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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예원(豫园, Yuyuan)은 중국 상하이 황푸구(黄浦区)의 옛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중국식 전통 정원이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고요하고 고풍스러운 공간이 숨어 있다는 게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정원을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갈수록 마치 시간을 거슬러 명나라 시대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분위기에 푹 빠지게 된다.
예원은 ‘평안을 기원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1559년 명나라 관료 판윤덕(潘允端)이 노부모를 위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집안이 몰락하면서 여러 차례 수리되고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지금의 모습은 청나라 이후 상하이 상인들의 손에 의해 다시 다듬어진 형태이다. 덕분에 예원은 단순한 정원을 넘어 상하이 시민들의 자부심이 깃든 역사적 유산이자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운영시간은 보통 오전 8시 45분부터 오후 4시 45분까지이며, 계절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다. 입장료는 비수기에는 약 30위안, 성수기에는 40위안 정도이며, 중국의 공휴일이나 황금연휴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는 편이다. 주소는 중국 상하이시 황푸구 안런제 218호(上海市黄浦区安仁街218号)이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10호선의 '예원(豫园)'역이다. 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정문에 도착할 수 있다.
예원은 전체 면적이 약 2헥타르로, 크지는 않지만 그 안에는 고풍스러운 누각, 전통적인 중국식 정자, 뱀처럼 구불구불한 회랑, 작은 연못과 아기자기한 돌다리, 자연을 닮은 인공 바위산들이 정성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특히 '대화당(大花厅)'은 예원에서 가장 넓고 정교한 건물로, 과거에는 공식적인 회의나 손님 접대가 이뤄지던 곳이다. 이외에도 용이 구불구불하게 조각된 담장, 물고기와 거북이들이 헤엄치는 연못, 복잡하지만 유려한 지붕 장식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예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그 자체가 중국의 정원 문화와 철학, 미적 감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이루려는 중국 전통 정원 특유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각각의 공간이 시적인 이름을 지니고 있어 감성적인 여운을 더한다. 마치 정원 하나가 시 한 편처럼 구성되어 있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예원은 상하이 도심 속에서 중국 전통 문화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높은 빌딩과 빠른 속도감 속에서 살짝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이곳은 고요하고 은은한 힐링을 선물해 준다. 중국 고전 문학을 좋아한다면 이곳에서 시를 읊는 상상을 해도 좋고, 건축과 미학에 관심이 있다면 섬세한 디테일을 눈에 담는 재미가 있다.
예원 내부를 천천히 산책하는 데는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인파가 많아 느긋한 감상을 위해서는 평일 오전 시간대를 추천한다.
예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그 안에 담긴 상징과 이야기들이다. 예원의 담벼락 위로는 용이 구불구불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이 용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정원의 주인을 수호하는 상상의 존재로 여겨진다. 특히 용의 머리와 몸통이 담장을 따라 이어지며 정원 전체를 휘감는 모습은 중국식 정원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연출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용은 정원을 침입하는 악귀로부터 공간을 지켜주는 영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정원을 걷다 보면 용이 담장 위에서 날아오를 듯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된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는 많지만, 가장 인상적인 곳은 ‘옥화당(玉华堂)’ 주변이다. 이곳은 예원의 중심 건축물 중 하나로, 정자 옆의 연못과 바위산, 그 위를 스치는 버드나무 가지들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진다. 오전 10시 이전, 햇살이 아직 부드러울 때 이곳을 찾으면 수면에 반사된 건물의 그림자까지도 환상적이다. 또 하나의 비밀스러운 포인트는 ‘철사창(铁狮窗)’이라 불리는 조형 창이다. 이 창은 벽에 정교하게 파여 있으며, 바라보는 방향마다 전혀 다른 그림을 만든다. 중국 정원의 철학이 ‘공간의 겹침’에 있다고 하는데, 그 뜻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는 곳이다.
예원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상하이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정원 곳곳에 시구와 서예 작품이 걸려 있는데, 그중에서도 ‘삼취당(三穗堂)’에 새겨진 글귀는 여행자들에게 울림을 준다. ‘맑고 깊은 마음은 비우는 데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처럼, 복잡한 도시 여행 중에도 이곳은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작은 쉼표가 되어준다.
예원은 상하이를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동방의 고도(古都)였던 상하이의 뿌리를 보고 싶다면, 이곳만큼 깊이 있는 공간은 없다. 도시 전체가 빠르게 변화해가는 와중에도, 예원은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옛 정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복잡한 삶은 잠시 멈추고, 물결처럼 잔잔한 시간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사랑하게 된다. 현대와 전통이 교차하는 상하이에서, 예원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살아있는 다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상하이를 여행하면서 모던한 건축물과 세련된 거리들에 매료되는 것도 좋지만, 하루쯤은 이렇게 시간의 결을 따라 걷는 여행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원은 바로 그런 여행의 시작점이 되어준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이 정원의 길을 거닐어보길 권하고 싶다.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주 오래된 아름다움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