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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라디오 DJ가 바뀐 줄 알았다. 그런데 익숙한 목소리? 물론 계속해서 듣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의 주인과 방송을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낯선 이유는 기절하고 일어나니 새벽이었다는 점이다. 뒤척이지 않고 잠을 잤다는 것은 좋은 소식일까 아니면 그만큼 피곤했고 힘들었기에 오늘이 힘들거라는 나쁜 소식일까? 그러나 오늘은 어제 무리한 만큼 일정이 어느정도 줄어 있었다. 거기다 아침부터 내리는 빗소리 덕에 쉬는 날로 정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꿉꿉함, 차가움, 따뜻함. 이 3가지가 함께 있는 텐트 안. 비는 계속 오고 오늘도 젖은 침낭과 텐트를 이고 가야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은 검봉산 자연휴양림을 가거나 조금만 걷고 모텔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전날 지치지 않았더라면 저 정자에서 자고 텐트도 젖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조금만 더 오니 더 좋은 장소들이 나타나 괜히 아쉬움이 커졌다.
얼마가지 않아 도착한 마을.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잠시 비를 피해 쉬어갔다. 많이 오진 않지만 신경 쓰이는 빗줄기. 전현무의 라디오가 끝날 때즈음 비도 같이 끝이 났다.
굴다리를 지나 항구가 있는 마을에 들어가니 지난 밤 그렇게나 찾던 작은 슈퍼가 보였고 이곳에서 초코바 2개와 뻥티기를 하나 골랐다. 아주머니는 초코바의 가격이 헷갈린다고 하셔 난 웃으며 싸게 달라고 답했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내 짐을 보곤 어디가냐고 물어보셨고 나도 웃으며 답했다.
"부산이요! 고성에서부터 걷고 있어요 하하"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날 부르더니 한라봉? 천혜향? 을 주셨다. 대충 봐도 질이 좋은 게 적어도 내가 산 행동식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보였다. 이정도면 서비스가 본 상품보다 비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머니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가져가라고 계속 내밀으셨다.
"와... 얼마만의 과일인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간단한 아침을 먹으려다 정까지 얻고 가게 된다.
이후 해파랑 길은 항구를 벗어나 황영조 기념관, 기념공원을 지나 도로를 따라 갔다.
아주머니 덕에 너무나 맛나게 먹은 과일 비타민씨가 뿜뿜!
항구를 벗어나 도로를 따라 산으로 넘어간다.
삼척시에 있는 황영조 기념공원
황영조 기념공원
넓이는 1만 1650㎡이다.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경기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한 황영조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기념관과 기념탑 등이 들어서 있다. 이중 기념관은 건축면적 987㎡로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이다. 1층에는 두 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이중 제1전시실은 황영조 선수가 올림픽을 제패하기까지의 성장과정과 훈련과정 등을 소개하는 각종 사진 자료를 전시한다. 제2전시실은 올림픽 우승 당시의 기념 사진과 각종 마라톤대회 참가 사진·물품·영상물을 전시한다. 2층은 기념품 판매장으로 역대 올림픽 포스터를 전시하며, 3층은 휴게실이다.
공원에서는 황영조 선수의 고향인 초곡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작은 포구로서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공원은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하나 기념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는 5시)까지 개장하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2001년에 '2002삼척세계동굴박람회' 부대행사장으로 선정되었다. 이에 시에서는 세계 마라톤 역사 코너와 몬주익 언덕 등을 재현할 계획이다. 인근에는 환선굴과 영은사 등이 있다.
-출처, 두산백과
황영조 기념관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왜 이러한 길로 가야하는지 짜증이 났지만, 그냥 단순히 길이 차도 밖에 없었다. 하하
그후 만나게 되는 꼭대기 뷰
용화마을을 향해 쉬엄쉬엄 뻥티기를 먹으며 왔더니 어느새 시간은 오전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검봉산 자연 휴양림에 전화를 했다.
"혹시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야영 데크를 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안되고 5월 이후에 가능합니다."
산불방지기간에 휴양림도 못 쓸거라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용화를 지난 뒤 해파랑길 29구간은 산을 타고 무려 8시간 짜리 거리였기에 어제처럼 30키로를 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침 삼척의 항구도 궁금했으니 버스를 타고 근처의 임원리항으로 가기로 했다.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이 마을 뒤 샛길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검은 형체를 발견했다. 뭐 그냥 지나가면 되겠지. 그런데 지나가는데 옆으로 오더니 갑자기 앞발을 들고 머리를 들이댄다. 놀라서 뒤로 급하게 뒤로 빠졌다. 내가 착각했나 싶어 살짝 다가가니 또 경계 모드로 앞발을 들고 머리를 들이댄다. 이거 어쩌나... 뒤로 돌아 도로를 타고 내려가자니 바로 앞에 마을이 보였다. 어디 돌 없나... 근처에서 돌을 던져 위협해보지만 염소 얼굴 주변의 파리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이래서 스틱을 가지고 다녀야하나... 하.. 어 스틱?"
나에겐 삼각대라는 큰 스틱이 있었다. 칼을 뽑듯 배낭의 좌측에서 삼각대를 꺼냈다. 다리를 최대한 펴서 리치를 늘린 후 천천히 다가갔다. 역시나 경계하는 염소. 앞발을 들고 뿔과 이마를 들이대자 나도 삼각대를 상대의 이마에 밀어넣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내 배낭과 덩치에 맞서고자 앞발을 들어서인지 힘이 약했다. 삼각대로 밀어버리자 뒤로 주춤하는 염소. 3번을 반복하자 뒤로 도망쳤다. 그런데 묶인 줄 덕에 멀리 가지 못하고 또 한 번 더 대치하며 옆으로 스윽 빠졌다. 앞에는 평화로운 마을길이 펼쳐 졌다. 염소를 이긴것보다 돌아갈 필요 없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그런데 위험하게 호전적인 염소를 왜 이렇게 풀어놓은거지?
문제의 길막 염소. 묶인 줄이 엄청 길다.
도구를 쓰기 때문에 인간이지
민박촌을 지난 뒤 해파랑길 30구간이 끝이 났고, 민박보다는 차라리 버스를 타고 모텔에 가는 게 더 저렴했기 때문에 임원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별로 걷지 않은 채 도착한 일정이라 밥을 여유있게 먹고 들어가도 장비 정리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 덕에 버스 기사 아저씨가 추천한 횟밥을 먹어보게 되었다.
작은 횟집 가게들로 가득했던 임원항.
횟밥이란 회덮밥을 뜻하는 것이었고, 혼자 먹어도 회덮밥에 매운탕이 나와 굉장히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늘 그렇든 4일차 즈음에 들어온 숙소기 때문에 목욕과 밀린 빨래 그리고 장비를 말리기 시작했다. 뭔가 매일 걸으면서 힘들지만 괜히 4일차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이 문명의 안락함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내가 자연을 즐기며 트레킹과 백패킹을 즐기는 걸 자연에서 잘잔다고 오해한다는 점이다. 난 역시 안락한 침대와 따뜻한 실내가 제일 좋다. 그저 자연을 가장 잘 즐기기 위한 방법이 백패킹이라 이 어려움을 수단으로 쓸 뿐이다.
이렇게 해파랑길 14일차가 끝이 났다.
모텔이 있다는 건 그래도 굉장히 발달한 항구라고 느껴질만큼 귀한 장소라고 여겨진다. 그만큼 해파랑길이 많은 항구를 지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