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ANBUL
HAGIA SOPHIA MOSQUE
튀르키예 여행은 대부분 평이했다. 평이했다고 말하는 건 풍경이 그저 그랬다거나, 음식 혹은 문화가 평범했다는 뜻이 아니다. 필자의 여행의 대부분은 스펙터클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간다. 매번 어떠한 사건이 한 번씩은 분명 일어나는데, 대부분의 도시는 너무나도 좋은 기억밖에 없다. 그렇기에 평이했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평화로운 여행을 얼마 만에 한 것인지 생각해 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스탄불은 그렇지 못했다. 모든 사건사고가 이곳 이스탄불로 향했다. 화가 많이 나는 상황이 여러 번 찾아온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에서도 그 일은 일어났다.
환불을 왜 안해주는 거야?
빌어먹을, 아야 소피아
솔직한 심경으로는 이곳은 망해야 한다. 그게 맞다. 아주 빌어먹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 이곳이었다. 만약 튀르키예 여행을 계획하고, 이스탄불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 글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스탄불은 식도락 여행으로 일품이지만, 랜드마크라고 할 곳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아야 소피아는 방문하는 관광지 중 1순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아야 소피아를 필자도 당연히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모스크가, 성당이 무슨 죄가 있겠냐만, 이 건축물을 가지고 돈을 벌어먹겠다는 이스탄불 사람들은 반성을 좀 해야겠다.
티켓 끼워팔기
위 사진을 보면 총 3,400리라가 나간 것을 볼 수 있다. 한화로 약 13만 7천 원인 셈이다. 아야 소피아는 방문하는데 3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 곳이다. 두 명의 티켓값이 13만 7천 원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알고 보니, 뮤지엄이 껴있다. 티켓 판매 직원이 뮤지엄까지 끼워 판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우리는 아야 소피아만 방문할 것이니 환불해달라고 했다. 돌아온 답변은 뮤지엄 볼 게 많다는 것이었다. "xx, 우리는 너네 유적지고 나발이고 관심이 없다고." 심지어 뮤지엄 가격은 인당 한화 3만 원이 넘었다. 어이가 없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다.
환불 받으려면 한 시간 기다려
이스탄불의 몇몇 사람들 때문에 완전히 여행이 망가질 뻔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 환불을 하려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옆에서 기다리란다. 사람을 잘 못 본듯하다. 티켓 부스의 캡틴을 불렀다. 욕을 섞어가며 환불해 놓으라고 소리 질렀다. 어글리 코리안이고 뭐고, 형제의 나라는 무슨 돈 빨아먹는 나라에 불과했다. 이제서야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3분 만에 환불을 해주었다. 어떻게든 환불을 안 해주려는 이들의 마음. 아주 잘 알았다. 지금 생각해도 열받는데, 이때는 얼마나 열이 받았는지 가늠도 안된다. 이스탄불에서 택시 사기꾼, 터키 항공의 오버부킹, 아야 소피아의 만행까지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감정을 빼고 이젠 여행기로 돌아와야겠다. 아야 소피아는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이 가치를 알려면 이곳 이스탄불의 역사를 알고 가야 한다. 현재의 이스탄불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비잔티움으로,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을 때는 콘스탄티노플로, 1453년 시작된 오스만 제국 시대에는 흔히 이스탄불로 불리었다. 1922년 터키 공화국이 수도를 앙카라로 옮긴 후 1930년 정식으로 이스탄불이라고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로마가 476년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멸망한 이후에도 동로마 제국은 중세 기간 동안 이곳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유지되었다. 이스탄불은 이러한 역사로 인해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유적들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을 띤다. 그중 건축사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건물은 단연 <아야 소피아>이다. '소피아(sophia)'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육신의 형태로 세상에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이나 지혜'를 가리킨다. 1935년부터는 현대 터키의 수립자 아타튈크 명에 의하여 박물관으로 사용되었지만 원래는 성당으로 건립되었으며 동로마제국의 멸망 후에는 모슬렘 교도들에 의해 모스크로 사용되면서 모슬렘 건축의 특징적인 뾰족 탑 미나렛 두 쌍이 15세기와 16세기에 각각 추가되었다.
이곳 아야 소피아는 기독교적인 면모와 이슬람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장소였다. 곳곳의 벽화에는 예수님 그림이 그려져있고, 천장에는 천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창문에는 모자이크 형식으로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양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슬람 문화들도 분명 존재한다. 1층의 기도를 드리는 예배당의 모습이 특히 그러했다. 거대한 성당으로 쓰였을 아야 소피아. 권력의 흐름에 따라 변한 이곳의 모습만 보더라도 이스탄불이, 튀르키예가 얼마나 역사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이질적이라는 말
이곳 아야 소피아는 이질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천사들의 얼굴이 천장에 있지만, 어떤 천사는 얼굴이 없다. 모스크가 되는 과정에서 때어버린 것이다. 예수를 그린 프레스코화 또한 훼손이 심하다. 이 또한 그런 연유이다. 또 예수의 그림은 천으로 교묘하게 가려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뒤섞여 다투는 듯한 모양새가 이곳 아야 소피아에 있다. 그뿐 아니라, 많은 크리스천들이 히잡을 쓰고, 비싼 돈을 지불한 뒤 이곳 아야 소피아로 입장한다. 그 모습 또한 이질적이다. 종교 대통합을 보는 듯한 모습. 그게 이곳 아야 소피아에 있다.
아야 소피아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관광지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여행지는 아니었다. 시작이 별로니, 모든 게 다 날카롭게 다가온다. 심지어 나올 때도, 뮤지엄을 홍보하는 모습. 돈을 얼마나 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종교를 가지고 돈벌이를 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모든 이스탄불이 좋았지만, 최악이었던 아야 소피아. 튀르키예 내에서도 가장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 기억도 언젠간 희석되어 좋았던 것 같은 여행지가 되겠지. 여행은 늘 그래왔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여행기는 더 직설적으로 말하고 싶다. 별로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