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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남부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푸껫'
그곳에서 즐긴 색다른 분위기와 감성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또 받는다. 지루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하루를 넘기며 차츰 휴양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간다. 사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이번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휴양지로 유명한 몰디브, 푸꾸옥, 파타야 등을 다녀왔다. 휴양 여행이라면 어느 정도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분기마다 우리는 지쳤고, 새로운 휴양지가 또 필요해졌다. 그런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태국 남부에 있는 '푸껫'이었다.
태국의 진주, '푸껫'
태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태국 남부 휴양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푸껫은 적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일 년 내내 따뜻한 기온을 유지한다. '태국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얕은 수심과 잔잔한 파도로 유명한 곳이기에, 섬 곳곳에 있는 해변마다 관광객들로 붐빈다. 푸껫이 위치한 안다만 해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바다가 품고 있는 풍성한 산호초, 열대어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올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푸껫이 흥미로운 이유는 1970년 대에 국가가 본격적으로 나서서 만든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1967년에 태국 내륙과 섬을 연결하는 싸라씬 다리가 놓이면서 개발의 물꼬가 텄다. 이후 푸껫 국제공항이 개항했고 해안가 일대에는 리조트와 호텔을 비롯하여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건설되었다. 1980년대에는 방 타오 비치(Bang Tao beach)의 석호가 개발되어 '라구나(Laguna)' 단지가 세워진다. 몇십 년에 걸친 노력으로 관광지 다운 모습을 갖춘 푸껫의 관광산업은 빠똥 비치(Patong beach)의 개발로 정점을 찍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태국 대표 관광지로 군림해온 만큼, 푸껫 곳곳에 노후화된 시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대로 있었더라면 쇠락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재해 덕분이었다. 2004년에 밀어닥친 지진해일은 재앙과도 같았지만, 이로 인해 푸껫의 노후화된 관광 인프라를 복원하고 새 단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05년 미국 포춘지는 세계 5대 은퇴 이민자를 위한 도시 중 하나로 푸껫을 꼽았다.
온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했지만,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다시금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은 관광과 건설 붐이 일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여행을 시작하기 며칠 전에 푸껫이 쓰레기 섬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엔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푸껫은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깨끗한 자연을 가지고 있었다. 안도감이 들었던 것과 더불어 한 편으로 기사가 나온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이 자연이 오랫동안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푸켓', '푸껫' 어떤 발음이 맞는 거야?
여행을 준비하면서 푸껫의 명칭에 대해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표준어로는 '푸껫'이 맞는데, 다들 '푸켓'으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영문 'Phuket'을 한국식으로 표기하면서 생긴 오류라고 한다. 태국어로 'ภูเก็ต'은 '푸껫'이라는 음가를 가지고 있으며, 영문 k는 'ㄲ'로 발음되기에 '푸껫'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원어에 가깝다고 한다. 여전히 푸껫을 쓸 때 '푸켓'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알게 되었으니 푸껫이라고 발음하고 쓰려고 노력 중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이름이 '산(언덕)'이라는 의미의 말레이시아어 '부낏(푸낏,bukit)'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이다. 이 유래처럼, 푸껫에서는 산과 해변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덕분에 동남아시아에서 아름다운 휴양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름에 대해 알아가면서 푸껫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서 왠지 보람을 느꼈다.
푸껫에서는 어떤 것을 즐겨야 할까
오랫동안 관광지로 명성을 떨친 곳이니만큼, 푸껫을 찾는 관광객들의 목적도 다양했다. 어떤 이는 서핑을 즐기러, 또 어떤 이는 바다가 가진 풍요로운 자연의 보고를 체험하기 위해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러 오기도 했다. 푸껫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빠똥 비치는 '세계 3대 노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멋진 풍경을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 그뿐인가, 해변을 따라 있는 리조트는 호화스러운 휴양을 즐기기에 그만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야말로 액티비티, 휴양 그 어느 것도 빠지지 않는 관광지였다.
그중에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섬 투어'였다. 푸껫 주변에는 뛰어난 자연 경관을 가진 섬들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남짓한 일정으로는 모든 섬을 둘러보기엔 무리였기에, 특별히 두 곳을 골라가기로 했다. 그래서 1년에 반 년만 문을 연다는 시밀란섬과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피피섬을 가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일정은 예상보다 더 빡빡해졌지만, 섬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이 뚜렷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피피섬은 그 어떤 곳보다 청정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여기에 섬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가 우리의 마음을 녹였다. 여행을 마치고 온 지금도 '피피섬 앓이'를 할 정도로, 이 섬이 가진 매력은 중독적이었다. 그래서일까, 여유로운 여행 스타일을 추구하는 서양인 관광객이 그 어느 곳보다 많이 보였다. 동양의 섬이지만 서양인이 훨씬 많았던 풍경 속에서 오묘함을 느꼈고, 그래서 더욱 독특한 순간이었다고 느꼈던 듯싶다.
푸껫에서 만난 무슬림
푸껫에서 특이하다고 여겼던 점 중 한 가지는 무슬림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태국은 불교가 국교라고 알고 있었는데, 히잡을 쓴 여성이나 모스크를 곳곳에 볼 수 있어서 놀라웠다. 이는 지리적·역사적 영향이 크다. 푸껫을 비롯한 태국 남부는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말레이 문화와 이슬람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아왔다. 푸껫이 태국에 편입된 것은 13세기 경이었지만, 여전히 이슬람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음식점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현지인이 이용하는 반찬가게에서도 할랄 인증을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왕족이 스님이 될 정도로 독실한 불교 국가에서 이슬람교라니, 할랄이라니. 묘한 기분이었다. 이어 할랄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돼지고기를 못 먹는 것뿐이지, 음식을 조리하는 기술은 태국인들답게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시간마다 들려오던 엄숙한 기도 소리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태국의 다른 지역과는 다른 점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푸껫이 달리 보였다. 세계의 다채로운 전통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그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씨 또한 곱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푸껫이 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매력적인 여행지는 이렇게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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