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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마운틴(Tamborine Mountain)은 호주 퀸즐랜드 주 남동쪽,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 사이의 내륙에 자리한 고원 마을로 골드코스트 근교 여행의 보물 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다. 바다와 도시 사이에 숨겨진 이 푸른 산은 해발 약 550미터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아늑한 기후를 자랑하는 곳이다. 바다와 서핑의 도시 골드코스트가 '활기찬 에너지'라면, 탬버린 마운틴은 '깊고 조용한 여운'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장소가 불과 1시간 거리라는 게 참 놀랍다.
탬버린 마운틴 와이너리 투어는 골드코스트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을 때, 하루쯤 도시의 소음을 내려놓고 숲과 와인, 예술이 있는 마을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신청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온종일 술을 양껏(?) 먹어 볼 수 있기 때문에 혼자 참여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가이드나 다른 여행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던 것 같다.
와이너리 투어는 현지 에이전시에서 직접 예약을 해도 되고 클룩(Klook)이나 마이리얼트립(Myrealtrip), KKday 등에서 온라인 신청을 해도 된다. 대부분 8~12인의 소규모 그룹으로 구성되며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통 골드코스트 시내에서 아침 9시경 차량으로 출발하며 친절한 지역 가이드가 운전을 맡아 이동한다. 투어 차량은 아담하지만 쾌적하고, 대부분 에어컨과 와인 보관함까지 갖춰져 있다.
첫 번째 방문지는 ‘Tamborine Mountain Distillery (탬버린 마운틴 디스틸러리)’이다.
겉보기엔 동화 속 오두막처럼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외관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유럽풍 리큐어 향과 화려한 병들이 반짝이며 시선을 사로잡는 게 탬버린 마운틴의 숲과 언덕 사이에 숨은 작은 증류주 천국 같았다.
디스틸러리는 와이너리만큼이나 탬버린 마운틴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코스 중 하나인데,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수제 증류소로 다양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전통적인 유럽식 리큐어 제조법을 바탕으로 하되, 탬버린 마운틴 지역에서 나는 과일, 허브, 꽃, 향신료 등을 활용해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창적인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종류도 굉장히 다양한데 보통의 보드카, 진, 럼은 물론이고, 피치&브랜디, 레몬 마틀리큐어, 라벤더 리큐어, 심지어 고추가 들어간 리큐어까지 있다.
시음은 대부분 5종 내외로 가능하며, 그날의 라인업은 계절과 재고, 이벤트에 따라 달라진다. 시음은 가이드가 설명을 곁들여 하나하나 제공해 주는데, 그 방식이 너무 친절하고 위트가 넘쳐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병 디자인과 진열 방식이었는데 내부가 마법약 가게처럼 꾸며져 있고, 각 병은 손으로 그려 넣은 듯한 라벨과 컬러풀한 병 모양이 마치 예술작품 같았다.
두 번째 방문지는 ‘Cedar Creek Estate(크릭 에스테이트)’ 였는데 아름다운 정원과 인공 동굴, 와인 셀러 투어가 함께 진행되며,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이곳은 특히 포트 와인과 초콜릿 리큐어가 유명한데, 달콤하고 진한 풍미 덕분에 디저트와 함께 먹기에도 좋다. 리틀 교회처럼 생긴 웨딩 채플도 함께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연인 여행자들에게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세 번째 방문지는 ‘Mason Wines(메이슨 와인즈)’이다. 탬버린 마운틴의 푸른 언덕 사이 조용히 자리한 와이너리로, 깔끔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주는 수제 와인과 함께 자연 속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용히 입소문이 돌고 있는 ‘숨은 명소’ 같은 곳이기도 하고, 탬버린 마운틴 와이너리 투어에서 들르게 되면 꽤 감동적인 순간을 남기게 되는 와이너리다.
가족 중심의 부티크 와이너리로,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내 포도밭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로 정직하게 와인을 만들어 왔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만큼 와인 하나하나에 대한 정성과 집중도가 높다. 대표 와인으로는 Verdelho(베르델로)와 Shiraz(쉬라즈), 그리고 드라이한 로제 와인이 있다.
Mason Wines의 또 다른 매력은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간단한 플레이트 요리를 제공하는데, 와인과 너무 잘 어울린다. 가벼운 샐러드나 수제 햄버거, 그릴드 치킨이나 양고기 요리 등 메뉴는 다양하고, 맛도 섬세하다. 점심 식사 후 잔잔한 숲을 보며 즐기는 한 모금의 와인, 이보다 더 평화로운 시간이 있을까 싶다.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와이너리는 테라스에서의 전망이 특히 인상적이다. 와인잔 너머로 펼쳐지는 포도밭과 멀리 보이는 초록의 산자락은 와인의 풍미를 더 깊게 만든다. Mason Wines는 화려하진 않지만, 그 정직한 맛과 공간의 따뜻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와이너리다. 탬버린 마운틴 투어에서 바쁜 와이너리보다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깊게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와인잔 너머로 보이는 그 고요한 숲과 햇살은 여행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최고의 조미료가 되어준다.
네 번째 방문지는 ‘Witches Falls Winery’이다. 이 와이너리는 2004년에 설립되었는데 비교적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호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탬보린 마운틴을 대표하는 부티크 와이너리 중 하나로, 자연주의 철학에 따라 화학 첨가물을 최소화한 와인을 생산한다. 와인뿐 아니라 사과 사이더도 인기인데, 은은한 탄산과 과일향이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테이스팅룸은 유리와 나무로 꾸며진 세련된 공간으로, 한 잔 한 잔 설명을 곁들여가며 시음하는 시간이 여행의 첫 시작을 기분 좋게 이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와인을 만드는 공간과 마시는 공간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셀러 바로 옆에서 숙성 중인 오크통을 볼 수 있고, 와인을 담근 사람의 설명을 들으며 그 결과물을 맛보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마치 작은 양조장의 주방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는 ‘Witches Chase Cheese Company’에 들른다. 이 치즈 공방은 탬보린 마운틴 지역의 우유를 사용해 수제 치즈를 만드는 곳으로, 크리미한 브리, 짭짤한 페타, 깊은 풍미의 블루치즈 등 다양한 치즈를 시식할 수 있다. 와인과 치즈의 조합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시음 후 마음에 드는 치즈를 구입해 여행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은, 하루의 정점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