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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는 캐나다 앨버타 주에 위치한 로키산맥의 중심부에 자리한 소도시로, 재스퍼 국립공원(Jasper National Park)의 심장 같은 존재다. 이 도시는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하고 단단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수많은 호수와 산, 빙하, 협곡 그리고 야생동물들이 공존하는 곳으로, 자연과 함께 걷고 쉬고 숨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목적지가 된다.
재스퍼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캐나다 로키산맥에 있는 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크다. 총 면적은 약 10,878㎢로, 벤프보다 규모가 크고 좀 더 원시적인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공원에 입장하려면 캐나다 국립공원 전용 입장권인 디스커버리 패스(Discovery Pass)를 구매해야 한다. 차량 기준 1일권은 약 11.75캐나다달러(CAD), 연간 패스는 1인 기준 약 75.25캐나다달러이며, 차량당 패스도 있어 가족이나 단체 여행자에게 유용하다.
꼭 어딘가를 가지 않더라도 어딜가나 풍경이 그림 같다.
드 스멧 산맥(De Smet Range)은 잘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재스퍼 지역을 이루는 중요한 지형 요소 중 하나로 조용하고 장엄한 산군이다. 산맥의 이름은 19세기 벨기에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로, 북미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광대한 서부 지역을 탐험했던 장 드 스멧(Jean De Smet) 신부에서 유래했다. 당시 많은 지형들이 탐험가나 선교사들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는데, 드 스멧 산맥 역시 그런 역사적 맥락에서 이름 붙여졌다.
드 스멧 산맥의 대표 봉우리는 드 스멧 산(Mount De Smet)이며, 해발 약 2,500m급으로 로키산맥의 다른 거대한 봉우리들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그만큼 친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산이다.
재스퍼 호수(Jasper Lake)는 아싸바스카 강(Athabasca River)의 범람에 의해 형성된 넓고 얕은 호수로, 강의 퇴적물이 쌓이면서 생긴 거대한 삼각주다. 이곳의 모래언덕은 바로 그 퇴적물이 수천 년 동안 바람에 깎이고 쌓이며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품이다. 캐나다 로키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유일한 대규모 모래언덕으로, 공식 명칭은 '재스퍼 호수 삼각주 모래언덕(Jasper Lake Sand Dune Complex)'이다.
이 지역은 하이킹보다는 드라이브 중 잠시 들러 여유롭게 산책하고 풍경을 감상하는 장소에 가깝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를 따라 북쪽에서 재스퍼로 향하거나, 동쪽의 에드먼턴(Edmonton) 방향에서 오는 이들은 재스퍼 호수 인근 고속도로(Highway 16, 일명 Yellowhead Highway)를 지나가게 되는데, 이때 도로 오른편으로 넓게 펼쳐진 모래언덕과 얕은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끝없이 펼쳐지는 소금사막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하늘빛을 그대로 담아 거울처럼 반사하는 수면 덕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곳을 걷다 보면 맨발로 모래를 느낄 수 있는 드문 경험을 할 수 있다. 재스퍼 국립공원 대부분이 숲과 암석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곳은 따뜻한 날에는 모래가 햇빛에 달궈져 진짜 해변처럼 느껴진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모래가 사르르 흘러내리고, 주변에는 메마른 듯한 풀이 드문드문 자라 있어 사막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키산맥의 야성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선왑타 폭포(Sunwapta Falls)는 원주민 언어로 '거친 물(turbulent water)'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에서 시작되어 아싸바스카 강(Athabasca River)의 지류인 선왑타 강(Sunwapta River)에서 흘러오며, 두 개의 주요 폭포로 구성된다.
상류 폭포(Upper Falls)와 하류 폭포(Lower Falls) 중 일반적으로 방문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상류 폭포다. 주차장에서 도보로 단 5분만 걸으면 거센 물살이 좁은 협곡으로 떨어지는 강력한 장면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하얗게 부서지는 물줄기, 절벽을 깎아내는 소리, 그리고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폭포 소리는 자연의 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밴프에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를 따라 이동하는 구간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약 230km에 달하는 이 길은 콜롬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 보우 호수(Bow Lake), 애서배스카 폭포(Athabasca Falls) 등 수많은 절경을 품고 있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는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가장 거대하고 웅장한 빙원으로, 앨버타 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경계에 걸쳐 있다. 면적은 무려 약 325㎢에 달하며, 평균 두께는 100~365m에 이른다. 이 빙원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세 방향으로 갈라지는데, 북쪽은 북극해, 동쪽은 허드슨만, 서쪽은 태평양으로 흐른다. 이처럼 대륙 분수령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지리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장소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 중간 지점쯤에 위치해 있어, 밴프(Banff)에서 재스퍼(Jasper)로 이동하는 길에 꼭 들르게 되는 곳인데 밴프에서 출발하면 약 2시간 30분, 재스퍼에서는 약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빙원 자체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지만 아이스 익스플로러 투어(Ice Explorer Tour)를 이용하거나, 특수 제작된 대형 버스인 ‘스노코치(Snocoach)’를 타고 아사바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 위로 직접 올라가 걷는 프로그램이 있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는 빙하의 후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사바스카 빙하는 지난 125년간 1.5km 이상 후퇴했으며, 그 변화는 빙하 입구에 있는 연도 표시판을 따라 걸어보면 체감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한 장의 풍경이 아니라, 지구의 변화와 자연의 위엄을 동시에 마주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원주민들에게 이 지역은 신성한 땅으로 여겨졌고, 하얗고 차가운 눈의 여신이 산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경고를 전해주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목적지이며, 로키산맥을 여행하는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장면을 남겨주는 장소다. 얼음, 바위, 하늘이 만나는 그 경계에서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