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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주요 도시의 박물관, 기념관을 돌아보는 뮤지엄 투어
#53. 중국도전검박물관
중국도전검박물관(中国刀剪剑博物馆·China Knives & Scissors & Swords Museum)은 절강성의 수도 항저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공진교(拱宸桥) 서쪽에 위치한 교서역사문화거리(桥西历史文化街区)에 위치해 있다. 박물관 건축면적은 2,460㎡ 규모이고, 전시실 건축면적은 1,060㎡이다. 2009년에 대외개방 하였다.
도(刀)와 검(剑) 모두 우리 말로는 칼에 해당되지만, ‘도’는 단면에 날이 있는 칼을, ‘검’은 양면에 날이 있은 칼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로 무기로 쓰이는 ‘검’에 비해, ‘도’는 무기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방 혹 병원에서 쓰이는 생활 도구이기도 하다. 문방구에서 파는 문구용 칼도 ‘도’이다. 전(剪)은 중국어로 가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도전검 박물관은 우리 말로 풀어쓰면 칼·가위·검 박물관인 셈이다. 항저우 교서역사문화거리에는 항저우 공예미술박물관, 중국부채박물관, 중국우산박물관, 수공예생태전시관 등 10여개 크고 작은 박물관이 모여 있는 문화 클러스터를 조정하고 있다.
중국도전검박물관 입구. 2024 Ⓒ 김동하
박물관 앞에서 코스튬 플레이 영상을 촬영중인 청소년들. 2024 Ⓒ 김동하
석기시대 칼(돌, 뼈).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청동기시대 청동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서한(BC202-AD8) 시대 강철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삼국(220-280)시대 도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중국의 유구한 역사 만큼이나 칼에 대한 역사도 깊다. 칼은 각종 문학작품, 고사성어, 고전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아마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중국의 칼은 삼국지 관우가 휘둘렀던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일지 모르겠다. ‘언월’은 반달을 의미하는데, 월도(月刀)는 외날에 긴 자루를 가진 도(刀) 계열의 무기를 일컫는다.
고사성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배경이 된 춘추시대 오나라와 월나라의 어장검(魚腸劍)도 유명하다. 자객이 암살을 위해 물고기 배 속에 숨겨둔 비수(匕首)가 어장검이다. 중국 역사서 ‘사기·자객열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외에도 칼과 관련된 사자성어에는 구밀복검(口蜜腹劍·입에는 꿀을 바르고 배 속에는 칼을 품다)과 소리장도(笑裏藏刀·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마음속에는 해칠 마음을 품다)’ 등이 있다. 구밀복검은 ‘자치통감’ 당현종 편에, 소리장도는 구당서(旧唐书)에 등장한다.
송대 도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명대 도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청대 도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도검 체험 전시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생선·약재·육류용칼.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월왕구천도’는 중국 최고의 명검이다. 구천은 고사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이다. 와신상담 끝에 오나라 왕 합려의 아들 부차를 복수했다는 전설의 칼이다. 제작된 지 2,500년이 지났지만, 날이 퍼렇게 서서 종이를 자르는 장면은 CCTV(중국중앙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다. 월왕구천도 진품은 호북성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각 성급박물관에는 복제품이 전시될 정도로 유명한 중국의 칼이다.
중국 내 명검의 출생지는 저장성 용천(龍泉)이다. 이곳이 보검의 고장이 된 것은 구야자(欧冶子)라는 명검 제작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최고의 문인인 이백은 ‘용천검을 뽑아 춤을 추고 싶다’라는 시 구절을 남겼다. 용천보검의 손잡이에는 황금으로 북두칠성(七星)과 일원(日月) 문양이 전각 되어 있다. 용천보검은 황제나 장수가 소유하며 권력이나 지위를 상징했다. 중국 저장성 용천시는 물이 맑고 철이 풍부해 명검을 만들기 좋은 자연조건을 가진 곳으로 꼽혔다.
