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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주요 도시의 박물관, 기념관을 돌아보는 뮤지엄 투어
#46. 중국철도박물관
중국에는 베이징, 선양, 쿤밍, 다통, 지난 등 도시에 실제 열차(기관차, 객차, 화차) 실물을 보관하고 있는 철도박물관이 8곳이 있다. 이 중에서도 2003년에 개관한 중국철로박물관(中国铁道博物馆)은 중국 철도 역사상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1930년에 개통한 징펑철도(京奉铁路)의 베이징 지역 역인 정양문 동역(正阳门东车站) 자리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징펑철도는 베이징 천안문 동쪽에 위치한 정양문 동역에서부터 봉천성(奉天省) 봉천성역(奉天城站. 지금의 요녕성 심양시)까지 862㎞ 있는 철도였다. 1877년에 건설이 시작되었으며, 1881년에 하북성 당산시 일부 구간이 먼저 개통되었다. 징펑철도는 신중국이 들어선 후에 북경-심양철도(京沈铁路)로 이름을 바꾸어 개보수를 거쳐 현재 중국의 주요 간선 철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철도박물관 전경. Ⓒ 박물관 홈페이지(www.china-rail.org.cn)
중국철도박물관 메인홀. 2024 Ⓒ 김동하
중국 화살호.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1881년 하북성 당산시-톈진시를 운행하던 증기기관차(시속 32㎞)
북경에 위치한 중국철도박물관은 특이하게 3개의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양문 전시관, 동교전시관, 첨천우 기념관(면적 1800㎡) 등이 있다. 동교전시관(东郊展馆. 면적 20,500㎡)에는 8개 선로 위에 90량에 달하는 기관차, 객차, 화물차 등 주로 열차 실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 박물관은 국가급 전문 박물관으로 중국국가철도그룹유한공사 산하 공익단체로 철도 유물의 수집, 보호, 전시, 학술연구, 복원, 감정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동 박물관의 전신은 1958년에 설립된 철도부 중앙기술관으로, 1978년에 철도부 과학기술관으로 바뀌었다가, 2003년에 정식으로 중국철도박물관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필자가 찾은 곳은 천안문 광장 맞은 편에 위치한 정양문 전시관이었다. 정양문 전시관은 건축면적 9485㎡, 주 전시장 총연장은 460m 규모이다. 주로 중국철도 발전 역사물을 1876년부터 최근까지 5개 시기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으며 이와 관계된 철도 유물을 볼 수 있다.
청나라 한양제철소에서 1900년에 만든 레일.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1899년에 만들어진 북경-한커우(무한) 철도에 걸렸던 황화대교 명패.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청말기 황실에서 사용한 전용 객차 안 모습.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북경-장자커우 철도(경장철도) 관련 전시물.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첨천우(詹天佑. 1861-1919년)는 ‘중국 철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로 광동성 광저우 출신이다. 1872년에 청대 양무운동의 일환으로 120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1881년에 미국 예일대학(철도공학 전공)을 졸업한 후, 귀국하여 톈진 중국철도공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철도 업무에 종사하게 된다. 중화민국 시절인 1913년에는 교통부 기술감독으로 업무를 시작하여, 중국 최초의 철도총공사 직위에 올랐다. 1905년에 착공된 베이징-하북성 장자커우(京张铁路. 200㎞) 철도 건설에 참여하여 1909년에 완공했다. 이 철도는 중국 최초로 중국 자본과 기술로 완공된 철도로 기록된다.
첨천우 기념관 전경. Ⓒ 박물관 홈페이지(www.china-rail.org.cn)
첨천우 관련 전시물.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중국은 1946년부터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이름을 기관차에 명명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효시는 신중국을 만든 주역인 ‘마오쩌둥’이다. 신중국 성립 이전인 1946년 10월 30일, 중국에 첫 번째 마오쩌둥(毛泽东号)호 증기기관차가 등장했다. 1977년 이후에도 많은 내연기관차(JF304호, 동풍4형2호, 동풍4B형1893호, 동풍4D형1893호 등)들이 마오쩌둥호라는 명칭을 부여 받고 운행했다. 이후 신중국 개국공신으로 추앙을 받는 주더(朱德), 저우언라이(周恩来) 등도 본인들의 이름을 딴 기관차가 생겼었다.
동교전시관에 전시된 모택동호 기관차. Ⓒ 박물관 홈페이지(www.china-rail.org.cn)
모택동호 기관차 전시물.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주은래호, 주덕호 기관차 모형.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상하이의 조계 시절인 1876년, 영국 동인도회사 자본으로 설립된 이화양행(怡和洋行)이 중심이 된 영국 자본가 그룹은 상하이 우송(吴淞) 장강 연안부터 상하이 도심까지 전체 길이 14.5㎞의 상하이-우송 철도를 부설했다. 같은 해 7월 3일부터 상하이-우송 철도는 영업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중국 최초의 철도이다. 영국 상인들이 자의적으로 건설한 이 철도는 1877년 10월에 청나라 정부가 모두 철거하였으며, 1897년에 다시 국비를 들여 같은 노선을 복원하여 1898년에 개통한 바 있다.
