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무한시-장강대교와 한커우
우한시는 후베이성의 성도(省會)로서 화중지역의 정치·경제·사회 중심 도시이다. 창장(长江)과 한장(汉江)의 교차점으로 창장평원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아홉 개 주의 통로’로 불리는 우한은 많은 철로와 도로,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교통 요지이다. 팬데믹 초기, 이러한 우한의 특징으로 COVID-19 바이러스가 짧은 시간 내에 중국 전역에 파급되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13개 시직할구로 구성되어 있는 우한시의 면적은 8,494km2이고, 인구는 1,377만 명에 달한다. 우한경제기술개발구, 둥후신기술개발구, 우자산 타이완투자구(吴家山台商投资区) 등 산업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무한시 한커우역. 2023 Ⓒ 김동하.
무한박물관 입구. 2023 Ⓒ 김동하.
호북성 박물관 입구. 2023 Ⓒ 김동하.
무한시 지하철 2호선 쉰리먼(循礼门)역 지상철 구간. 2023 Ⓒ 김동하.
2009년 전까지 무한에는 무한역(武汉站)이라는 이름의 기차역이 없었다. 당시 무한시 기차역 이름은 우창역, 한커우역, 한양역 3곳이었다. 이는 무한시가 도심을 관통하는 장강과 한강으로 3개 구역으로 나뉘어졌기 때문이다. 2009년 말 무한-광저우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드디어 ‘무한역’이 생겼다. 장강과 한강 합류점에 입지한 우한은 강줄기를 따라 각각 우창(武昌), 한커우(汉口), 한양(汉阳) 3개 지역으로 나뉜다. 예부터 무한삼진(武汉三镇)이라는 명칭이 있었는데, 우창·한커우·한양 세 고을을 의미한다. 이 세 고을을 합친 것이 지금의 무한시이다. 국민당 정부는 1927년에서야 처음으로 우창, 한커우, 한양을 통합하여 무한시를 설치하고, 중화민국 임시수도로 정했다. 이후 다시 세 도시로 분할되었다가, 1949년 신중국이 성립되면서 무한시가 등장했고 1954년에 비로소 호북성 수도로 지정된다.
무한시 번화가 장한루. 2023 Ⓒ 김동하.
무한시 번화가 장한루 표지판. 2023 Ⓒ 김동하.
무한시 번화가 장한루에 뜬 갤럭시 광고. 2023 Ⓒ 김동하.
우한은 창장 중상류 지역에 위치해 예로부터 수로 교통이 발달해 상업무역이 번성했다. ‘십 리에 걸쳐 돛이 늘어서 있고 수만 개 가게 등불로 불야성을 이룬다’는 말로 우한을 묘사했을 정도다. 특히 우한은 청조 말 양무운동 이래 공업중심지로 집중 육성됐다. 톈진조약에 따라 한커우항이 개방된 이후 외국 조계지가 들어서면서 더욱 번영을 구가했다. 중국 최고 철강기업과 군수기업인 한양철강, 한양군수기업이 세워졌으며, 우한은 상하이와 함께 제2의 상업금융중심지로 불렸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동방의 시카고’로 불렸다. 1911년 10월 신해혁명의 도화선이 된 우창봉기가 발발하며 우한은 한때 중국의 혁명중심지였다.
사명은행 한커우 지점 건물. 2023 Ⓒ 김동하.
이 건물은 1936년에 완성되었으며, 사명은행은 1908년에 창립된 민간상업은행이다. 본부는 상하이에 있었으며, 절강성 영파상인들이 창업한 은행이다. 사명(四明)은 영파시 별칭이기도 하다.
대만은행 한커우 지점. 2023 Ⓒ 김동하.
이 건물은 1915년에 완공되었다. 현재 인민은행 한커우 지점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대만은행은 1898년 일본이 대만을 식민지배하면서 금융통제를 위해 설립한 은행이다. 식민지배 시절 법정화폐인 은원(銀圓) 발권은행이었다. 이는 대만에 대한 일본의 식민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무한시 장한루에 개점 준비 중인 일본 츠타야 서점. 2023 Ⓒ 김동하. 2023년 8월 촬영.
츠타야(TSUTAYA·蔦屋)는 일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이 운영하는 서점이다. 책을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음반, DVD, 책, 가전 등을 렌탈해주고 판매한다. 현재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개념을 제시, 식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 12월 16일에 화중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오픈했으며, 베이징 지점은 2024년 4월에 개점했다.
무한시 장한루 츠타야 서점 개점 후 모습.
자료: 호북일보(2024.12.19) https://news.hubeidaily.net/pc/c_2073980.html
상하이가 조계(租界) 설치의 시작이었다면 제2차 아편전쟁(1856년) 패배 후 우한시에도 조계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1858년 청나라는 톈진조약을 영국, 러시아, 프랑스, 미국과 체결하고 한커우(지금의 무한)를 비롯한 10개 항구(잉커우, 옌타이, 타이완, 산터우, 해남도, 지우장, 난징, 차오저우 등)를 대외 개방하기로 한다. 1861년에 영국 관료는 한커우에 도착하여 조계 설치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 1898년에 이르러 영국은 ‘전계조약’을 청나라와 체결하고 한커우 장강 수변 22.46ha 에 영국 조계를 설치하였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러시아(1896년, 27.6ha), 프랑스, 독일, 일본(1898년 41.46ha), 벨기에(1897년, 40ha) 등도 하나우 장강 수변을 따라 조계를 설치하였다.
