 호박엿이 되었다.
태풍 매미에 쓰러져도 죽지 않는 강인함을 자랑하는 육박나무는 '해병대'라는 별명이 붙었다. 갑자기 해설사님이 코알라를 찾아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코알라가! 따뜻한 남도라서 그런가? 울퉁불퉁하게 코알라 모양으로 자란 나무를 보고 하는 말이다.
걷다가 멈추면 멋진 사진이 나오는 포토존이 쑥섬 곳곳에 등장한다.
'초분'을 재현해놓았다. 쑥섬 사람들은 당숲이 있던 섬 안에 무덤을 1기도 만들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사망자가 나오면 초분을 만들어 가매장하고 좋은 날을 받아 섬 밖에 이장했다.
만지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는 자귀나무를 만났다. 자귀나무 잎은 밤이 되면 잎맥을 중심으로 완전히 포개지는데 마치 부부가 함께 자는 모습이 연상된다. '자'는데 '귀'신 같아서 자귀 나무라는 농담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금슬 좋은 부부가 되길 바라며 마당에 이 나무를 심었다.
넓은 섬 정상에 커다란 꽃밭이 열린다. 보이는 건 바다와 꽃과 하늘뿐이다.
한참을 머물며 각자 공간과 시간을 즐겼다. 사진을 찍고 바다 멍울 하고 악기를 연주했다.
쑥섬의 하이라이트를 즐겼으니 이제 내려갈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일행들이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더 많이 보고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이다.
여자 산포 바위, 남자 산포 바위가 공간을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쑥섬 남녀의 데이트 장소를 만들기 위한 배려였는데 성별을 나눠 놀다가 맘에 드는 상대와 중간쯤에서 만나 마음을 나눴다.
쑥섬 정상석이 보인다.
"쑥섬 해발 83m, 에베레스트 8848m, 백두산 2750m, 한라산 1950m 별 차이가 없군요"라고 당당한 자신감을 보인다.
두 달 전쯤 왔으면 좀 더 화려하게 도열했을 동백터널을 남녀 커플이 나란히 지나갔다.
하얀 등대를 만나보고 꽃과 하늘을 간신히 보여주는 대숲을 지나, 사람 사는 흔적인 우물을 봤을 때 비로소 피로감과 안도감이 몰려온다.
쑥섬의 우끄터리 쌍우물이다. 위쪽엔 동그란 우물, 몇 발아래에는 네모난 우물을 만들어 놓았는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천원지방 사상을 적용해 만들었다.
마을 돌담길 앞에는 자유로운 섬 고양이들의 사료 통과 급수통이 대용량으로 놓여있다. 마치 고양이 단체급식소 같다.
그리고, 쑥섬 주민들의 중요한 식수원인 큰샘 우물이 벽과 지붕에 꽁꽁 싸여 보호받고 있다.
1995년까지 마을 큰 행사나 당제가 있을 때, 금줄을 치고 신성시하며 제를 올렸었다.
주문해놓은 식사를 마치고 우린 음료를 하나씩 시키며 배 타는 시간을 또 한 번 미뤘다. 쑥섬이 우리의 시계태엽을 느슨하게 감아놓는 바람에 발걸음과 마음이 느려졌다. 섬 주민이 좌판에 쑥이며 해초인 세모 가사리 등을 팔고 있다. 해풍 맞은 말린 쑥이 큰 봉지에 만 원이다. 싸게 샀다고 좋아하며 배를 기다리는데 나보다 거의 두 배를 같은 돈에 사 온 동료가 있다. 배가 아팠지만 저녁에 공동으로 나눠먹을 요량이라기에 쑥 부침개 하겠노라고 자원했다. 만져보니 말리지 않은 쑥이다.
고흥 쑥섬 가는 법 - 나로도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승선
도선료 왕복 2,000원 ( 배 이동시간은 약 5분 ) 배는 한 번에 12명까지만 승선할 수 있는데 자주 왕복한다.
탐방로 - 성인 6,000원 / 소인 3,000원 / 고흥군민 2,000원
승선 예약 사이트 - 가보고 싶은 섬 https://island.haewoon.co.kr
쑥섬 탐방과 배편 예약 문의 전화 061-833-9211 ( 20분 이상 여유 있게 도착 )
배편 ( 쑥섬호 ) 시간표
나로도항 첫 출발 07:30 / 쑥섬 첫 출발 07:35 ( 주민 승선 후 탐방객 승선 )
< 고흥 10경 >
* 팔영산 자연휴양림과 편백 치유의 숲 - 영남면 천사로 529-191 / 팔영로 1347-418
* 역사의 섬 소록도 - 도양읍 소록해안길 65
* 사계절 꽃 피는 쑥섬 - 봉래면 나로도항길 120-7 ( 나로도 연안여객선터미널 )
* 예술의 섬 연홍도 - 금산면 신촌리 1421-5 ( 신양선착장 )
* 금산 해안경관과 거금생태숲 - 금산면 어전리 산 1-30 ( 금의 시비공원 ) / 금산면 신평리 산 256-19 ( 거금생태숲 )
* 천등산 봉수대 - 도화면 신호리 산 179-8 ( 천등산 철쭉공원 )
* 나로우주센터와 편백숲 - 봉래면 예내리 산212-14
* 남열 해안경관과 해수욕장 - 영남면 남열리 1394-1
* 고흥만 수변노을공원 - 도덕면 용동리 31
* 분청문화박물관과 운암산 녹음길 - 두원면 분청문화박물관길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