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시작. 주타 트레킹을 하다보면 주타가 정말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은 그렇게 엄청 알려진 곳은 아니었다고 한다. 왜냐면 지리적으로 다소
외진 코카서스 산맥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타의 아름다움이 트레커들 사이에서 알려지고
조지아의 주타봉이 이탈리아 돌로미티와 닮아 조지아의 돌로미티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조지아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타를 메인으로 삼기 시작할만큼 인기가 많아졌다.
주타는 빛을 늦게 본 이유는 몇년동안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트빌리시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조지아의 유명한 군용 고속도로는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주타까지 갈 이유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주타는 스바네티의 우쉬굴리, 아제르바이잔의 시날리크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정착지 중 하나인데 모든 역사가 그러했듯이
높은 고도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 역사가 힘들었다.
고속도로가 없어서 말을 주요 이동수단으로 삼았다고 한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마을과 산위의 길들이 모두 폐쇄되어
주타 여행 자체가 여름으로 제한되긴 한다.
우리 여행도 5월임에도 불구하고 눈때문에 가로막혔으니
직접 사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지 알 수 있을 거다.
주타는 조지아 북쪽지역에 사는 작은 민족 집단인 khevsur 사람들의 고향인데
외딴 위치 때문에 문화가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왔고 그들만의 방언을 사용한다.
외딴 것 뿐만 아니라 가파르기도 하다.
여기서 엄청 넘어졌다.
미끄러져 넘어지고...넘어졌다가 괜찮아요 하고 일어나서 가다가 또 넘어지고
흰 옷이 까맣게 될 정도로 많이 넘어졌다.
트레킹할 때 날씨 상황을 고려해서 옷을 챙겨입기를 바란다.
푸른 풀밭에 흰 옷을 입으면 예쁘겠지 생각하여 입었지만
내가 본 건 푸른 풀밭이 아닌 누런 풀에 하얀 눈밖에 없어서 판단 미스였다.
단 2주 후에 주타에는 풀이 돋아 초록초록해졌는데
그래서 주타 트레킹이 6월부터 성수기인 이유다.
8월에 방문하신 분들도 보았는데 8은 반대로 푸른 풀이 또 여물어 있어서
6-7월이 가장 적기가 아닐까 싶다. 2주 후에 메스티아를 방문했을 때가 5월 말, 6월 초로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딱 푸릇푸릇하니 좋았다. 하지만 메스티아에서 조차도 끝까지 눈 때문에 올라가지 못했다.
며칠 차이, 몇 주 차이면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 조지아 여행하시는 분들은 고려해야 겠다.
저 집 너머에 지나쳤던 호수가 있다.
조지아도 농촌에 젊은 세대들이 떠나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특히 소련이 붕괴되고 사람들이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나서 격차가 더 커졌다고 한다.
조지아가 관광으로 개방되었을 때도, 사람들은 카즈베기 산과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를 보러 카즈베기만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차우키 산맥과 주타의 경관은 간과되었다고 한다.
이 상황이 바뀌게 된 것은 ZETZ캠핑 덕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주타에 관심을 가지고 오게 되었고, 방문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관광시설들이 들어섰다.
실제로 한국인 분들 중에서는 주타를 알고 카즈베기를 알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주타는 조지아의 장관을 이루는 스노 계곡을 차로 통과하기 때문에
일반차는 통과하지 못한다. 스노계곡은 카즈베기 남쪽의 4km 떨어진
아흐코티 마을에서 시작하여 조지아의 군용 고속도로 위에 있다.
신기한게 후기를 찾다보니 겨울에 카즈베기를 일대를 방문한 사진들도 있었다.
주타와 조지아의 겨울 관광 인프라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서 아예 겨울에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한다.
험난한 길을 거쳐서 호수에 내려왔다.
주타가 차우키 호수와 차우키 패스만 있는 줄 알았는데
19km, 30km씩 되는 아주 긴 코스들이 도 있었다.
차우키 호수가 그 중에서 가장 쉬운 편에 속하는 하이킹인데
차우키 패스이 모두 도착하는 건 아니고 올라가고 싶은 곳까지 올라가고 내려온다고 한다.
우리는 올라가고 싶은 곳까지 올라간 게 아니라
상황에 막혀서 돌아왔지만 말이다.
다시 차우키 호수로 내려오니
우리밖에 없던 호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신발이 다 젖어버려서 바위 위에 올라가서 신발이랑 말려야 했다.
비록 호수는 겨울 얼음들로 가득했지만 햇빛에 말리고 있으니 또 여유로운 기분이 좋았다.
여기에서 앉아서 쉬고 있는데
보드 타시는 분들도 있다.
아직도 이곳은 겨울이다.
어디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싶었는데 주타트레킹 초반에 헤어졌던
체코 동료였다. 심지어 산 위에서 직선으로 내려와서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간 거냐 물어보니 나중에 들어보니 산을 타고
러시아 국경까지 갔다가 사진찍지 말라고 쫓겨났다고 한다.
여튼 쉴만큼 쉬다가 빨라 가야겠다 싶어서 하산을 시도했다.
근데 또 길 잘못 들었다. 오른쪽으로 내려가야하는데
그냥 대충 길 따라 왼쪽으로 갔더니 눈폭탄을 만나버렸다.
앞으로 가야할 길도 온갖 눈밭 뿐이었다.
그래도 호수 전까지는 올라갈 때는 편했는데
내려갈 때는 비명을 지르면서 내려갔다.
또 미안하게 우리가 여기있는 거 보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길이 여기인줄 알고 이리로 올라와서 다같이 눈밭에 빠져서 악순환이 반복됐다.
여기가 길이 아니라고 알려줘야 하나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이미 길을 충분히 와서 돌이킬 수가 없었다.
또 우리를 보고 길을 잘못들어 눈밭을 헤치고 오는 게 보였다.
중간에 방법이 없어서 그냥 신발이 젖은 김에
눈밭을 직격으로 돌파해버렸다.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던 주타 트레킹 눈밭 부분을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트레킹 하산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