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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즐랜드 골드코스트의 남쪽, 마이애미라는 이름을 가진 조용한 해변 마을 한켠에는 매주 수요일에서 토요일 밤이면 색색의 조명이 반짝이고 음악 소리가 퍼지는 공간이 생겨난다. 겉보기엔 야시장 같고, 안을 들여다보면 음악 공연장 같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가들의 창작 마을 같기도 한 마이애미 마케타(Miami Marketta)는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활기찬 곳이라고 불린다.
마이애미 마케타(Miami Marketta)
운영시간 : 매주 수/목/금/토요일 오후 5시 ~ 10시
위치 : 23 Hillcrest Parade, Miami QLD 4220, Australia
https://www.miamimarketta.com/
마이애미 마케타는 매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리는 야시장이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데 티켓 구매가 필요한 이벤트도 있으니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길 추천한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길거리음식 냄새와 함께 들려오는 기타 소리에 먼저 눈이 커질 것 같다. 마케타의 입구는 네온사인과 벽화, 야광 조명이 어우러진 작은 골목인데, 벽면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그래피티가 가득하고, 간판 하나하나에도 개성이 묻어나서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많은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지만, 마이애미 마케타가 처음부터 이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이 공간을 처음 기획한 사람은 엠마 밀튼(Emma Miltons)이라는 지역 예술가이자 기획자였다. 엠마 밀튼은 골드코스트가 가진 문화적 자산이 “서퍼스 파라다이스와 해변”이라는 이미지에만 갇혀 있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지역 창작자들과 소규모 음악가들, 푸드트럭 셰프들이 진정한 골드코스트의 색을 만들고 있는데 왜 이들을 위한 무대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마이애미 마케타는 2011년 버려진 공업용 창고 한 채에서 그야말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실험의 공간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친구 몇 명과 푸드트럭 하나, 중고 스피커 한 쌍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러나 금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특히 마이애미 지역 주민들과 인근 학교, 창작 활동을 하던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이 공간은 ‘지역의 숨통’이 되었다. 사람들은 단지 음식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만나고 자신을 표현하고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마케타에 모였다.
마이애미 마케타가 생겨난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골드코스트가 단순한 해변 도시가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공간. 그것이 바로 마케타의 탄생 배경이다.
음식은 이곳의 중심이다. 무려 25개 이상의 푸드 부스가 운영되며, 메뉴는 다문화적이다. 태국의 팟타이, 일본의 라멘과 오코노미야끼, 한국식 불고기 타코, 멕시코의 타말레, 베트남의 쌀국수, 스페인의 빠에야, 인도의 커리, 그리고 호주의 소고기 파이까지. 각 나라의 음식을 퓨전 방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들도 많다. 예를 들어 김치와 베이컨을 넣은 감자전, 와사비 마요를 얹은 피시 앤 칩스 같은 이색 메뉴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가격은 대체로 10~20달러 선이며, 포션이 넉넉해서 둘이 나눠 먹기에도 충분하다.
음식 옆에는 바가 있다. 맥주, 와인, 칵테일을 포함해 다양한 주류가 판매된다. 지역 브루어리의 수제 맥주도 있어, 맥주 애호가라면 특히 좋아할 만하다. 주말 밤이면 음악과 술, 음식이 어우러져 어깨가 절로 들썩이게 된다.
라이브 공연은 이 마케타의 또 다른 심장이다. 골드코스트 출신의 인디 뮤지션들이 돌아가며 무대에 오르고, 팝, 록, 재즈, 블루스, 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매주 열리며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여기에 예술이 빠질 수 없다. 마케타 내부에는 공예품을 판매하는 마켓 섹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지역 장인들이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목걸이, 귀걸이, 천연비누, 향초, 마크라메, 도자기 작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일부 아티스트는 현장에서 직접 시연을 하기도 하며, 아이들을 위한 페이스페인팅이나 엽서 만들기 체험도 준비돼 있다. 이처럼 마케타는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참여형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천국처럼 느껴질 것이다. 마케타는 인스타그래머블한 포인트로 가득하다. 네온사인 벽 앞, 화려하게 꾸며진 푸드트럭, 조명이 내려앉은 야외 테이블, 벽화를 배경으로 한 라이브 무대까지. 특히 여름밤 붉은 석양이 잔잔히 내려앉을 무렵, 마케타 조명이 하나둘 켜질 때의 분위기는 정말 환상적이다. 삼각대 하나 없이도 누구나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현지인들은 이 마케타를 단순한 놀 거리로 보지 않는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직장인들이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한 주 마무리 맥주’를 즐기고,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은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공연을 감상한다. 예술가들에게는 창작물을 선보일 수 있는 진짜 무대이며, 젊은 연인들에게는 데이트 장소로, 여행자에게는 지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열린 창이 되어준다. 이곳은 단순히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 음악가, 셰프, 예술가, 관객, 주민, 그리고 낯선 여행자까지 모두가 잠시나마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이 마케타의 진짜 매력은 분위기다. 누군가 이곳을 ‘골드코스트의 심야 마을회관’이라 부른 적이 있다. 그 말처럼 마케타는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게 되는 따뜻한 장소다. 어떤 날은 한 외국인 여행자가 맥주잔을 들고 근처 사람들에게 “건배!”를 외쳤고, 사람들이 웃으며 함께 잔을 부딪쳤다. 어느 테이블에서는 지역 예술가가 라이브 페인팅을 하면서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한켠에서는 공연이 끝난 뮤지션이 아이들과 함께 피자를 먹고 있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 그게 바로 마이애미 마케타다.
이 마케타를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맛있는 음식이 있어서가 아니다. 좋은 음악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것들을 다 포함한, '사람을 중심에 둔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이런 장소를 만나는 건 흔하지 않다. 관광객도, 지역민도, 예술가도, 아티스트도 모두가 동등하게 존재하는 마이애미 마케타는 여행자에게는 단지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경험하는 여행'을 하게 만들어준다.
퀸즐랜드 골드코스트에 머문다면 단 하루 저녁만이라도 시간을 비워 마케타를 걸어보는 걸 추천한다. 여느 고급 레스토랑이나 명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도시와 연결되는 길이 열릴 것이다. 밤의 온기와 사람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마이애미 마케타로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