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지역의 여행기
블루오디세이(황정희) 작가의 다른 여행기
역사는 되풀이된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교체되는 시기의 혼란 속, 태조 이성계의 자취를 따라가며 특별한 전북특별자치도 역사여행을 해보자.
우리가 겪은 변화와 선택, 우리는 나라와 통치자에 대한 고뇌의 시간을 무사히 넘겨 새 시대를 맞았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기까지 불면의 밤과 거센 역사의 소용돌이는 정치 무감각인 나조차 들끓게 했다. 한숨 돌린 시점에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역사 유적지 여행을 떠난다.
왕조의 교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의 축인 인물, 태조 이성계의 흔적을 따라 진안 상이암에서 위봉산성까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전라북도 역사 여행에서 역사는 되풀이됨을 다시금 깨닫는다.
고려 말, 혼돈 속
희망의 불꽃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하였는가. 600년 전, 고려 말기는 온통 어둠이었다. 474년간의 이어진 고려왕조는 기득권층의 부패로 나라가 흔들렸고 왕권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였다. 원명 교체기의 불안한 외부정세와 끊임없이 왜구가 침입하였다. 백성들의 삶은 절망 그 자체였다. 가난과 억압, 약탈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갔다.
그런 암울한 시대에 한 줄기 빛처럼 활약한 무장이 있다. 함경도 동북면에서 태어난 이성계, 그는 어려서부터 활쏘기에 능했다. "화살이 떨어지면 칼을 들고, 칼이 부러지면 주먹으로 싸운다"라고 말하며 선봉에 섰던 무장이었다.
왜구의 노략질이야 그 어느 때나 있었지만, 그 당시 왜구는 더 기승이었다. 해안가만 수탈하는 것이 아니라 내륙 깊숙이 들어와 농민들을 약탈하고 살상했다. 나라가 울타리가 되주지 못하니 그들의 날뜀이 극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철퇴를 가한 이가 이성계다. 이성계는 1380년 황산대첩(우왕 6)에서 왜구 500여 척의 대선단을 맞아 기습전술과 뛰어난 지형 활용으로 대승을 거뒀다. 적장 아지발도를 직접
활로 쏘아 죽이며 '활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은수사 태극전
1380년 황산대첩에서의 그의 활약은 전설처럼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졌고 이후 진포대첩, 여진족 토벌, 홍건적 격퇴에서도 승승장구한 그의 명성은 전국에 울려 퍼졌다. 연이은 승리는 이성계를 고려 최고의 장수로 만들었으며, 백성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시대의 유일한 희망으로 인식되었다.
진안 마이산 탑사
썩어가는 정치, 백성들의 고통 속 이성계는 나라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였다. 1388년 그에게 선택의 순간, 왕조의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명나라가 철령 이북에 직할지를 설치하려 하자, 고려 조정은 요동정벌을 추진했고, 이성계는 "사불가론(四不可論 1.작은 나라가 큰 나라인 명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하다. 2. 여름철 농번기에 군사를 동원하는 것은 불가하다. 3. 온 나라의 군사를 멀리 전투에 내보내면, 왜구가 그 빈틈을 노려 침입할 수 있으니 불가하다. 4. 지금은 장마와 더위로 활과 무기가 손상되고, 군인들이 역병에 시달릴 수 있으니 불가하다.)"을 내세워 전쟁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성계는 최영과 함께 출정했지만, 압록강의 위화도에 이르러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전쟁은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부하들과 회의를 거듭한 끝에 역사적인 결단을 내렸다.
위화도 회군이었다. 이성계는 군사를 이끌고 개경으로 돌아와 우왕을 폐위시키고 실권을 장악했다. 이는 곧 조선 건국의 서막이었다.
전북, 조선 건국
신화의 무대
이성계는 함경도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뿌리는 전주다. 전주 이씨 가문의 본향인 전북은 이성계가 건국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놀랍게도 전라북도에는 조선 건국과 관련된 이성계의 역사적 유적과 설화가 전국 67곳 중 51곳(약 76%)이나 집중되어 있다. 새로운 왕조의 탄생에는 깊은 역사적 뿌리와 신화적 서사가 필요했고 전북은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전주 경기전
전라북도특별자치도는 이러한 풍부한 역사적 자원을 바탕으로 '다시 만나는 영웅, 태조 이성계'라는 특별한 역사 탐방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4개의 테마 코스로 구성된 이 여정은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제1코스: 조선 개국의 서광
첫 번째 코스는 이성계가 조선 개국의 계시를 받았다고 전해지는 성스러운 장소들을 찾아간다.
임실 상이암에는 이성계가 직접 썼다고 전해지는 비석이 자리하고 있다.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바라보며 600년 전 그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진안 은수사는 이성계가 건국의 염원을 담아 백일기도를 올린 곳이다. 600살 먹은 청실배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장수 뜬봉샘은 이성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던 중 봉황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이름이 붙여졌다. 이성계의 조선 건국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설화가 함께 하여 신비감을 더하는 코스다.
제2코스: 조선 건국의 본향, 전주
두 번째 코스는 조선 왕실의 뿌리가 살아 숨 쉬는 전주를 탐방한다.
국내외의 핫플이 된 전주 한옥마을, 옛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마을 내에 경기전이 있어 이성계를 가까이 만나는 느낌이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이 봉안되어 있다.
제3코스: 태조 이성계, 조선의 건국
세 번째 코스는 장군 이성계의 무용담이 깃든 전적지들을 찾아간다.
남원 황산대첩비는 이성계가 '활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역사적 현장이다. 비석 앞에 서면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제4코스: 조선 국난극복의 중심, 전북
마지막 코스는 조선이 국난을 극복한 역사의 현장들을 둘러본다.
위봉산성, 웅치전적지, 적상산사고 등은 조선 후기 외침에 맞서 싸운 의로운 땅들이다. 이곳들은 태조 이성계가 세운 나라가 어떻게 오랜 세월 동안 굳건히 버텨왔는지를 그려볼 수 있는 장소다.
임실 성수산 상이암
전라북도 곳곳에 보석처럼 자리한 이성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순환성을 깨닫는다. 이성계의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는지, 조선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단단했는지, 시대를 바꾸기 위해 지도자의 결단과 실행이 얼마 중요한지 깨닫는다. '다시 만나는 영웅, 태조 이성계'의 4가지 여행 코스는 6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바로 지금을 얘기하는 것 같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닌 살아있는 현재다. 태조 이성계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이 여행은 결국 우리 의 미래를 그려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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