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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이전에 모네에 대해서 모네가 모네라고 말할 만큼 정말 미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진짜 없는 편이었다. 차라리 이집트와 페르시아 등 고대 문화유적이 더 익숙하고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미술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사실 오르세는 두번을 가게 되었지만 미술관과 박물관을 구별해서 말하지 않을 정도로 미술에는 어색한 사람의 두번째 방문이었다.
참고로 오르세를 갔을 때 루브르를 보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뮤지엄 패스 일정에 맞춰 겨우겨우 생색내기로 첫 방문을 했었다. 그래서 특유의 건물 모습과 회랑 그리고 그 앞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공연이 더 기억에 남는 오르세 미술관이었다. 그래서 놀랍게도 오르세에 빈센트 반 고흐, 크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고갱, 폴 세잔 등 정말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 첫 방문 당시 놀랍게도 이 대단한 미술관에서 조각만 보고 온 사람이 나였다.
다행이 두번째 방문은 그래도 나보다는 미술에 대해 아는 아내와 함께 하게 되었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미술 작품들을 즐겨보기로 했다. 역사도 작가도 모른다면 나처럼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일단 오르세 미술관이라고 해서 막 어렵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말자. 가볍게 멋진 분위기가 있는 레스토랑에 밥을 먹으러 가는 마음으로 간다면 한결 편해질 것이다. 처음에는 샹들리에가 멋지게 있는 내부의 식당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사람이 많고 운영 시간이 달랐는지 다른 층의 식당으로 가게 되었다. 물론, 원래의 기차역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오르세 미술관은 시계가 있는 원형 창문이 유명한데 그 바로 앞에 식당이 한 곳에 있기 때문에 유명한 곳이긴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맛은 기대치 말자.
이 오르세 미술관의 식당은 마치 터미널 앞 맛없는 식당인데 유일한 식당이라 사람이 붐비는 것과도 같은 곳이다. 맛에 대한 기대는 하지 말고 이곳에서 먹었다는 기억만을 가지길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었다. 참고로, 옆에 계시던 부부도 최악의 맛과 서비스라는 칭찬(?)을 했었다.
원래 가려던 식당
저 특유의 시계 창문 때문에 더 사람이 많지만 썩 서비스도 맛도 없던 식당
이 식당 주변으로 이제 대단한 작가들의 작품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나같은 문외한도 아는 이름이 빈센트 반 고흐였고, 그러한 고흐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 오르세 미술관이다. 그 고흐의 명성만큼이나 통로나 그림 앞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루브르는 그래도 넓은 회랑의 형태라 공간이 넓기라도 했지 오르세는 은근히 좁은 공간에 작품이 많아서 그림을 보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일단 그림을 모르면 그냥 보자. 어차피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 앞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그 유명한 고희 방 작품이다. 보통은 동선을 짜고 원하는 작품을 보지만 그냥 작가가 있는 방을 찾아왓다보니 예상치 못한 작품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고흐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단언컨데 가장 유명한건 역시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고흐 특유의 색감 중에서도 푸른 빛과 별 빛을 묘사한 이 그림은 나도 정말 감탄할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이렇게 작은 그림인줄은 생각도 못했다. 요즘 같이 디지털로 작품들을 잘 볼 수 있음에도 이렇게 실제로 보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차이와 현실을 마주하기 위헤서가 아닐까 싶다. 마치 루브르의 모나리자처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고흐의 작품에서 발걸음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사람이 많다보니 막상 중앙에서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에는 사실 이름은 알아도 작품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게 뭐라고? 라는 식의 질문을 하다가 감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혼자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관심을 가진 화가는 폴 시냑이었다. 일단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림 자체에 집중을 했다.
일단 색감이 눈에 들어왔다. 색 참예쁘게 쓴다는 마인드 넘어 그림의 화법이 특이했다. 모자이크는 아닌 것이 붓 터치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그림이라고 해야할까? 궁금해서 당시에 검색해본결과 점묘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점묘법이란 붓의 끝이나 브러시 등으로 찍은 다양한 색의 작은점을 이용하여 시각적 혼색을 만드는 기법으로 인상파 화가들이 작품에 사용한 방법이라고 한다.
여기서 실제로 와서 보는 것의 장점이 드러났다. 거기다 나같이 문외한도 감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렇게 미세한 붓터치가 어떻게 하나하나가 모여 그림이 된지 실감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얼굴을 조금 들이대고 하나한 붓의 질감마저 느낄 수 있는 엄청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미술관이었다.
새로운 그림이 신기했고, 마침 같은 시대별로 작가들을 묶은 전시관이다보니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등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담긴 그림들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폴 시냑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이 작은 붓터치 몇개로 그림에서 작은 부분에서 사람을 나타내는 등 놀라움을 계속해서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시냑 이후에는 지난번 오랑주리에서 수련을 그렸던 모네의 작품들 중 정원 시리즈? 나는 잘 모르지만 유명한 그림들이 등장했고, 왠지 미술책에서 봤던 그러한 그림들이 하나 둘 펼쳐지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드가 들어봤지 르누아르 유명해? 이런식의 반응이었지만 그 그림이 주는 존재감 하나 만큼은 남달랐다. 그래서 남다름을 느끼고 그들의 그림 스타일이 내 눈에 익어가는 순간 다시금 또 미술관을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역시 문외한으로서 즐기는 맛도 있지만 아는 작품을 실제로 보는 감동과 즐거움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아내는 반가워하는 그림이 많았고,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괜히 나도 그 옆에서 오 유명한거냐는 반응과 함께 괜히 사진을 찍었다.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기쁨을 챙겨가는 게 미술관 여행이 아닌가 싶다. 물론, 거장은 거장인 게 괜히 그림이 대단해보여서 기웃기웃 거리면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과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그림이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이 오르세 미술관도 보고자한다면 하루종일 있을만한 곳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밑에는 조각과 모네의 작품 등 보고자 한다면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이 있는 곳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미술작품에 관심이 없어도 둘러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이러한 장소에서 분위기만으로도 뭔가 새로운 게 있기 때문에 단순 미술 작품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오르세 미술관 앞에는 버스킹도 자주 있으니 이 분위기 또한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