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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의 심장, 벤프(Banff)는 눈부신 절경과 야생의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마법 같은 장소다. 캐나다 앨버타 주에 위치한 이 도시는 1885년에 설립된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국립공원의 면적은 약 6,641㎢로 서울의 10배가 넘는 광활한 땅 위에 호수, 계곡, 산, 빙하, 숲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있는데, 캘거리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벤프를 포함한 캐나다 대부분의 국립공원은 자동차 또는 사람 단위로 입장료를 받는 구조이고, 벤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25년 기준으로 벤프 국립공원 입장료는 다음과 같다.
1일권 (Day Pass)
성인 (18–64세): CAD $11.00
시니어 (65세 이상): CAD $9.50
청소년 (17세 이하): 무료
가족/그룹 (최대 7인까지, 동일 차량): CAD $22.00
연간 패스 (Discovery Pass)
성인: CAD $75.25
가족/그룹: CAD $151.25
벤프 국립공원 입장권 구매 : https://www.banfflakelouise.com/park-pass-purchase
입장권은 하루 단위로 계산되며, 국립공원 내에 머무는 기간 만큼 구매를 해야 한다. 쉽게말해 숙소가 공원 안에 있다면, 숙박일수만큼 구매하는 게 원칙이다. 디스커버리 패스는 캐나다 전역의 모든 국립공원, 국립 사적지, 해양 보호구역에 1년간 무제한 입장 가능한데, 벤프 외에도 재스퍼, 요호, 퍼시픽림 등에 갈 계획이 있다면 이게 훨씬 경제적이다. 티켓은 온라인으로 사전 구매 가능한데, 공원 입구 톨게이트에서 차량 진입 시 직접 구매하거나 벤프 타운 내 인포 센터나 상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벤프 국립공원 내 이동은 렌터카, Roam 버스, 셔틀버스, 자전거 등을 통해 가능하다. Roam 버스는 벤프 타운에서 루이스 호수나 존스턴 캐니언 등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대중교통으로, 1회 요금은 약 CAD $2에서 $10까지 다양하다. 특히 친환경 이동 수단을 선호하는 여행자에겐 Roam 버스가 좋은 선택인데, 가장 자유로운 방법은 역시 차량을 렌트하는 것이다. 렌터카는 풀커버를 하지 않으면 비용이 절반 이하로 저렴하게 이용 가능한데 이동하는 내내 마음을 졸이며 다녀야 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그룹 연간 패스가 있는 친구가 있어서 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할 수 있었다.
벤프 국립공원의 관문인 벤프 타운(Banff Town)은 작은 알프스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머무는 중심지로, 레스토랑과 카페, 아웃도어 샵, 호텔, 미술관, 온천 등이 밀집해 있어 여행의 출발지로 딱 알맞다. 벤프 애비뉴를 따라 걷다 보면 산과 하늘이 맞닿은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벤프 타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목재와 돌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들이다. 산장 스타일의 이 건물들 사이로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 술집, 제과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거리마다 따뜻한 분위기가 흘러넘친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걸을 때마다 눈이 즐겁고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들이 따라붙는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여행의 진정한 한 부분이 된다.
벤프에는 ‘전설의 곰’으로 불리는 The Boss라는 그리즐리 곰이 있다. GPS 추적기를 통해 과학자들이 10년 넘게 관찰 중인데, 이 곰은 로키산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수많은 고속도로를 무사히 횡단하고, 겨울잠도 짧게 자며 산의 왕으로 불린다. 이 곰을 실제로 만나게 될 가능성은 낮지만, ‘자연의 주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겸허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캔모어(Canmore)에서 차로 약 5~10분 거리에 위치한 그래시 레이크스(Grassi Lakes)이다. 캔모어는 벤프에서 동쪽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로컬 마을이지만, 이 근방에는 벤프 못지않은 절경들이 숨어 있고, 그래시 레이크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장소 중 하나다.
그래시 레이크스는 이름처럼 두 개의 작은 호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에메랄드빛에서 청록색까지 다양한 색이 자연광에 따라 달라지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이 호수들은 로키산맥 빙하에서 녹아내린 순수한 물이 지하로 흐르다 솟아오른 샘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유난히 맑고 깨끗하며,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투명도를 자랑한다.
호수까지 가기 위해선 Grassi Lakes Trail이라는 하이킹 코스를 따라 걷게 되는데, 총 거리 약 4km 왕복, 고도 상승은 약 250m 정도로 난이도는 아주 낮은 편이다.이 트레일은 크게 두 가지 루트로 나뉘는데, 하나는 이지 루트(더 부드럽고 경사가 완만한 길), 다른 하나는 경관 루트(scenic route)로 조금 더 경사 있고 계단과 바위길이 있지만, 중간중간 멋진 전망대가 있어 인기가 높다.
트레일은 대부분 나무 그늘 아래에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게 걸을 수 있으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강아지를 데려온 현지인들, 그리고 캐주얼한 하이커들로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정상에 도착하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두 개의 호수는 생각보다 훨씬 작고 조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색과 깊이는 마음까지 투명하게 씻어준다.
이곳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클라이밍 명소로도 유명하다는 것이다. 호수 위 절벽에는 스포츠 클라이밍 루트가 여러 개 개발되어 있어, 현지 클라이머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초보자에서 중급자를 위한 루트들이 많고, 루트 이름과 등급은 바위에 표시되어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장비가 있다면 직접 도전해보는 것도 좋고, 근처 클라이밍 가이드 투어나 장비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