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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를 지나는 핑강 주변의 멋스러운 공간 탐방기
우리나라에 한강이 있다면, 치앙마이에는 핑강이 있다!
한강을 생각하며 핑강을 보게 된다면, 단박에 후회할 수 있다. 한강처럼 크지 않은 데다가 바닥에 있는 진흙이 물에 섞여 강물의 색도 그다지 예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여행 때 핑강을 보며 실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수수한 강이 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의 모습에 실망했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서서히 이곳이 가진 매력을 하나둘씩 알게 되었다.
핑강 주변에는 작은 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강을 따라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강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강에 불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이 강은 낮보다 밤에 더 흥미로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강의 야경이 한층 낭만적으로 보이는 가운데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끽하기 좋은 레스토랑이 계속 이어져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강을 따라 다양한 야시장과 상점들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이곳을 다시 보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이곳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지는 때는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축제인 러이끄라통이 진행될 때라고 한다. 핑강에 수많은 등불과 수상 장식물이 함께 해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역시, 사람들이 모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특히 이 주변에는 치앙마이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인정받는 재래시장인 와로롯 시장과 톤람야이 시장이 있다. 현재 치앙마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곳과 가까우니, 당연히 핑강 또한 인기를 많이 얻을 수 밖에 없겠다 싶었다.
우리로 치면 남대문 시장과 같다고 할 수 있는 시장에서는 현지 농산물, 의류, 옷감, 귀금속, 그릇, 기념품 등이 가득하다. 이렇게 다양한 물건들이 곳곳에 쌓여있는 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다가오고,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야시장까지 구경할 수 있다. 그야말로 치앙마이와 관련된 종합선물세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핑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창클란(Chang Klan) 지역은 나이트 바자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저녁마다 다양한 기념품, 의류, 가죽 제품,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노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은 치앙마이의 활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운영되는 야시장이기에 언제나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트 바자 옆에 자리 잡은 플온루디 야시장은 태국 전통 음식을 비롯하여 다양한 외국 요리, 길거리 음식 등과 더불어 다채로운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어 나이트 바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또한 창클란 지역에는 중저가 호텔부터 샹그릴라 치앙마이나 르 메르디앙 같은 고급 리조트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있으며, 다양한 레스토랑, 카페, 편집숍이 몰려 있다. 치앙마이에서 쇼핑이나 관광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리고 이곳만이 가진 감성을 느끼려면 핑강과 창클란은 꼭 들러야 하는 지역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첫 여행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래서 두 번째 여행에서도 이곳에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찾은 이곳에는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편집숍과 카페들이 생겨나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낡았지만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건물들을 찬찬히 둘러보면 개성이 차고 넘치는 소품들을 판매하는 곳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서, 신나게 탐방하는 시간을 누렸다. 행복했다.
섬세한 자수가 담긴 옷이나 소품이, 치앙마이 특유의 감성이 담긴 차분한 느낌의 물건들이 지갑을 열리게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손에 머물렀던 제품들이 다시 정갈한 모습으로 손님을 마주하는 모습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관광지라면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기념품도 있었겠지만,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이렇게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물건들이었다.
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눈길을 끌었다. 가까이 가 보니,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기념품 중 하나인 라탄 제품을 파는 곳이었다. 거리의 표지판과 함께 하는 라탄 가게의 모습은 정감 있는 재래시장 풍경 그 자체였다. '치앙마이스럽다'란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기반으로 사람의 정성이 담겨 만들어진 물건들이 각자 수수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집에 가면 쓸모없는 쓰레기가 될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제품들이 뿜어내는 매력에 못 이겨 구경하며 감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얼마간 고심 끝에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물건이 손에 들렸다. 치앙마이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물건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여행을 오게 되는 것 같지만.
굳이 쇼핑을 하지 않아도, 이곳은 거리 자체가 여유롭고 멋스럽다. 심지어 카페의 풍경도 여느 동남아의 도시와 다른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왠지 무질서하고 지저분해 보이지만, 그저 지나칠 수 없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식물들과 함께 하는 건물들의 벽에는 현지 젊은이들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스티커, 그림, 포스터들이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곳들은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거리 어느 곳에 가더라도 여유롭고, 멋스럽고, 아기자기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활기차고 젊은 분위기가 풍겨 나와 자꾸 사진을 찍게 만든다. 치앙마이를 누비며 사진을 꽤 많이 찍었지만, 이 지역에서 찍은 사진의 수가 다른 곳보다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많았다. 그렇게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버릴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좋았다.
벽화가 있는 사진은 벽화가 자체가 인상적이면서도 주위와 잘 어울려서 예뻤고, 식물로 둘러싸인 건물을 찍은 사진에서는 싱그러움과 태국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시장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골목을 찍은 사진은 보기만 해도 현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절로 들려 나오는 듯했다. 역시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었다.
또다시 찾아간 핑강과 창클란 지역은 우리에게 치앙마이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적당히 여유롭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올드타운이나 님만해민도 좋았지만, 왠지 이 지역에 끌리는 이유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살아 숨 쉬기 때문인 듯하다. 만약 다시 치앙마이를 간다면, 이곳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