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 이어, 집에서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경기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동안은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나들이 가기가 부담스러웠던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꽤 크다. 그 말은 원하는 관광을 골라서 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곳은 한적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지만, 그래도 문화와 예술과 같은 즐거움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있다. 오랜만에 문화를 즐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양평군의 문화 예술을 책임지는 곳, 양평군립미술관
아름다운 자연과 유명한 문화재와 더불어 잘 조성된 자전거 도로가 있어 '힐링 특구'로 꼽히는 친환경 도시인 양평은 인구비례 예술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으며 국내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미술관은 여느 미술관과 차별화되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와 더불어 양평의 문화브랜드를 만들고자 군에서 들인 노력은 독특한 외관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 독특한 외관이 먼저 눈길을 끄는 양평군립미술관
2011년 12월 16일에 개관한 양평군립미술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의 전시장이 있으며 글로컬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 문화를 리드하기 위한 문화 예술 전시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시즌별 다양한 기획 전시 및 창의교육 프로그램과 더불어 양평군민과 함께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해 약 20만 명이 이곳을 찾으며, 2018년 말 기준 누적 관람객 11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미술관이다.
▲ 전시 관람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입구에서 체온체크 등 방역관리가 진행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 관람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전시를 진행하는 미술관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미술관들은 예약제를 통해 관람객의 수를 조절하고 방역 안내문 부착과 마스크 착용 의무를 강화하여 오프라인에서도 전시를 진행 중이다. 양평군립미술관도 예약제를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양평군립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은 현대미술을 테마로 하는 전시회다. '2021 미술 여행-1, 봄 프로젝트 <현대미술의 시선>展'은 5개의 전시공간이 있었고 설치미술과 더불어 다양한 회화 전시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원래는 4월 18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였으나, 5월 30일까지 연장 운영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다채로운 작품들 속에서 입체적이지만 평면적인 작품도 볼 수 있었고, 마치 상상 속의 동물이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의 작품도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공간을 화려하게 압도하며 존재감을 뽐내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눈길을 오래 잡아놓았던 것은 차분하고 은은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작품들이었다. 작품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그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다시금 그동안 전시 관람에 목말라 있던 내 모습을 확인했다.
▲ 작품을 두드러지게 배려한 공간 기획력이 눈길을 끄는 전시였다. 관람에 집중하며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전시장에 있는 전시 작품들의 수준도 무척 높았지만, 전시관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전시를 소개하는 책자 모두 꽤 만족스러웠다.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꼼꼼히 고려하여 전시를 기획한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전시 작품이 훌륭해도 이를 소개하는 자리가 엉망이면 그 의미도, 감동도 흐려지게 된다. 전시의 경험은 전시된 작품뿐만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의 요소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 전시였다. 미술관을 나서면서도 계속 여운이 남아서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왜 이곳이 인기가 높은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다음번 전시에도 발걸음을 하지 않을까 싶다.
양평 군립미술관
위치 경기 양평군 양평읍 문화복지길 2
운영시간
매일 10:00 ~ 18:00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 전시 관람 사전예약 필수
입장료 성인 1,000원 / 청소년 700원 / 어린이 500원 / 양평군민, 노인, 군경, 장애인, 국가유공자 무료
http://www.ymuseum.org/home/
양평의 떠오르는 명소, 스타벅스 더양평DTR점
양평군립미술관을 찾기 좋은 이유로 수준 높은 전시에도 있지만, 가까운 곳에 양평의 가볼 만한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스타벅스 더양평DTR점이 있기 때문이다. 개장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기에, 처음 이곳이 문을 열었을 때에는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이닥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가보고 싶은 마음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인증한 사진만 보며 눌러야 했다. 다행히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 들르니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비교적 이른 시간에 들렀고, 덕분에 한적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 탁 트인 강의 풍경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아닌가 싶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아무래도 '풍경'에 있는 듯했다. 남한강의 강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물소리길'과 '물안개 공원' 사이 강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남한강 자전거길과 잇닿아있는 이 스타벅스 지점은 남한강의 수려한 풍경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강과 하늘, 숲의 삼박자가 이루어지는 모습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3층의 공간과 루프탑 테라스까지 오롯이 강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꾸며져있다. 우리는 커피와 차를 마시며 풍경이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즐겼다.
더양평DTR점이 특별한 이유는 이곳이 스타벅스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부터 드라이브스루 (DT)와 리저브 (R) 매장이 결합한 것을 보여주는 이곳은 직접 빵을 굽는 베이커리 매장이며 티바나 매장이기도 하다. 강을 풍경을 감상하기 앞서, 이곳에서 어떤 것을 즐겨야 할지 결정 장애가 올 정도로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있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매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고민하고 감탄하는 순간 모두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맛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고 감성을 돋우는 요소들이 산재해있어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늘 자연 속의 즐거움만 찾다가 세련된 도시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 퍽 행복했다.
스타벅스 더양평DTR점
위치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로 76
운영시간 월-목요일 09:00-20:00 / 금요일 09:00-20:30 / 토요일 08:30-20:30 / 일요일 08:3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