19세기 무한(한커우) 조계 현황.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본, 독일, 프랑스, 러시아, 영국 조계가 장강 연변에 설치됨.
자료: 무한박물관
황금 판매회사 판촉 활동 모습. 2023 Ⓒ 김동하.
장강에서 무한 시민들이 수영하는 모습. 2023 Ⓒ 김동하.
장강 수변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모습. 2023 Ⓒ 김동하.
1949년 신중국 성립 후 상하이, 선전 등 연해의 고속경제 발전에서 소외됐다. 최근 중국정부의 중부굴기 전략(화중지역 발전 전략)과 함께 우한은 내수시장이자 거대 소비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2023년 우한시 소매판매액은 7531.9억 위안으로 직할시인 톈진시는 물론, 내몽고자치고, 길림성, 흑룡강성, 해남성, 감숙성, 청해성, 영하회족자치구, 신강위구르자치구보다 크다. 현재 우한은 ‘중국의 디트로이트’를 꿈꾸며 자동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현재 우한시에는 중국 3대 자동차 기업인 둥펑자동차를 비롯해 프랑스 시트로앵, 푸조, 닛산, 혼다 등 8대 자동차 제조업체가 진출했다. 자동차 기업의 2023년도 무한시 생산량은 120.6만 대에 달한다.
장강 수변 공원에 걸려있는 구명 튜브. 2023 Ⓒ 김동하.
장강 수변공원 입구. 2023 Ⓒ 김동하.
20세기 초에 건설된 장강 수변 조계지 건물들. 2023 Ⓒ 김동하.
우한은 베이징, 상하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구 · 교육기지로서 대학생 수가 120만 명에 이른다. 1952년 구 소련의 원조로 우한강철을 설립했고, 우한, 황스(黄石), 어저우(鄂州)에 다수의 철강기업이 분포하고 있다. 중국 3대 철강사 중 하나인 우한강철은 세계 5대 철강사로 성장했다. 1969년 설립한 동펑(东风)자동차의 본사가 있는 우한은 중부지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 동펑자동차는 일본 닛산, 프랑스 시트로엥, 한국 현대·기아 등과 합작하여 승용차, 트럭 등 다양한 모델을 생산 중이며, 2023년 동풍기차 그룹 자동차 판매량은 208.82만 대로 중국 전체 7%(6위)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여 조성된 우한시의 ‘광밸리(光谷,Optical Valley)는 중국 최고의 광산업 메카로 성장 중이다. 인텔, 노키아, IBM, 필립스 등을 포함한 2,000여 개의 첨단기업이 입주해 있는 광밸리의 광케이블 생산량은 중국 1위, 세계 2위 수준으로 세계 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98개사가 우한시에 투자했으며, 홍콩, 프랑스 기업의 비중이 높다. 우한시는 1979년 일본 오이타시를 시작으로 총 20개의 도시 간 자매우호 교류를 체결하였다. 한국과는 2000년 10월 청주시와 자매우호 교류를 체결했다. 우한시에는 프랑스 총영사관, 미국 총영사관에 이어 세 번째로 2010년 10월에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설치되었다.
호북성 무한시 장강대교와 장강. 2023 Ⓒ 김동하.
우한 장강대교는 우한시 한양구와 우창구를 연결하는 통로이다. 중국 최초의 도로 및 철로 겸용 대교이며 1955년 9월 착공, 1957년 10월에 개통했다. 전체 길이는 1,670.4m로 상층에는 왕복 4차선 도로, 하층에는 복선 레일이 있고 베이징-광저우 노선이 관통한다
장강대교 기념비. 2023 Ⓒ 김동하.
탑에 새겨진 명문(銘文)은 마오쩌둥 주석 글씨이다. 1956년 마오 주석이 장강을 유람하고 지은 시 수조가두·유영(水调歌头·游泳) 한 구절이다. 一桥飞架南北, 天堑变通途(일교비가남북, 천참변통도. 한 다리가 남북을 가로질러 놓이니, 하늘의 장애물(장강)도 막힘없이 통하는구나). 1957년 10월, 장강대교가 개통되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오 주석이 쓴 글을 기념비에 새겼다.
호북인(湖北人)에 대해 사람들은 ‘하늘에는 9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있고, 땅에는 호북인이 있다’라고 비유해서 말한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들은 구두조(九頭鳥)를 성스러운 새로 신봉했다. 이는 매우 영리하고 지혜롭고 생명력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옛 초나라 땅이었던 호북은 문화역사의 유구함, 수려한 산과 맑은 물, 높은 계곡과 평원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호북인은 총명한 두뇌와 동시에 북방인들의 호방함과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지(智)와 용(勇)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상인에게 총명함은 그 정도를 넘어서면 교활함이 된다. 최근에는 구두조를 계략과 계산에 능한 호북상인을 비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장한세관 박물관. 2023 Ⓒ 김동하.
1921년에 건축된 건물로, 우한 국민당 정부 건물 기념관이다.
1927년 우한 조계 탈환 기념 조각상. 2023 Ⓒ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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