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하이드 파크와(Hyde Park) 켄싱턴 가든(Kensington Gardens)은 두 개의 인접한 왕실 공원이지만 각각의 매력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런던에서 가장 큰 왕실 공원으로 넓은 초원과 공공 토론의 장으로 유명한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가 있는 하이드 파크가 콘서트, 축제, 스포츠 활동 등 다양한 문화적 이벤트로 런던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면, 켄싱턴 가든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왕실의 역사적인 매력을 결합한 공간으로 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다.
켄싱턴가든은 18세기 초에 조지 3세의 왕비인 샬럿 왕비가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조성하여 이후 왕실의 소유로 관리되었는데 19세기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인 앨버트 왕자를 기념하기 위해 앨버트 기념비를 건립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영국군의 훈련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공원을 걷다 보면 꼭 어디선가 라일락처럼 진한 꽃냄새가 풍겨져 왔다. 어떤 꽃인지 궁금해서 보이는 꽃 마다 다가가 킁킁 냄새를 맡았는데 도저히 못찾겠다. 아무리 냄새를 따라 가도 다가가면 사라져버려서 이 나무인진 모르겠지만.. 못 보던 꽃나무인 것 같아서 신기했다. 찾아보니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개오동의 유사종 꽃개오동(미국개오동)이란다. 경복궁의 뜰에도 개오동이 여러 그루가 있다는데 언젠가 기회를 만들어 가 보아야겠다. 꽃향기가 좋아 벌들을 불러 모으고 북한에서는 향오동나무라고 부른다는데 이 나무가 맞는 걸까?
켄싱턴 궁전과 하이드파크를 연결하는 운하, 롱 워터(The Long Water)는 조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번식하는 물새의 중요한 개체군이 있어 겨울에는 많은 철새가 찾아온다. 조사된 나방만 90종이 서식한다고… ㅎㅎㅎ
롱워터 기둥에 앉아있는 새들.. ㅎㅎㅎ
서펜타인 호수의 길고 좁은 서쪽 절반을 일컬어 롱워터라고 부른다. 원래는 이탈리안 가든에서 유입되는 웨스트본 강에서 물이 들어왔는데 1834년 강이 오염되어 템스강에서 물을 펌핑해온다. 건설 당시 인공 호수는 일반적으로 길고 직선적이었는데 서펜타인 호수는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설계된 최초의 인공 호수 중 하나로 전국의 공원과 정원에서 널리 모방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깨끗하게 일러스트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손으로 직접 그린 것 같은 이 삽화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더 직관적인 것 같기도 하고..
이곳에는 피터팬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피터팬 동상이 있다. 갑자기 왠 피터팬인가 했는데 과거 켄싱턴가든 근처에 살던 피터팬 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James Matthew Barrie)가 이 공원에서 만난 여인의 아이들을 보고 떠올린 이야기를 바탕으로 첫 번째 피터팬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 청동 조각품은 배리가 의뢰해서 프램튼(George Frampton) 경이 만들었는데 배리는 피터팬 의상을 입은 마이클 루엘린 데이비스의 사진을 바탕으로 소년을 만들고자 했지만 프램튼이 다른 모델로 만들어서 배리는 결과물에 실망했다고 한다. 마치 요정들이 밤새 세워 놓은 것처럼 아이들에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배리는 아무 허락도 받지 않고 동상을 이곳에 세웠고 다음날 타임즈 신문에 공지를 게재했는데 일부 비평가들은 허가없이 공원에 조각품을 세워 자신의 작품을 광고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뭔가 되게 특이한 사람인 것 같..)
켄싱턴 궁전은 찰스 왕세자와 결혼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1997년 이혼할 때까지 왕실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공식적인 생활을 했던 곳으로, 현재는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비,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 루이 왕자가 거주하고 있다. 별도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켄싱턴 궁전 가든과 왕족들의 미술품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영국의 조각가 필립 잭슨(Philip Jackson)이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기리기 위해 제작한 조각상, 세레니티(Serenity). 서펜틴 호수(Serpentine Lake) 근처에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백조와 함께 조각되어 있다. 그녀는 생전 환경 보호와 동물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 후, 이 공원을 즐겨 찾으며 산책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곤 했던 그녀를 추모하기 다이애나 추모 분수를 만들었다. 수목으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 광장 한가운데에 긴 타원형의 물길이 인상적이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하이드 파크와 켄싱턴 가든을 나누고 있는 방대한 서펜타인 호수에서 노 젓는 배를 빌려 한가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고 따뜻한 계절에는 이 호수의 특별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금지 ㅎㅎㅎ
금강산도 식후경. 걷다 보니 조금 출출해져서 가까운 레스토랑을 찾았다.
오전부터 내리는 비로 외부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젖었고 레스토랑 안과 처마 밑은 만원이라 여유있게 먹긴 어려웠다.
조금만 더 걸으면 나오는 또 다른 레스토랑
하이드파크 자전거 정류장
정류장 표지판 같은 사각 기둥에서 결제를 하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카드로 2파운드를 결제하면 영수증같이 보이는 종이에 1, 2, 3으로 조합된 다섯 자리의 비밀번호가 출력되어 나오는데 이 번호를 자전거가 있는 기기에 입력하면 된다. 비밀번호는 10분이 경과되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결제 후 여유를 부리면 안된다. 가장 좋은 건 이용 전 자전거는 충분히 있는지, 안장 높이나 체인이 잘 돌아가는 지 등을 확인 후 미리 마음속으로 찜꽁을 해두었다가 결제 후 이용하는 것이 좋고 한번 반납한 자전거는 다시 이용할 수 없다.
자전거 대여 후 공원 내 아무곳에서나 다 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지정된 루트를 따라 이용할 수 있으니 자전거 지도를 미리 사진찍어두거나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가 안 왔다면 호수에서 배도 타고 자전거도 타며 공원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