중식도(張小泉 브랜드).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펜싱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월도(月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칠성검(七星劍·무속용).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진나라 도폐(도전·刀錢. 칼모양 화폐).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중국의 칼은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기마 민족의 침략에 대항하면서 말을 타면서 칼을 다뤄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손잡이가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의 모양도 직선에 가까운 만곡형인 게 특징이다. 중국 칼은 시대에 따라 안모도(雁毛刀, 한·당), 유엽도(柳葉刀, 명), 우미도(牛尾刀, 청) 등으로 불렸다.
장소천(张小泉)은 항저우의 유명한 칼, 가위 브랜드이다. 장소천 브랜드는 명대 숭정제 원년인 1628년에 설립되었다. 명나라 만력 연간(1572-1620)에 장쓰자(張思佳)는 안휘성 휘주(徽州)에 가위 가게를 열었다. 가계 이름은 장대륭(张大隆)이었다. 1610년에 '장대륭'은 항저우로 이전하게 된다. 모조품과 차별하기 위해 1628년에 가게 이름을 ‘장대륭’에서 지금의 ‘장소천’으로 변경했다. 장소천의 가위는 1915년에 파나마 만국박람회 대상을 수상했다. 1917년, 장소천은 해외 기술을 도입하여 중국 내 처음으로 니켈 도금 가위를 성공적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여러번의 기업구조 변경을 통해 장소천 브랜드는 주식회사로 탈바꿈했고, 1991년 중국정부로부터 '중국전통 브랜드(中华老字号)'로 인정받게 된다.
운남성 소수민족인 아창족 칼.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소수민족 위구르족 칼.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고대 칼 대장간 모습.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인도 칼.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용천보검(청대).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절강성은 항저우(杭州), 쟈싱(嘉興), 닝보(寧波), 원저우(溫州), 이우(義烏) 등 해안지역 도시들을 중심으로 공업과 상업이 발달했다. 전통적으로 섬유, 방직, 의류(신발, 피혁, 넥타이) 산업 위주이며, 닝보(의류), 이우(소상품), 원저우(피혁, 라이터), 성저우(嵊州·넥타이) 등 지역별로 경공업 제품 생산지가 군집을 이루어 발전하고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세계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절강성은 ‘시장의 성(市場大省)’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전문시장, 도·소매시장이 있으며, 특히 이우의 경공업 시장과 사오싱(紹興)의 경공업 방직시장이 유명하다. 절강성은 중국 최대 녹차(綠茶) 생산지이기도 하다. 장소천 역시 이러한 절강성을 배경 삼아 지금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근대 제작된 중국 칼.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서양칼.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일본도.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독일 쌍둥이칼 즈윌링과 스위스 아미칼.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전국시대 청동 삭도(削刀·가위 전신).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전세계 5천만명이 살고 있는 화교(華僑·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첫 번째 직장은 ‘세 자루의 칼(三把刀)’과 관계 있었다. 이는 요리용 칼(菜刀), 머리 깎는 칼(剃刀), 옷감 자르는 가위(剪刀)를 가리킨다. 이 칼들은 화교들이 현지에서 시작한 생업과 관련이 있다. 즉 19세기 동남아 및 미주 대륙에 진출한 1세대 화교들이 요리사, 이발사, 재단사로 타국에서 생존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근면함으로 요리와 이발업, 옷감 재단과 목욕업 등으로 성공한 화교의 창업 스토리에서 ‘세 자루의 칼’ 이야기는 꼭 등장한다. 목욕 문화가 발달했던 장쑤성 양저우(揚州)에서는 손톱·발톱 자르는 칼이 나온다.
한·당대 가위.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청·원·송대 가위.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청대 칼 공방.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산동성 칭저우 가위거리 모습.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장소천(張小泉) 가위 판매점. 중국도전검박물관. 2024 Ⓒ 김동하
장소천 가위 제작 도구(청대). 2024 Ⓒ 김동하
본 여행기 작성에는 EBS 다큐멘터리 ‘세계 견문록 아틀라스-용천보검(2015)’을 참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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