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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주요 도시의 박물관, 기념관을 돌아보는 뮤지엄 투어
#52. 중국부채박물관
중국부채박물관(中国扇博物馆·China Fan Museum)은 절강성의 수도 항저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공진교(拱宸桥) 서쪽에 위치한 교서역사문화거리(桥西历史文化街区)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항저우 공예미술박물관, 중국칼·가위·검·박물관, 중국우산박물관, 수공예생태전시관 등 10여개 크고 작은 박물관이 모여 있는 문화 클러스터를 조정하고 있다. 이곳에 부채박물관이 존재하는 또 다른 배경은 바로 서호(西湖)라는 호수이다. 옛 문인들은 서호를 거니는 풍경을 소재로 많은 문학 작품을 남겼다. 이때 등장한 미장센(mise-en-scène) 중 하나가 바로 부채였다.
중국부채박물관 입구. 2024 Ⓒ 김동하
서한시대(BC202-AD8) 장병죽선.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춘추시대(BC770-BC476) 단병죽선.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전국시대(BC476-BC221) 단병죽선.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위진 시대(220-420) 녹미선(사슴꼬리모양 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절강성의 수도 항저우는 5대10국 시대 오월국(吴越国·907-978년), 남송(1138-1279년)의 수도였고, 장강 하류에 위치하여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 이러한 배경으로 다양한 중국 문화가 이곳에서 꽃피워졌다. 절강성은 동남 연해안에 위치하며, 장강삼각주 남쪽지역으로, 동북쪽으로는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와 인접하고 있다. 해안선은 6,486㎞로 중국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지역이다. 면적 500㎡ 이상인 섬이 3,061개로, 저우산군도(舟山群島)가 있어서 중국에서 섬이 가장 많다. 성 내에 흐르는 쳰탕쟝(錢唐江)의 옛 이름인 저장(浙江)에서 절강성의 이름이 유래되었다. 절강성의 약칭도 저(浙)이다.
전국시대 장병우선(깃털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고대 황제 행차 모습에 등장한 부채(장병선).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원나라 비단 둥근 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시대별 부채 모양.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청대 항저우에 있었던 부채회관(상인회) 표지석.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춘추시대(BC770-BC476)에 절강성(浙江.저장)은 주로 월(越)나라에 속하였으며(일부는 吳나라 영토), 전국시대(BC476-BC221)에는 초(楚)나라, 삼국시대(220-280)에는 손권(孫權)의 오(吳)나라에 속했다. 월나라 왕 구천(勾踐)이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미인 서시(西施)를 이용하여 오나라 왕 부차(夫差)를 멸망시킨 고사에서 나타나듯, 절강성은 서시로 대표되는 미인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송나라 때는 몽고의 중국정복에 끝까지 저항한 남송(南宋)의 중심지이며, 당시의 충신열사인 악비(嶽飛)의 묘가 항저우 서호(西湖)에 위치하고 있다. 명나라 때 절강포정사사(浙江布政使司)가 설치되었고, 청나라 때 절강성이 성립되었다.
일본의 접는 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북송시대(960-1127) 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명청시대 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청대 항저우 부채거리에 있던 장자원(張子元·1875년 개업) 부채가게 모습.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청대 부채 공방.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절강성은 항저우(杭州), 쟈싱(嘉興), 닝보(寧波), 원저우(溫州), 이우(義烏) 등 해안지역 도시들을 중심으로 공업과 상업이 발달했다. 전통적으로 섬유, 방직, 의류(신발, 피혁, 넥타이) 산업 위주이며, 닝보(의류), 이우(소상품), 원저우(피혁, 라이터), 성저우(嵊州·넥타이) 등 지역별로 경공업 제품 생산지가 군집을 이루어 발전하고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세계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절강성은 ‘시장의 성(市場大省)’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전문시장, 도·소매시장이 있으며, 특히 이우의 경공업 시장과 사오싱(紹興)의 경공업 방직시장이 유명하다. 절강성은 중국 최대 녹차(綠茶) 생산지이기도 하다.
