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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올드타운'에서 만나는 푸껫의 매력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겠다며 푸껫으로 향했지만, 원래 우리는 도시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북적거리는 도시에는 볼 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도시 속에 녹아든 전통과 문화를 보물 찾기처럼 찾아내는 일이나,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엿보며 그들처럼 행동하는 일 모두 우리에게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런 우리에게 단순히 자연만 즐기라고 하기에는, 푸껫은 너무나도 다채로운 문화와 활기를 품고 있었다.
세련된 도시도 좋지만, 여행지의 특색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재래시장이나 구시가지에 들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발길은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푸껫의 중앙에서 약간 아래에 위치해있기에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꼬박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이 지역은 그동안 태국 여행을 꽤 했다고 자부했던 우리의 눈과 마음을 금세 사로잡았다. 태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흔적이 엿보여 이색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과거 주석 무역의 영향으로 발전했다. 16세기부터 주석 무역이 이루어졌고, 19세기 후반부터는 본격적인 주석 채굴 붐이 일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는 주요 유럽 광산 회사들이 이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지에서 노동자들이 이주해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어 도로와 운하와 같은 주요 공공시설이 건설되며 현재의 도시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주석은 채굴되지 않지만, 중국, 인도, 유럽에서 모여든 이들이 함께 만들어나간 문화는 현재까지 남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런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리는 그 자체로 섬의 역사와 유산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이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독특한 형태의 건물 형태가 자연스럽게 눈길을 끈다. 어디선가 낯이 익다 싶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싱가포르에서도 본 적이 있는 양식이었다. '시노-포르투갈(Sino-Portuguese)' 또는 '페라나칸 건축(Peranakan architecture)'이라 불리는 이 건축 양식은 중국과 포르투갈의 양식이 결합되어 탄생한 것으로, 중국 남부 출신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도시 중심지나 말레이반도의 페라나칸 거주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사례지만 말레이반도, 마카오, 베트남, 하이난, 그리고 푸껫을 중심으로 한 태국 남부에서도 만날 수 있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생각보다 '페라나칸' 문화가 훨씬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푸껫에서 볼 수 있는 시노-포르투갈 건축양식은 주석 채굴 붐을 느낄 수 있는 흔적이라 더욱 흥미롭다. 무역을 위해 푸껫에 기술, 종교, 건축양식 등을 포함한 자국의 문화를 가져왔던 포르투갈인들은 정착을 위해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주택과 시설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포르투갈과 중국의 문화와 건축방식이 자연스럽게 섞여 독창적인 양식이 탄생한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은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감성을 자극했다.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이 드러난다. 전통적이지만 힙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익선동, 경주를 떠올리게 했다. 누구나 와도 이곳의 분위기에 곧바로 매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푸른 하늘 아래, 알록달록한 색감이 눈길을 끄는 건물마다 각기 다른 장식이 더해져 아기자기함이 자연스럽게 배어나고 있었다. 어느 곳을 찍더라도 화보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된다. 요즘 사람들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증 사진' 맛집이 바로 푸껫 올드타운이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이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각자 행복한 여행의 순간을 남기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이라면, 사진을 안 찍는 것이 실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감성 넘치는 거리를 음미했다.
거리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그중에서도 올드타운의 중심지인 '탈랑 로드(Thalang Road)'에서는 다채로운 옛 건물들 사이로 상점, 카페, 맛집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어 관광객들에게 활기를 선사한다. 특히 탈랑 로드가 사랑받는 이유는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야시장에 있다. 해가 질 무렵, 아름다운 빛깔로 물드는 하늘 아래 북적이는 주말 마켓의 풍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한때는 홍등가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며 인증 사진 맛집으로 탈바꿈한 '소이 로마네(Soi Romanee)' 또한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감각적인 간판, 낭만이 느껴지는 골목 분위기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중국계 이민자들의 역사와 푸껫의 다문화적인 유산을 소개하는 '푸껫 타이화 박물관(Thaihua Museum)' 또한 올드타운을 대표하는 명소였다. 시노-포르투갈 양식의 건물 안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지역의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느 구시가지와 달리, 푸껫의 올드타운은 훨씬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가득 차 있다. 하루 만에 이곳을 모두 둘러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골목 구석구석을 천천히 거닐며, 이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보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주일쯤 머무는 여유가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푸껫을 처음 여행했던 우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여행 계획을 세웠더랬다. 그래서 아쉽게도 단 하루 정도만 이곳에서 머물러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낮과 밤을 보냈다. 좀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서두르지 않고 이곳이 주는 즐거움을 기쁜 마음으로 즐겼을 듯싶다. 여행을 다녀와서 이곳을 생각하니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다시 푸껫을 찾는다면, 이번엔 꼭 이곳에서 오래 머물며 시간의 결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