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의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
제19화 - 평온한 자연 풍경, 아이슬란드 후세이
Episode 19 - Húsey, The Calm Nature in East Iceland
아이슬란드
TOMO의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
Episode 19 - Húsey, The Calm Nature in East Iceland
아이슬란드
30㎞가 넘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가야 갈 수 있는 농장, 후세이에 가다
실망 끝에 도착한 마을, 후세이
후세이로 가는 길을 따라가는 내내 우울한 기분이었다. 뮈바튼 호수의 풍경이 놀랍기는 했지만, 그 풍경을 즐긴다고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로 손꼽히는 데티포스 폭포로 가는 걸 깜박한 것이다. 백야가 한창인 여름이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데티포스 폭포를 구경하고 숙소로 갈 수도 있지만, 하필이면 숙소로 택한 곳이 오지 중의 오지인 후세이 농장이었다. 후세이 농장의 숙소가 호스텔이라 체크인 시간이 오후 9시까지였고, 뮈바튼 호수에서 급하게 출발해도 20분 정도 늦게 도착하는 것으로 나왔다. 눈물을 머금고 (?) 데티포스로 꺾어지는 표지판을 지나 곧장 후세이로 향했다.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 19 - 후세이 (Húsey)
후세이는 아이슬란드 동부 피오르드 지방의 헤라드스프로이 (Héraðsflói) 만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농장이다. 후세이는 아이슬란드에서도 오지인 지역으로, 마을도 아닌 호스텔과 말 타기 투어를 즐길 수 있는 농장이다.
아이슬란드 동부에서 말을 타러 오는 것 외에 후세이에 오는 또 다른 이유는 트레킹을 즐기기 위함이다. 트레킹 루트 중 하나는 6㎞, 다른 하나는 14이며, 두 코스 모두 요쿨사 강 (Jökulsá)을 따라 바다로 향하면서 다양한 야생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후세이 앞바다는 물개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바위나 모래사장 위에서 우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스쿠아 (skua), 아비 (red-throated diver)와 같은 조류도 만날 수 있으며, 아이슬란드의 다른 지방과 달리 강에서 서식하는 조류와 바다에서 서식하는 조류 모두가 후세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트레킹을 하면 해안가의 풍경뿐만 아니라, 바닷가에 있는 검은 모래, 다양한 꽃들, 후세이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산맥을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 동부의 다른 마을처럼 후세이 또한 도시와 멀리 떨어진 자연 한가운데 있다. 게다가, 동부 피오르드 지방의 수도인 에일스타디르 (Egilsstaðir)에서도 한 시간 넘게 운전해야 갈 수 있다. 링로드인 1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간 뒤 동쪽으로 꺾어 925번 도로로 진입하면 후세이로 갈 수 있다. 비포장도로인 925번 도로를 따라가면 길의 끝에 후세이 농장이 나온다.
1년 내내 후세이 농장에 갈 수 있지만, 폭설이 쏟아지면 겨울에 후세이로 가는 도로가 막히기도 한다.
레이캬비크의 정반대 편에 있는 마을인 에일스타디르는 아이슬란드의 링로드를 따라가면 도착할 수 있다. 레이캬비크 국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도 에일스타디르에 갈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오지인 후세이 농장
후세이 농장을 숙소로 택한 건 아이슬란드 동부의 자연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고, 말을 타면서 물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혹등고래를 보는 것과 퍼핀을 보는 것과 함께 아이슬란드 여행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이 바로 후세이 농장에서 말을 타는 것일 정도였다. 지도상으로 보니 후세이 농장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오지인 아이슬란드 동부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지였지만 그런 제약조건을 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가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링로드에서 꺾어진 30㎞ 길이의 925번 도로를 따라가는 건 너무나 힘이 들었다. 물론 자연풍경은 정말 멋있었지만, 비포장도로의 수많은 자갈을 가는 내내 엉덩이와 허리가 아팠던 것이다. 왼쪽에 펼쳐진 요쿨사 강과 강 뒤편의 배경인 산맥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 멋있었지만 갑작스레 우중충해진 날씨가 데티포스를 못 본 내 우울한 기분을 배가시켜 주었다.
후세이 호스텔 (Húsey HI Hostel)은 큰 매력 없는 2층 건물로 더블룸이 아이슬란드에서는 정말 싼 가격인 8,500 크로나였다. 대신 화장실은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하고, 방도 정말 작다. 가장 가까운 마트가 60㎞ 떨어진 에일스타디르에 있으므로 호스텔에 가기 전에 식료품을 미리 구입해 가는 것이 좋다.
안내를 받아 호스텔에서 창 밖을 바라보니 멋진 자연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말들이 보였다. 우리가 온 것을 환영하는 것인지, 누워있던 말들이 뛰어노는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다음날 오전 10시에 말타기 투어를 하기로 하고 바빴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은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2시간 동안 후세이 농장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6㎞ 길이의 트레킹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사람이 없고 표지판도 드물다 보니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새를 만나고 요쿨라 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 뒤 농장에 도착하니 어느덧 10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제주도에서 말을 타는 것과 달리, 발판이 없고 직접 말의 등 위로 뛰어오르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날 이끌어주는 말은 백마인 하르파, 아내를 이끌어줄 말은 갈색 말인 브린야였다. 말은 달릴 때 수컷이 먼저 달리고, 그 뒤를 암컷이 따라간다고 한다. 성별이 같으면 나이 순으로 달린다고 하니 동물의 습성이 같은 점이 정말 신기했다.
투어 가이드는 아이슬란드인이 아니고 독일에서 온 여성 분이었다. 외진 농장에서 말을 먹이고 가이드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원래 말 타는 것을 좋아하고 말과 교감하는 것이 천직이라고 여겨 매년 여름에 아이슬란드로 와서 말을 타면서 돈을 번다고 했다. 독일에서도 말을 탈 수 있지만, 이런 천혜의 환경에서 말을 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니 과연 아이슬란드만 한 자연환경은 찾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하르파는 30살이 넘는 베테랑으로 능숙하게 길을 따라 걸었다. 하르파의 등 위에서 수많은 종류의 새를 보고 나니 어느덧 검은 모래 해변에 도달하게 되었다. 모래 해변에는 물개가 없었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모래섬에는 일광욕을 하고 있는 물개가 보였다. 머리를 가끔씩 내밀고 물고기 사냥을 하는 물개도 멀리서 관찰할 수 있었다. 말을 타고 물개를 볼 수 있는 곳이라니, 후세이에 온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하르파와 브린야와 함께 한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전날의 우중충한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우리가 말을 타는 동안 맑아진 날씨는 후세이에서의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시 한번 비포장도로인 925번 도로를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악몽과도 같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있더라도 아이슬란드 동부에 온 사람들이라면 후세이에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해보고 싶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정말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