중국 최초(1876년) 철도인 우송 철도에서 사용된 증기기관차 모형.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증기기관차 구조 전시물.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쑨원(손문)의 북경-장자커우 철도 개통(1909) 기념 휘호.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기차표 인쇄기와 검표기.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우리나라가 일본 강점기 때 경험했던 것처럼, 중국 역시 청나라 시기 철도 부설권을 열강들에게 빼앗겼다. 청나라가 청일 전쟁(1894년)에서 패한 후, 8개국(영국·미국·프랑스·러시아·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이탈리아·일본) 연합군은 중국의 철도 부설권을 본격적으로 빼앗아갔다. 청나라가 철도를 본격적으로 건설하던 시기(1876~1911)에 중국은 총 9,400㎞ 철도를 건설했다. 이 중 열강 국가들이 직접 건설한 것이 41%, 열강 국가들의 자본(대출)으로 건설한 것이 39% 였고, 중국 자본으로 건설한 철도는 징장(京張·북경-하북성 장가구)철도와 징한(京漢·북경-호북성 무한)·광싼(廣三·광주-삼수) 철도 등 20%에 불과했다.
중화민국 시기 기차역 모습.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만주국(1932-1945) 시기 장춘역 시간표.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만주국은 일본이 중국 동북지방에 세운 괴뢰정권으로 수도를 지금의 장춘으로 정하고 명칭을 신경(新京)이라고 불렀다. 시간표 상단에 신경이 보인다.
1930년에 발행된 철도 채권(공채).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가 철도를 건설하던 시절(1928~1948)에 중국 대륙에는 1만 3,000㎞의 철도가 건설됐고, 1949년에는 9개국 30여 개 공장에서 생산된 기관차 모델 198종이 중국에서 운행되고 있었다.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 이후 1년 동안 총 8,278㎞의 철도가 복구되었으며, 1949년 말까지 전국 철도 운행거리는 총 2만 1,810㎞에 달했다. 1952년 6월 18일, 내몽고자치구 만주리-광동성 광저우 간 중국의 첫 직통열차가 4,600㎞ 구간에서 운행됐다. 1952년 말 전국 철도 운행거리는 2만 2,876㎞로 늘어났다. 1952년 7월, 신중국 성립 이후 최초 부설 철도인 청위(사천 성도-중경시) 철도가 성공적으로 개통되었다.
북경역 모택동 글씨.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북경역에 걸려있던 시계 부품.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전동차 허시에호(和谐号) 모형.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열차 승무원 유니폼.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이후 중국정부는 동서간 5,200㎞, 남북간 거리가 5,500㎞에 달하는 국토를 커버하는 교통망 구축에 철도를 중심으로 지역별 간선망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1980년 말, 철도 운행거리는 49,940㎞로 늘어났다. 1990년이 되자 여객량의 60%, 화물량의 70%를 철도 운송이 부담하게 되었다. 1980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의 발전으로 여객 및 화물 운송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같은 철도망(레일)을 두고 여객과 화물이 서로 경쟁하는 국면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철도 병목현상’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고속철 건설이었다. 중국정부는 2003년부터 여객 전용의 고속철도망 구축을 확정하고, 화물은 기존 철도망으로 여객은 신설 고속철도망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중국-유럽 국제열차 모형.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고속철(허시에호.和谐号) 체험용 시물레이션.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고속철(허시에호.和谐号) 모형.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11차 5개년 경제 개발계획(2006-2010년)을 수립한 중국정부는 2010년까지 전국 철도 운행거리 91,000㎞, 그중 고속철도망 건설 2만㎞라는 목표를 제시한다. 실제 2007년 4월, 기존 징하(京哈 북경-하얼빈), 징광(京廣 북경-광저우), 징후(京沪 북경-상해), 자오지(胶濟 산동 청도-제남)선 일부 구간이 시속 250㎞에 이르면서 고속철도 시대가 열리게 된다.
2008년 8월 1일, 중국 최초의 고속철도인 베이징-톈진 고속철도가 정식 개통되었다. 이후 중국정부는 고속철 4종 4횡(四纵四横) 계획, 즉 동서 횡단 4선, 남북 종단 4선으로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2008년부터 시작했다. 4종은 북경-상해, 북경-무한-광주-심천-홍콩, 북경-심양-대련-하얼빈, 항주-영파-복주-심천 선이며, 4횡은 서주-정주-난주, 상해-항주-남창-장사-쿤밍, 청도-석가장-태원, 상해-남경-무한-중경-청두 선을 의미한다. 2022년에는 이를 더욱 확장 시킨 8종 8횡 고속철도망 건설사업도 착수 되었다.
1960-70년대 기차표.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북경-모스코바 국제열차 시간표(1956년. 4박5일). 중국철도박물관. 2024 Ⓒ 김동하
‘4종 4횡’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상하이 구간이 2011년 6월에 개통되면서 본격 고속철 시대를 개막하게 된다. 2009년 9월에 개통된 무한-광저우 구간은 중국 최장 구간의 최고속도(350㎞/h) 고속철 개통으로 기록되면서, 그 영향으로 동일 구간의 항공노선이 폐지되기도 했다. 2023년 말, 현재 중국에는 총 15.9만㎞의 철도망과 4.5만㎞의 고속 철도망이 완성되었다. 중국 31개 성·직할시·자치구 중 시짱자치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은 현재 고속 철도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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