청대 부채 판매점.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청대 부채 공방에서 제조 모습.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미인과 부채 전시물.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서예와 산수화 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중국 전통 혼례와 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중국부채박물관은 2009년에 개관하였으며, 전시면적은 2623㎡ 규모이다. 전시실은 4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전시물 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제1 전시장에서는 중국 부채의 기원과 역사를 볼 수 있다. 부채는 여름에 더위를 식히는 도구로, 형태는 주로 병풍식(屏扇)과 접이식(折扇) 부채 두 가지로 나뉜다. 부채는 중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문헌 기록을 보면 하나라(夏·BC2070-BC1600) 이전이나 상고시대인 우순(虞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 유행했던 긴 자루 부채(장병선·长柄扇)는 주로 귀족의 외출 도구였으며, 직접 소지한 짧은 자루 부채(단병선·短柄扇)만이 오늘날 부채의 의미를 가졌다.
중국 부채산업 분포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깃털부채(羽扇).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공선(龚扇).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쓰촨 청황죽 대나무살을 이용한 부채. 청말 등장 후 중국 문화유산에 등재.
운남성 등에서 생산된 야자수 잎 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부채 제작 공구.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진한 시대(BC221-AD220) 이후 둥근 부채(团扇)가 나타나면서 지금 부채의 기본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북송(960-1127년)의 접는 부채(折扇)는 일본에서 전래되어 개폐가 자유로워 명대에 이르러 널리 제조되고 사용되었으며, 둥근 부채와 함께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부채 형태가 되었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부채는 바람을 불어넣고 더위를 식히는 것 외에도 사회 정치, 민속 풍습, 예술 창작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사람들의 관념과 감정을 담은 매개체가 되었고, 이를 통해 뚜렷한 민족적 특색을 지닌 중국 부채 문화를 발전시켰다.
제2 전시장에서는 중국 부채 문화를 주제로 전시관을 구성하고 있다. 부채 장인들의 정교한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그 위에 쓰인 문인들의 회화와 글씨는 작은 부채를 인류 유산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문헌을 보면 부채의 출현은 사회·정치적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중국 역대 왕조 기간 동안 부채는 궁정 의례의 구성 요소였다. 동시에 초자연적인 능력을 부여받는 것을 증명하는 법술용 도구가 되었다. 부채의 종류와 사용 방법은 직업과 신분에 따라 다르며, 중국에서 부채는 주인의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는 신분 상징이다.
청대 항저우 부채 거리 모습.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김영삼 전 한국대통령이 증정한 한국 전통부채.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김철호 서화 부채(북한).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박물관 내 부채 판매점. 중국부채박물관. 2024 Ⓒ 김동하
제3 전시장에서는 중국 부채 산업과 관련된 전시물을 구성하고 있다. 부채가 일상 생활에 보급됨에 따라 부채 산업은 다양한 지역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춘추시대(BC770-BC476) 부채 산업의 중심은 제나라(지금의 산동)와 초나라(지금의 호북)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제환초죽(齐纨楚竹·제나라 비단, 초나라 대나무)’이라는 말이 있었다. 송대의 부채 산업, 특히 남송의 부채 산업은 수도 린안(临安·항저우)에서 가장 번창했으며, 심지어 항저우에 길이가 1㎞에 달하는 부채 거리까지 등장했다. 명청 시대에 이르러, 부채 산업의 중심은 쓰촨(사천성)과 강남(江南·절강 일대)에 집중되었으며, 이때 유명한 금릉선(金陵扇· 강소 남경시에서 유명한 접는 부채·金陵折扇)과 고소선(姑苏扇·강소 소주시에서 유명한 접는 부채)이 등장했다. 아울러 항저우의 접이식 부채 생산기술과 규모는 가장 경제성이 뛰어났다.
제 4 전시장에서는 부채 위에 펼쳐진 시화(詩畫) 즉 글씨와 그림과 관계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중국 부채는 민간 예술과 문학이 결합된 산물이다. 이에 따라 부채 공예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실용적이며 정교하게 구성되었다. 시, 책, 그림, 조각 등의 예술이 부채와 융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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