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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처음 골드코스트에 왔을 때 가장 놀란 건 앵무새와 박쥐가 참새만큼 있다는 점이었다. 이른 아침 새들이 지져귀는 소리에 눈을 떠 보면 창문 앞 커다란 나무에 촘촘히 앉아있는 앵무새들이 머릿속을 멍청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 할까. 마찬가지로 해질녘 무렵 강가나 공원 벤치에 앉아 날개짓 소리에 고개를 들면,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커다란 박쥐들이 도심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서퍼스파라다이스 북쪽의 파워하우스 공원(Powerhouse Park)이나 브로드워터 파크랜드(Broadwater Parklands) 일대에서는 해질녘 박쥐 떼가 날아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는데 이걸 단순히 자연의 경이로움이라고 감탄하기엔 언제나 기분이 오묘해졌다.
생각보다 커다란 박쥐를 도심에서 바라보는 일이 조금 익숙해지고, 태연하게 앉아있는 박쥐들을 아무 생각없이 게슴치레 눈을 뜨고 볼 수 있게 될 즈음 카바레 쇼를 감상하며 고급스러운 디너 코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외관으로만 보면,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기묘한 곳 처럼 보여진다.
드라큘라스 카바레(Dracula’s Cabaret)
위치 : 1 Hooker Blvd, Broadbeach QLD 4218
문의전화 : +617 5563 4900
웹페이지 : https://draculas.com.au/
호주 골드코스트의 밤을 장식하는 이색 공연장, 드라큘라스 카바레(Dracula’s Cabaret)는 수위 높은 공연으로 만 15세 이상부터 입장 가능하며 코미디와 라이브, 곡예까지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브로드비치 중앙에 위치한 이곳은 저녁 7시부터 문을 열어 먹고 놀기에 최적의 시간을 제공한다. 운영 시간은 주중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말 금·토요일 및 공휴일에 따라 달라지며 티켓 유형에 따라 도착 시간도 상이하다. A 리저브는 오후 7시, B 리저브는 오후 7시 30분 입장이다. 평균 공연 소요 시간은 식사와 쇼를 포함해 약 2시간 30분에서 3시간가량이다.
티켓 가격은 공식 홈페이지 A 리저브 기준으로 화목요일 149달러, 금·토요일 및 공휴일 159달러이고, B 리저브는 화목요일 119달러, 금·토요일 및 공휴일 129달러다. 서비스 수수료 3.90달러가 별도 부과되며, 뉴 이어스 이브 패키지는 199달러에 스파클링 와인과 카운트다운이 포함되어 더욱 화려하다. 단체 예약(12인 이상) 시 화~금요일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와그, 그루폰 등 할인 사이트를 이용하면 공식 홈페이지 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구매 전 손품은 필수다.
주말과 공휴일은 매진이 빠르고, 특히 여성 관객들이 많이 찾는 ‘Ladies’ Night’은 예매 시작 당일에 매진되기도 한다. 예매 시 좌석 구분을 잘 확인해 중간 열 중앙 석을 선택하면 배우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예약 후 티켓을 입구에서 보여주면 된다.
컨셉에 충실한 케이크 예약도 가능하다.
공연은 성인 전용으로 부분 누드와 성인 유머가 포함되어 있어 만 15세 이상만 입장 가능하고, 현장에서 신분 확인을 위해 여권 또는 운전면허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
가는 방법은 골드코스트 라이트 레일의 브로드비치 사우스(Broadbeach South) 정류장 하차 후 도보 5분 거리이므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요금은 존 구간에 따라 3~4달러 선이며, 구피 태그 이용 시 더욱 저렴하다. 브리즈번 공항에서 직행 셔틀 버스를 이용하거나 Uber, Ola 등의 라이드셰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 이용 시에는 공연장 맞은편 Pacific Fair 쇼핑센터 주차장을 활용하거나, 인근 가로주차를 이용할 수 있다. 트램 외에도 Surfside 버스노선이 드라큘라 바로 앞까지 운행하는데 주요 버스 요금은 약 3~4달러다. 브로드비치 일대는 걸어서 탐방하기 좋고 주변에 Pacific Fair 쇼핑몰과 오션파크 등이 가까워 공연 전후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만나는 직원들 분장이 심상치 않다. 단순 드라큘라 컨셉 공연인줄 알았는데 에버랜드 귀신에 집에 들어가는 것 처럼 직원들 컨셉이 확실하고 입구에서 롯데월드에 혜성특급 비슷한 놀이기구 같은 걸 타고 들어간다. 물론 구간이 매우 짧고 그렇게 빠르진 않지만, 입장하는 순간부터 도파민이 마구 샘솟아 올라왔다.
드라큘라스 카바레의 역사는 1960년대 멜버른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시작된다. 1985년 골드코스트 지점이 문을 열면서 호주 전역에 명성을 떨쳤다. 뱀파이어라는 매혹적인 테마 아래 코미디, 버라이어티, 벌레스크, 공중 곡예, 라이브 밴드 연주가 결합된 이 쇼는 다른 어떤 공연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블랙라이트 인형과 호러 테마 소품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는 잊지 못할 밤의 순간을 연출한다.
드라큘라스 카바레의 진정한 매력은 무대 위 연출과 관객의 호흡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완전 몰입형 공연이라는 점이다.
붉은 벨벳 커튼이 열리면 짙은 어둠 속에서 살짝 비치는 산파이어 조명이 무대를 은밀하게 감싼다. 뱀파이어 여왕이 등장하면 관객석에서 전율이 흐른다. 코미디와 버라이어티, 벌레스크가 자연스럽게 뒤섞이면서 중간중간 잔잔한 공포감을 자아내는 연출이 독특하다. 공중 곡예사들이 와이어에 매달려 어둠 속에서 유영하듯 무대를 가로지를 때면 심장이 멎을 듯한 짜릿함을 느낀다.
라이브 밴드의 짙은 베이스와 섹소폰 솔로가 이어지며 쇼 전체의 리듬을 이끈다. 배우들이 객석 사이로 돌진해 관객과 눈을 맞추며 농담을 던지는 순간, 관객은 무대 위 인물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쇼의 피날레로 펼쳐지는 블랙라이트 안무는 형형색색의 네온이 어우러지며 마치 판타지 꿈속을 걷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한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공연으로 진화한다.
공연 중간 휴식 시간에 관객에게 나눠주는 ‘블러드 포션’ 칵테일에도 사연이 있다. 매 시즌 한정으로 공개되는 이 음료는 원래 어느 배우의 생일 파티용으로 만든 레시피였다. 뱀피리 여왕 역을 맡았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술을 흘리고 말았는데, 무대 담당 스태프가 즉석에서 장미청과 라즈베리 시럽을 섞어 응급처치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입소문을 타고 결국 정식 메뉴가 되었고, 지금은 시즌별 시럽 맛이 바뀌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복장은 공연장 안팎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가벼운 복장과 편안한 신발을 권장한다. 카메라나 스마트폰은 공연 중에도 플래시를 끄고 자유롭게 촬영 가능하다.
드라큘라스 카바레는 평범한 쇼를 넘어 호주 골드코스트의 밤 문화를 응축한 축제 같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 뱀파이어 테마와 버라이어티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스토리텔링은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색다른 추억을 안겨준다. 골드코스트를 방문한다면 드라큘라스 카바레에서 마법 같은 밤을 경험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