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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호수(Lake Louise)는 에메랄드빛 호수와 그 너머의 빅토리아 빙하가 조화를 이루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 모습은 너무나 완벽해서, 마치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색만 골라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 것처럼 보인다.
해발 1,750m 고지대에 위치한 이 빙하호수는 1882년 캐나다 태평양 철도 탐사대가 이곳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원래 스토니 부족의 원주민들이 ‘호수의 작은 물의 정령’이라 부르던 곳이었는데, 19세기 후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딸 루이스 공주의 이름을 따서 ‘Lake Louis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지금은 벤프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이며,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자가 이 호수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
루이스 호수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그 물빛이다. 이 물빛은 단순히 ‘예쁜 색’이라기보단, 지극히 자연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마법 같은 색이다. 록 플라우어(Rock Flour)라 불리는 빙하 침전물이 햇빛에 반사되면서, 물속에서 퍼져 나오는 듯한 에메랄드색이 형성되는데, 특히 해가 중천에 뜨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가 가장 선명하다. 그 물빛은 변화무쌍해서 날씨와 시간, 각도에 따라 푸른빛, 연두빛, 때론 하늘빛까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처음 그 풍경을 마주했을 때, 누구나 말없이 멈춰서게 되는 그런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호수는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그 뒤편에는 만년설이 쌓인 빅토리아 빙하(Mount Victoria Glacier)가 거대한 병풍처럼 서 있다. 그리고 호숫가 한쪽에는 유럽의 성처럼 우아하게 자리한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Fairmont Chateau Lake Louise)가 풍경을 완성한다.
호수는 그리 크지 않지만, 깊이가 70m에 달해 의외로 웅장한 감각을 준다. 호수 주변은 완만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걷기 좋으며, 호숫가를 따라 걷는 쉬운 트레일부터 본격적인 하이킹 코스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모든 여행자에게 열려 있다.
루이스 호수에서 꼭 해봐야 할 특별한 체험이 있다면, 바로 카누 타기다. 잔잔한 호수를 따라, 천천히 노를 저으며 빙하 앞으로 나아가는 그 기분은 마치 그림 속에 들어간 것 같은 경험이다. 물이 너무 맑아서 노를 저을 때마다 투명한 물속이 일렁이고, 산과 하늘이 물 위에 반사되어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정말 말 그대로 "세상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카누는 6월~10월 초까지만 운영되며, 날씨에 따라 유동적으로 열리고 닫힌다. 운영 시간은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고,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중단되기도 한다. 요금은 꽤 비싼 편인데, 1시간 대여 기준 2인용 카누는 약 CAD \$145, 3인용은 약 CAD \$155 정도다. 페어몬트 샤토 호텔 숙박객은 할인된 요금으로 대여할 수 있고, 대기줄도 훨씬 짧다.
사람이 적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에 카누를 타면, 조용한 호수 위에 나 혼자만 있는 듯한 감각이 든다. 그 순간의 고요함과 청명함은 사진으로도, 말로도 온전히 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루이스 호수 바로 앞, 설산과 빙하가 병풍처럼 둘러싼 이 절경의 중심에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럭셔리 호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Fairmont Chateau Lake Louise)는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세계 여러 나라 여행자들에게 꼭 한 번은 머물고 싶은 '버킷리스트 호텔'로 통한다.
1890년대, 캐나다 태평양 철도(CPR)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세운 숙소로 시작된 이곳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지금의 우아하고 웅장한 캐슬 스타일의 고급 리조트로 탈바꿈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여행자들과 모험가, 그리고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해온 곳이다. 특히 20세기 초에는 빙하를 등지고 유럽풍 산악문화를 즐기던 알피니스트들의 본거지처럼 여겨졌다고 한다.
객실은 총 500여 개로 구성되며, 각기 다른 크기와 전망을 자랑하는데, 이 중에서도 루이스 호수가 바로 보이는 뷰 객실은 특히 인기가 많다. 호텔 내부에는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 스파와 피트니스 센터, 실내 수영장까지 갖춰져 있어 실내에서만 머물러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특히 ‘Walliser Stube’에서는 스위스식 퐁듀와 알프스 스타일 요리를 맛볼 수 있고, ‘Lakeview Lounge’는 이름 그대로 호수를 바라보며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창가 자리에 앉아 샴페인 한 잔을 마시는 순간, 문득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게 정말 꿈은 아니구나" 하는 감동이 밀려온다.
호수를 마음껏 벗어나도 어딜가나 찬란한 물빛이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다.
보기에는 무척 아름답고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그 특유의 탁한 물빛은 깊이를 알 수 없었고 빙하수 특유의 매서운 온도와 이따금씩 만나는 거센 물길은 종종 공포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계절마다 매력이 뚜렷한 벤프는 여름에는 푸른 호수와 야생화 가득한 하이킹 코스가,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과 청명한 공기가, 겨울엔 눈꽃이 피어난 설경과 스키 리조트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봄에는 해빙이 시작되며 야생동물 관찰에도 좋은 시기다. 특히 엘크와 무스, 곰, 마멋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마주치는 순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기도 한다.
벤프 국립공원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나를 자연 속으로 이끌고, 몸과 마음이 깊이 쉬게 해주는 장소인 것 같다. 북적이지 않아도, 쇼핑몰이 없어도, 사람의 소음이 사라진 그 자리에 바람과 나뭇잎 소리, 계곡의 물소리가 대신 머무는 곳이다. 가끔은 너무 커다란 자연에 작아지는 기분이 들지만, 오히려 그게 삶에서 놓치고 있던 겸손함을 다시 일깨워준다.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그리고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그래서 한 번 다녀오면, 꼭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남는 곳이다. 벤프는 그런 마법을 가진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