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지역의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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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워!"
중앙아시아 카타르의 태양은 인간이 도저히 걸어 다닐 수 없는 열기를 내뿜었다. 2일 동안의 스톱오버 일정을 촘촘히 보내려던 우리의 계획은 이렇게 플랜 B로 바뀌었다. 야외 일정을 빼고 실내 코스로 새로 짰는데 다행히 가보고 싶은 곳이 일치했다.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국립박물관과 도서관을 주 목적지로 했다. 밤 일정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카타르는 해가 지고서야 피어나는 도시였다. 어둠에 잠긴 도하는 신비로운 아라비안나이트의 활기찬 동굴 속으로 변한다.
카타르항공과 연계된 알나자다 호텔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시청역 플라자 호텔과 견줄 수 있겠다. 별 다섯 개 오성급 호텔이면서 전철이 바로 앞에 있어 교통이 무척 편리하다.
저녁 식사는 광장 지나 위치한 재래시장( Souq Waqif)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거나 적당한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낮에 상아빛이던 이슬람 사원은 조명을 받아 온통 황금빛이다. 낮엔 택시 한대 잡기도 힘들던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다양한 놀이 기구가 설치되어 롯데월드급으로 깜짝 변신한다.
레드망고 좌판이 푸짐해 보여 사려 했더니 생각보다 꽤 비싸다. 여기 오기 전 조지아 물가를 생각했다가 아차, 싶었다. 카타르는 농업을 하지 않고 공산품과 농산물을 수입하는 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스텝 기후 넓은 땅에서 흔하게 과일과 가축을 키워내는 조지아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싸다. 비행기를 타고 지나 온 이란은 시식하다 배부를 정도로 견과류와 곡식이 저렴하다던데 우리는 물가 비싼 나라에 와 있구나. 배고프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맛보는 경험을 놓치기 싫어 1인당 한 개씩을 사서 먹어보았다. 많이 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일은 내일 아침 호텔 조식에서 실컷 먹기로 했다. 스톱오버 혜택으로 우린 5성급 호텔을 80% 할인된 가격으로 누리고 있었다.
* 스톱오버 ( Stopover) -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다 24시간 이상(국제선 기준) 경유 국가에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해외여행의 꿀팁인 스톱오버 제도를 이용했을 때 좋은 점은 추가 비용 없이 나 대폭 할인된 금액으로 도시, 혹은 국가 하나를 더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사 패키지를 이용할 경우 호텔 숙박, 시내 투어 등을 포함한 패키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투어는 빼고, 호텔 이용만 신청했다. 또한 스톱오버를 이용하면 장거리 여행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우린 조지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에 카타르 항공과 연계한 패키지를 넣었다. 조지아 여행 팀의 일부는 터키를 선택해 이스탄불로 날아갔다.
** 레이오버 ( Layover) - 국제선 기준 24시간 미만, 국내선 기준 4시간 미만일 때 이용한다. 직항이 아닌 환승 노선일 때 적용되는데 공항에서 벗어날 수 없고 대기해야 한다. 6시간 이상 레이오버 될 때에는 도시 미니투어를 제공하는 공항이 있다. ( 예 : 인천공항, 도하 하마드 공항, 이스탄불 공항 등 )
카타르의 주요 산업은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이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 LNG 수출국 중 하나이고 국영기업인 Qatar Energy에서 관리한다. 이 외에 석유화학, 건설, 금융 및 투자 산업이 주축이다. 석유가 채굴되기 전에는 해녀처럼 위험하고 고된 천연 진주잡이나 어업과 목축업, 중계무역을 하던 넉넉지 않은 삶이었다.
그래서 관광산업에 더 힘쓰는지 카타르항공과 스톱오버 시스템은 무척 훌륭했다. 연계된 호텔 서비스 역시 수준급이다. 조지아로 출국할 때는 작은 비행기를 타서 다음부터 장거리 해외여행을 못 견딜 것 같았는데, 돌아오는 카타르항공편은 이코노미석인데도 무척 쾌적해서 앞으로 먼 길 갈 때는 카타르항공을 애용할 것 같다.
스페인 사람들이 낮잠인 '시에스타'를 즐기는 것처럼 카타르인들도 '꾸일라'를 즐긴다. 학교는 오전 7시경 시작해 정오쯤 하교한다. 여름엔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실내에서 지내다가 야간 중심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한다.
달맞이꽃처럼 광장에 카타르인들이 피어난다.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산책하고 놀이 기구를 타며 과자를 사 먹는다. 천체 망원경을 설치하고 관람료를 받는 사람, 매를 팔에 얹고 인증 사진을 찍어 볼 수 있고, 낙타 체험도 가능하다.
길 한복판에 고양이가 늘어져있다. 터키인들의 고양이 사랑이 남다르다던데 카타르인 역시 그러한가 보다. 하마드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 이국적인 느낌이 컸던 이유 중 하나가 남자들이 입은 하얀 토브였다. 현지인들은 '디슈다샤 Dishdasha' 라고 부른다. 토브를 입은 남성들과 검은색 '아바야 Abaya'를 입은 여성들 사이를 지나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두 명이 스치듯 지나갈 수 있는 통로엔 향신료, 견과류, 염색된 천, 보석함을 비롯해 식기와 일상용품들이 가득해서 아라비안나이트 신드바드가 되어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적당히 배가 고플 때까지 심사숙고하며 고른 식당은 구글 별점이 높은 '사막의 장미 Desert rose'이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으면 패드로 주문을 받는다. 대형 TV에서는 축구 중계가 한창이다. 카타르의 축구 사랑은 우리와 비슷한 것 같다. 2022년 FIFA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는
'스포츠를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국가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알사드, 알두하일, 알라이얀 등 축구 클럽이 리그를 이끌고 있으며 지역 기반 팬덤이 있으며, 여성과 청소년의 축구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축구 외교는 카타르의 외교 전략 중 하나이다.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데 적극적이고 건강한 내 여행 친구들은 각자 다른 메뉴를 골라 서로 맛보았다. 이틀째 되는 날 역시 광장에 있는 식당인 'Danat Al Bahar BBQ'에 갔는데 인근 바다가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을 진열해놓고 손님이 고르면 구워주는 형태였다. 우리들에게는 일회용 숟가락과 포크를 주었는데 현지인들은 손가락으로 밥알을 꼭꼭 눌러 입에 넣어 먹고 있었다.
저녁엔 도하 베이에서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꽤 시원했다.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유람선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도하 밤바다를 항해했다. 출발하자마자 클럽을 연상케하는 큰 음악을 틀어댔고, 마침 생일을 맞은 친구가 있는 필리핀 관광객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바람에 우리도 더불어 어울렸고 인스타그램 필드에 곱게 박제해놓았다. 카타르 여행은 역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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