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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습지에서 사람들은 논농사를 지었다. 그들이 떠나고 난뒤 40~50년 흐르고 나니 그곳은 자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해발 300m에 위치한 월영습지 생태탐방
자연은 스스로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풀꽃을 피우고 나무를 성장시켜 본래의 자연으로 돌아간, 월영습지! 자연의 회복력에 경외감이 솟아나는 산지 습지, 월영습지를 탐험하다.
월영습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월영습지는 전라북도 정읍시 쌍암동·송산동 일대 해발 약 300m 산 정상부 곡저분지에 형성된 저층형 산지 내륙습지다. 이런 내륙형 습지로 최근에 많이 알려진 운곡람사르습지, 장도습지, 제주 물영아리오름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11년 전국 습지조사에서 처음 공식 발견되어 2014년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으며 평지와 산지의 특성을 모두 지닌 독특한 생태계를 보여준다.
내장산 깊숙한 곳, 해발 300m 산꼭대기에 숨어있는 월영습지를 처음 갔을 때의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까? 어떻게 이런 산중에 습지가 발달했을까?
예전에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고 이곳은 쌀을 재배하는 논농사가 가능했기에 시집 오고싶어하는 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깡촌이긴 하지만 배 곯지 않은 부촌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더이상 그곳에 사람들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깊은 산골로 들어왔을까? 화전민은 보통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들어 팔고 먹을 거리가 없어 힘들게 살아가곤 한다. 이렇게 산지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드물다. 강원도 석회암지형을 둘러보다보면 돌리네라는 움푹 들어간 지형이 나오는데 이곳을 경작지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월영습지는 논농사가 가능한 산지습지다. 가난에 허덕이다 이곳 깊은 산까지 들어온 사람들이 습지의 풍부한 물로 논농사를 지으면서 나름 풍요롭게 사는 작은 마을을 이루었다. 얼마나 이 습지가 고마웠을까. 마을사람들은 타의에 의해서 이 마을을 떠나야했다. 1968년 김신조 간첩 사건 이후 산속 마을 주민들이 강제 이주당하면서 경작이 중단되었고 이후 수십 년간 방치되면서 자연천이에 의해 습지로 복원되어 지금에 이른다.
월영습지 한눈에 보기
면적: 37.5ha (축구장 52개 크기)
구성: 4개의 습지가 마치 보석처럼 산 속에 박혀있음
특징: 평지도 산지도 아닌, 그 둘이 만나는 기묘한 공간
발견: 2011년에야 세상에 알려진 비밀의 장소
차를 4~5대 세울 정도의 자그마한 주차장에서 언덕길을 오른다. 다행히 내년에는 직선도로가 뚫린다니 접근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길 끝에 월영습지를 안내하는 안내판이 보인다.
오른쪽은 탐방안내소, 왼쪽은 습지로 연결되는 데크길이다. 데크길 옆으로 버드나무가 우거진다. 베어도 다시 나고 어린 나무를 뽑아내도 다시 나는 생명력이 강한 버드나무다. 습지생태계를 해친다고 하여 골치를 앓는 나무 수종으로 여기진다.
생명이 숨쉬는 보고
- 자연의 회복력
습지 일대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논농사를 지었다. 산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단식 논이 되었다. 데크가 끝나 숲길을 걷는데 습지 쪽은 계단식 논의 흔적이 확연하다. 흔적만 남아있을 뿐 자연은 본래의 모습으로 조금 더 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월영습지의 환경적 중요성은 그 독특한 생태계와 풍부한 생물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 구렁이와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동·식물과 포유류·조류·육상 곤충 등 동물 122종, 식물 154종 등 총 276종의 생물이 살고 있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월영습지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방문객들은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원시 자연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냥 울창한 숲일 뿐이다. 나무들이 워낙 빽빽해서 습지가 숨어있다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나무가 빽빽해서 습지의 형태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울창한 삼림이 습지를 감싸고 있어, 마치 숲속에 숨겨진 비밀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최근 가뭄은 아니지만, 비가 적게 와 습지가 바닥을 드러나는 곳이 보인다. 야트막한 습지에 윤슬처럼 반짝거리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았다. ‘이럴 수가?’ 올챙이 수천, 수 만 마리가 모여 있다. 산개구리 올챙이일 확률이 높다. 이렇게 많은 올챙이들이 습지에 기대어 살고 있다니 그만큼 건강한 생태계라는 의미이다.
또한 노루발풀과 같은 특색있는 식물들이 자생하며, 버드나무군락이 형성되어 습지 특유의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버드나무는 토양을 안정시키고 다양한 곤충들의 서식지를 제공하며, 조류들에게는 둥지터를 마련해준다. 가을이면 버드나무의 노란 잎과 습지의 갈대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월영습지 탐방의 모든 것
솔티마을에서 월영습지까지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야 하므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위치에 있어, 개인 차량이나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습지 탐방은 총 4개의 산지습지를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차량을 주차한 후 도보로 각 습지를 탐방하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에코매니저와 함께 탐방하는 것이다. 전문 가이드 없이는 놓치기 쉬운 생태적 특징들과 보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며, 안전한 탐방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2018년 1월, 주민들의 주도적 생태관광 활동과 천혜의 생태자원을 높이 평가받아 전국에서 26번째 국가생태관광지로 지정된 만큼, 체계적인 탐방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탐방 시에는 습지 생태계 보호를 위한 몇 가지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기, 동식물 채취 금지, 소음 자제 등이 기본 수칙이며, 특히 번식기에는 더욱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한다.
월영습지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인간의 손길이 멈춘 자리에서 스스로 회복해가는 자연의 모습은 우리에게 겸손함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 나갈 것인가 숙제를 던져주는 것 같은 월영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