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로 산다는 것은 꽤나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첫 신혼여행지였던 영국에선 대부분 밤낮이 바뀌어 죽어라 일만했고 허름한 방에 엄청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같은 맥락으로 워케이션도 상당히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정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그걸 낭만적이라고 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그렇게라도 가지 않았다면 쉼 없이 살아가는 우리 두 사람에게 쉼표를 찍을 수 있었을까.
아, 정말로 꼭 1년이 되었나보다. 그때도 밤새 부가세 신고를 하고 있었으니.. 하하하.. ㅋ
흐린 날이 많은 런던은 대체로 습도가 높고 가랑비가 잦다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7월의 런던은 맑은 날이 더 많았다. 숙소 주변에 갈만한 곳이 없나 살펴보다 발견한 하이드파크(Hyde Park)! 사실은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떨어져 있어 아무 생각없이 나왔는데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가장 큰 공원으로 런던 왕립 공원 중 하나였다.
첫번째 사진 우측 하단에 보이는 “The Royal Parks”는 영국 왕실에 속하는 주요 공원들을 일컫는데 역사적으로 중요하며 자영경관이 아름답고 문화적인 장소로 알려져 있다. 런던에는 8개의 왕립 공원이 있는데 브롬턴 묘지(Brompton Cemetery)와 빅토리아 타워 정원(Victoria Tower Gardens)을 포함해 총 10곳을 관리하고 있다.
공원은 서펜틴 호수(Serpentine Lake)를 중심으로 하이드파크와 켄싱턴 가든(Kensington Gardens)으로 나뉜다. 두 공원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켄싱턴 가든을 하이드 파크의 일부로 알고 있지만 각각의 공원으로 구분된다. 하이드파크의 넓이는 140 헥타르 (1.4 제곱 킬로미터), 켄싱턴 가든은 110헥타르로 두 곳을 합한 규모는 약 250헥타르에 이르며 두 공원은 “런던의 녹색 폐”라고도 불리며 여러 공원 네트워크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평화로운 하이드파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런던 왕립공원은 옛날 왕실이 여가와 레크리에이션을 위해 사용했던 곳이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 옆에 있는 버킹엄 궁전, 켄싱턴 가든에 있는 켄싱턴 궁전, 부시 공원에 인접한 햄튼 코트 궁전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1500년대 헨리 8세 국왕이 젊은 시절 그리니치 공원과 리치먼드 공원에서 승마와 사냥을 즐겼는데 두 공원 모두 당시 왕궁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헨리는 이 두 공원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하이드 파크, 켄싱턴 가든, 리젠트 공원이 들어선 땅을 가톨릭 수도사들로부터 빼앗아 또 다른 광대한 사냥 공원으로 바꿨고, 현재 세인트 제임스 공원과 그린 공원으로 알려진 지역에 화이트홀이라는 새로운 궁전을 지었다. 그 후 여러 세대에 걸쳐 영국의 군주들이 공원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는데 1660년대에 그리니치 공원을 변형한 '대계획'을 세운 찰스 2세부터, 1720년대에 켄싱턴 가든을 재구성하고 유명한 서펜타인 호수를 만든 캐롤라인 여왕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사진을 보면 펜스가 있고 넓은 흙길과 포장된 길이 있는데 걸어가며 길이 왜 이래?? 라고 생각 하기 무섭게 사람들이 말을 타고 흙길로 지나갔다.(…) 뭐지.. 영쿡의 흔한 일상인걸까? 아니면 그냥 제주도처럼 승마 액티비티라도 있는 걸까.. ? 싶었는데 아마도 가이드 투어가 있는 모양이다. 말을 빌리고 예약할 수 있는 장소가 근처에 있다.
계속 날이 흐리긴 했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잠시 고립되었는데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여서 외롭지 않았다. ㅎㅎㅎ
하이드파크는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공원 중 하나라는데 갑자기 내린 비도 문제였지만 조금 걷다 보니 생각보다 노잼일 것 같아서 우리는 켄싱턴 가든으로 빠르게 넘어가기로 했다. 이곳은 낮에는 하나의 통합된 공원으로 운영되지만 켄싱턴 가든이 먼저 문을 닫고 하이드파크는 자정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일정상 나중에 둘러 볼 여유가 있기도 했다.
가는 길에 만난 이탈리안 정원(Italian Gardens). 솔직히 여기 전체 공원 중에 제일 예뻤다. 날씨가 아쉬운 게 그저 흠이라면 흠이랄까.. 도대체 이탈리아는 어떤 땅이기에 이렇게 예쁘게 꾸몄을까 싶을 정도로 당장이라도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어졌다.(그 만큼 하이드파크가 세상 노잼이라서..)
여기저기 비를 피하는 사람들. 그런데.. 저렇게 앉으면 엉덩이 젖지 않나..? 영국에 와서 늘 궁금한 건데 아무래도 여기 사람들은 엉덩이가 젖는 게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일인가 싶다.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무료개방이지만 당신의 기부는 매우 환영합니다!” 기부통
그런데 저 완벽하게 들어가지 않은 동전이 사람 마음을 간사하게 만든다. 손끝으로 잡아 당기면 정말이지 빠질 것 같음.
멀리서 분수 뒤로 보이는 간이의자를 보고 ‘와~ 역시 유럽은 참 낭만적이네~! 그린그린한게 색도 공원이랑 맞춘 것 좀 봐! 진짜 예쁘다!’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돈을 내고 앉는 것이었따. ^_^ 돈 안내고 앉아있으면 잡으러 옴…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_^ 맑은 날이었다면 도시락 싸 들고 와서 예쁘게 치장하고 앉아 사진이라도 찍으면 좋겠지만.. 앉으면 엉덩이가 젖을 것 같아서 패스…. (계속되는 우리의 엉덩이 걱정)
이 정원은 앨버트 왕자가 사랑하는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한 것으로 영국 역사 유산에 2등급으로 등재되어 있다. 열정적인 정원사였던 앨버트 왕자는 오스본 하우스의 정원을 관리하며 넓은 테라스, 분수, 항아리, 기하학적인 화단을 갖춘 이탈리아 정원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