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ANBUL
HAGIA SOPHIA MOSQUE
카라쿄이가 아닌 카디쿄이에 내리는 해프닝으로 이스탄불 여행은 시작되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좋다. 여행은 불확실한 것을 통해 재밌는 에피소드를 탄생시키니까. 아시아 지구로 일컫는 카디쿄이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1990년대 만났던 풍경으로 회귀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그 안에서 맛있는 식사와 행복하고도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이제는 아시아 지구에서 다시 원래 숙소가 있는 올드타운으로 이동해야 할 때. 그곳은 또 어떤 재미난 에피소드를 만들어줄까. 희미하게 그려지는 상상들과 함께 페리에 올랐다.
페리 안쪽 에어컨이 나오는 자리에 앉았다. 바깥은 너무도 덥다. 한국의 여름과 비슷한 더위를 가지고 있는 이스탄불의 뜨거움은 아름다운 풍경보다 시원한 에어컨을 찾게 했다. 그나마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일렁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시원함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잡기로 했다. 윤슬은 참 아름답고, 좋은데 그런 날이면 늘 더운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태양이 내리쫴야 윤슬이 생기는 거니까. 이런저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다 보니 20분은 금세 지나갔다.
저 멀리엔 갈라타 타워가 보였다. 갈라타 타워는 갈라타 지역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타워라고 한다. 이스탄불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기도 하다. 타워의 전망대에서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해협 <보스포러스 해협>과 <골든혼>, 그리고 이스탄불 시내 전체를 볼 수 있다. 십자군 전쟁 때 파괴되었다고하는데, 1348년 제노아 자치령에 의해 타워 오브 크라이스트라는 이름으로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타워는 여러 번 재건축 되었고, 1960년에 목재로 된 내부를 콘크리트로 바꾸고,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도 갔냐고? 입구까지만 갔다. 아쉽게도 올해는 이 갈라타 타워를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입장이 어렵다.
또 하나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나 풀면, 갈라타 타워 근처에 갈라타사라이 홈구장이 있지 않을까 하고 검색했다. 하지만, 꽤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카르디가 뛰고 있는 칼라타사라이. 튀르키예 여행을 한다면 축구를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 같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길가에는 구운 밤이나 옥수수 등을 파는 매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페리를 타는 곳의 옥수수가 다리 하나 건너면 먹을 수 있는 옥수수보다 비싸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곳 튀르키예도 위치에 따라 금액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릇노릇 구워진 옥수수. 그 위에 소금을 뿌려주는데, 길에서 먹은 음식 중 이 옥수수가 제일이었다. 어쩜 알맞게, 맛있게 구웠는지 옥수수는 금 뽀얀 막대기를 보여주었다.
이스탄불에서 트램은 없어선 안 될 교통수단이다. 열차의 축소판인 트램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도심 전체를 누벼댄다. 이스탄불에서 머문 5일 동안 트램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였다. 이 대도시에서도 렌터카를 빌려 여행할까 생각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렌터카를 탔다면 분명 한 번쯤은 사고가 났을 테니. 이스탄불은 교통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도시기에 트램은 필자에게도 감사한 교통수단이었다.
이스탄불의 올드타운은 말 그대로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만의 감성을 가진 장소였다.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기에도 적확한 곳이 바로 이곳 올드타운이었다. 숙소를 올드타운으로 잡은 이유는 저렴한 금액으로 꽤나 괜찮은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이곳을 5일 동안 머물고, 걸으면서 느낀 것은 걸을수록 다채로워진다는 것이었다. 낡았다는 것은 그저 낙후되고 노후되었다는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연륜을 가지고, 자기만의 빛을 낸다는 말이었다.
올드타운의 새로운 명소는 이곳 아야 소피아 모스크이다. 성당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모스크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아주 모호한 모습의 아야 소피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였다. 놀랍게도 이곳은 이슬람을 믿는 신도들과 예수님을 믿고 경외하는 크리스천, 그리고 천주교인들이 공존하는 장소였다. 참으로 웃긴 것이 세 개의 종교가 한곳에 모인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여기서 이슬람 교인들은 돈을 내고 입장하지 않고, 1층에서 기도를 드리고, 천주교인과 크리스천들은 꽤나 큰돈을 내고, 이곳을 입장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1층은 출입이 어렵다. 오롯이 2층에서만 구경을 할 수 있다. 이슬람을 믿는 튀르키예가 천주교인과 기독교인들에게 매년 막대한 돈을 번다는 것도 웃기는 사실이었고, 돈을 내고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는다는 사실도 조금 난해했다. 물론, 그 난해함 속에 필자도 있었다. 직접 경험해 보니 더욱 머리가 아플 정도로 난해했던 아야 소피아 성당이자 모스크. 이 여행의 기록은 다음 콘텐츠에 다룰 것이다.
+ 다음 에피소드
아야 소피아에서 있었던 엄청난 에피소드가 또 하나 있다. 티켓을 구입할 때 문제가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아주 힘든 노력을 했다. 누가 보면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에겐 어글리 튀르클레르였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환불이 어렵다고 했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다음 에피소드에 자세히 다뤄 절대 이곳에서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없길 바라본다.
오스만 제국의 모스크와 로마 시대의 성당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아야 소피아 성당(모스크). 이곳은 올드타운의 심장이자 가장 중요한 장소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난해하면서도 각자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이곳. 그 이야기를 다음 에피소드로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