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치앙마이에서 2시간 거리에 이런 멋진 도시가 있었다니! 람빵에 머무는 내내 감탄했다.
람빵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플로팅(Floating) 파고다'라 불리는 왓쩌른프라키얏(Wat Chaloem Phrakiat) 때문이었지만, 람빵에 머물수록 여기에 오길 참 잘했구나 싶었다. 세련되진 않지만 소박하고 평온한 안식처 같은 이 도시가 맘에 들었다.
람빵 외곽에는 플로팅 파고다 외에도 가볼만한 여행지가 많다.
먼저 째선 국립공원(Chae Son National Park)이다. 람빵 시내에서는 조금 멀어 택시 투어를 이용해야 하지만 울창하고 맑은 숲길을 따라 트래킹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트래킹 뒤에는 야외 온천에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묘미는 바로 즉석에서 쪄먹는 계란이다. 매점에서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생계란을 사서 10분만 온천물에 담그면 금방 포슬포슬한 찐계란을 먹을 수 있다. 외국인은 현지인의 10배가 비싼 입장권(200밧, 8000원가량)을 구입해야 하지만, 푸른 녹음과 온천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
산 정상에 있어 풍경이 아름다운 왓프라탓 도이프라찬(Wat Prathat Doi Prachan and Great Budda)도 가볼만하다. 사원에는 큰 불상이 있어 빅부다템플로 불린다. 태국 사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황금색이 아니라 청녹색 불상이 특별하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사원이지만, 일몰 풍경이 멋있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맑고 청량한 분위기의 째선국립공원
야외온천에서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날계란을 온천에 10분만 담그면 삶은 계란이 된다
빅부다템플
빅부다템플 맞은 편 사원에서 바라본 풍경
하루 이틀 동안 람빵의 외곽까지 둘러본 뒤에 특별한 계획 없이 시간을 보냈다.
짧은 여행이라면 느껴보지 못할 여유일 것이다. 시내 구석구석을 걷고 현지인들만 가는 맛집을 찾으며, 평온한 일상의 여행을 즐겼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모자와 선글라스, 물 한병을 챙겨 람빵 시내를 무작정 걸었다. 태국은 건기라도 한낮에는 햇빛이 강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른 아침에 산책을 마쳤다. 오후에는 호텔에서 쉬다 해가 지면 다시 저녁 산책을 즐겼다. 걷는 것이 조금 지겹다면 마차를 타볼 수도 있다. 람빵은 태국에서 유일하게 마차가 다니는 지역이라, 여행자를 위한 마차투어가 많다.
시내를 관통하는 왕 강(Wang river) 일대가 주 산책 코스였다. 왕 강 주변으로는 야시장과 식당들이 많다.
주말에 간다면 왕강 앞에 열리는 야시장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있다. 오후 5시가 되면 중고 옷과 신발들이 좌판에 가지런히 전시되고 꼬치, 튀김, 팟타이 같은 포장마차들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태국의 야시장은 비슷하면서도 지역별로 특별한 매력이 있는 듯하다. 람빵 야시장은 우리 나라 동묘랑 비슷하게 곳곳에 구제 옷 좌판이 많다. 특별히 살만한 옷도 없고, 이곳까지 와서 중고 옷을 살 이유도 없지만 자꾸만 구경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러다보면 야시장을 몇바퀴 걷게 되어 금새 출출해지는데, 그럴때면 야시장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사와서 강둑에 앉아 먹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고독한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활동이다'. 야시장 음식이야말로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도 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람빵은 태국에서 유일하게 마차가 다니는 지역이다
람빵 주말 야시장
야시장의 맛있는 음식들
해가 지는 왕강
한낮이라면 왕강 건너편에 있는 퐁사눅누아(Pong sanuk nua)사원도 가보면 좋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곳의 가장 큰 보물은 거대한 와불이다. 방콕의 왓포사원 못지 않은 대형 와불을 볼 수 있다.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여럿있지만, 나에게는 그 지역 박물관을 찾는 것이 그 매력 중 하나다.
국립박물관에 비해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세도 없는 작은 박물관이라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 살던 평범한 이들의 삶이 담긴 소박한 물건을 보는 재미는 소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그래서 소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그 지역의 박물관을 꼭 찾곤 했다.
람빵 시내에는 람빵 박물관이 있다. 노란색 건물이 인상적인 곳으로 람빵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꼼꼼하게 둘러봐도 한시간이면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다. 박물관에는 세라믹 도자기실이 있는데, 세라믹 도자기는 람빵의 특산품이다. 태국 현지인들도 세라믹 도자기를 사러 람빵에 올 정도다. 람빵의 세라믹 도자기에는 수탉이 그려져있는데, 수탉은 람빵의 상징이다.
수탉이 람빵의 상징이 된 데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에 석가모니 부처가 람빵에 올 예정이었는데 힌두교의 신 인드라는 사람들이 늦잠을 자서 부처님에게 시주를 못할까봐 걱정되어 하얀 수탉으로 변신해 사람들을 깨웠다고 한다. 신화는 역사적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신념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불교 성자를 맞이하는데 힌두교 신이 도와준 부분도 재밌지만, 수탉처럼 부지런히 살고자 하는 람빵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이 마음에 와닿는다.
람빵 박물관에서 10여분 떨어진 곳에 아목타워(Amok Tower)가 있다. 아목타워는 도시 안전을 책임지는 방어구축시설이다. 관리도 허술하고, 규모가 크지 않아 여행자들이 많이 찾지는 않지만, 고대 태국 북부 지방에서는 왕조간 끊임없이 전쟁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작은 유적지 또한 한번쯤 애정어린 눈길로 보게 된다.
오래된 친구처럼 평온하고 소박한 람빵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다음 목적지인 수코타이로 향했다.
람빵박물관
람빵의 상징인 수탉이 그려진 세라믹도자기
아목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