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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첫 물방울이 천리를 돌아 서해로 나간다.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은 봉황이 날아올랐다 한다. 조선 건국의 서광이 비친 곳, 세번째다.
뜬봉샘과
조선건국의 설화
전라북도 장수군의 신무산(神舞山 897m) 8부 능선에 자리한 뜬봉샘(780m)은 금강의 첫 물줄기가 태동하는 생명의 성지이자, 조선 태조 이성계와 깊은 인연을 맺은 신화적 장소다. 전설에 따르면, 이성계가 신무산에서 백일기도를 올리던 중 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르고 봉황이 하늘로 비상했으며, 그 자리에 샘이 솟아나 '뜬봉샘'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상이암, 은수사, 뜬봉샘까지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올린 곳이 세 번째라는 것은 흥미롭다. 상식적으로 장군이 전투에 나서야 할 시간에 300일 가까이 기도만 올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지만, 이런 설화가 전해지는 것은 신화를 통해 하늘의 뜻을 알리고자 했던 의도로 해석된다.
신무산은 '신선이 춤을 추었다'는 뜻을 지닌 영산이다. 이곳에서 시작된 작은 물줄기가 금강이 되어 진안 용담댐을 거쳐 충청과 전라 지역을 유유히 흐른 뒤 군산에서 서해로 합류한다. 예전에는 평범한 숲이었던 이곳이 지금은 뜬봉샘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생태체험과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명소로 거듭났다.
환경부 선정 6월 생태관광지
뜬봉샘과 수분마을
환경부에서 금강발원지인 뜬봉샘과 수분마을을 6월 생태관광지로 선정하였다. 그만큼 생태적 가치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다. 뜬봉샘에서 발원한 물은 묵묵히 400km를 흘러 서해에 이른다. 물은 그저 제 길을 갈 뿐이다. 태조의 기도든 봉황의 전설이든, 물은 변함없이 자신의 길을 따라 흘러간다.
금강의 발원지답게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맑은 물이 끊임없이 솟아난다. 금강이 시작되어 굽이쳐 서해로 향하는 장대한 여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뜬봉샘 생태공원 내 물의광장 벽천분수를 찾아보자. 발원지인 전북 장수에서 시작된 물길은 400km를 반원형으로 휘돌아 흐른다. 시작점과 종착점의 직선거리는 불과 81km에 불과하다. 금강은 철새들의 안식처이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강줄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평온하게 만든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수분마을은 예전에 '물뿌랭이'라 불렸다. 물이 뿌리를 내리는 곳, 생명이 갈라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마을은 1866년부터 1872년까지 6년간 진행된 병인박해를 피해 전국에서 모여든 천주교 신자들이 이룬 신앙촌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한옥 성당인 수분공소가 자리하고 있다.
물이 많고 산수가 수려한 고지대(해발 600m)로 병인박해 이전부터 천주교 신자가 살기 시작하였고, 주변에 공소가 많았는데 그 중 수분리의 교세가 가장 컸다고 한다. 수분리에 공소건물이 세워진 것은 1913-1914년경이었으며, 이 건물은 병인박해(1866년) 이후 외지에서 피난 온 천주교 신자들의 교우촌이 형성된 수분리에서 신앙 중심지 역할을 한 곳이다.
수분공소는 현재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1920년대 한옥 성당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평상시에는 사제가 거주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본당에서 신부가 파견되어 종교의식을 행한다는 공소의 특성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한국 천주교사에서 평신도들의 자발적 신앙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산 교육장이기도 하다.
자연과 하나 되는
뜬봉샘생태공원
뜬봉샘 생태공원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딱따구리가 서식했다는 나무와 토기인형 안에 집을 지은 동고비 이야기는 이곳이 얼마나 자연친화적인 곳인지를 보여준다.
샤스타데이지가 풍성하게 피어있고 때죽나무 꽃이 하얗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나무숲을 지나 북방계 식물인 자작나무가 심어진 자작나무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감동이 기다린다. 개인이 조성한 남부지역 최대 규모의 자작나무숲은 한여름에도 은빛 풍경을 선사한다.
이곳이 다른 지역보다 서늘해 추운 지방의 자작나무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은빛 갑옷을 입은 병사들의 늠름한 도열 앞에서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생태공원에서 뜬봉샘까지는 편도 1.7km, 약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드디어 '뜬봉샘 70m' 표지판을 지나 도착한 곳, 이곳이 바로 유장한 금강의 발원지이자 봉황이 하늘로 비상했다는 성스러운 장소다.
미미한 시작, 장대한 끝
뜬봉샘의 의미
전설에 따르면, 이성계는 조선 건국을 앞두고 신무산에서 100일 기도를 올렸다. 기도 마지막 날 새벽, 하늘에 뜬 무지개 너머로 봉황이 비상하며 가리킨 곳에 가보니 샘이 있어 '뜬봉샘'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봉황은 상서로운 새다. 성군이 나타날 때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전설의 새. 그 봉황이 무지개를 타고 승천했다는 것은 하늘이 이성계의 뜻을 축복한다는 상서로운 징조였다.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으로 고려 정권을 마감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자 했던 수많은 갈등과 결단의 순간에 이 샘물을 찾았을 것이다. 물은 생명이고, 흐름이며, 정화를 의미한다. 혼탁했던 고려 말기, 이성계는 이 맑은 물에서 '맑은 나라'의 꿈을 품었을 것이다.
실제로 뜬봉샘을 보면 그 시작이 이토록 미미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기슭에서 거센 물줄기를 쏟아내며 성스러운 느낌마저 자아낸다. 용이 되기를 꿈꾸던 이무기가 이곳에서 몸부림치다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태백시내 황지연못은 큰 규모로 사람을 압도한다.
뜬봉샘에 딱 어울리는 말이 있다.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끝은 장대하리라.' 다른 곳보다 이곳 뜬봉샘이 이성계의 왕조 건국 설화의 무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미약하지만 위대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사실 뜬봉샘이 위치한 신무산은 예로부터 영산으로 여겨져 왔다. 깊은 산속에서 마르지 않는 맑은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신비로움은 그의 조선 건국 의지에 확신을 더해주었을 것이다.
임실 상이암
진안 은수사
상이암에서 싹튼 꿈이 은수사에서 다져지고 뜬봉샘에서 확신으로 승화되었다면, 전라북도는 조선 건국의 정신적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