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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의 활기찬 생활을 둘러볼 수 있는 번화가 탐방
브리즈번 각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감성
세계 어디를 여행하든 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한 번쯤 들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지 사람들의 생활상을 가장 가까이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마다 지역의 번화가가 어딘지 확인하고, 최대한 그곳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는 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삼았다.
브리즈번에서도 이런 우리의 루틴이 유지되었고, 그래서 브리즈번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간다는 퀸스트리트몰(Queen Street Mall) 주변에 있는 호텔에 묵게 되었다. 길지 않은 여행 일정이라서 결정한 일인데, 지금 생각해도 가장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리즈번의 최대 번화가에서는 해가 쨍하게 뜨는 낮부터 노을이 지고 어두워지는 밤까지, 거리 곳곳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다양한 나라의 언어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런데도 어딘가 모르게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아무리 사람이 많더라도 서울이나 뉴욕과 같은 번잡함이 이곳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우리도 브리즈번의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왠지 모르겠지만, 브리즈번에서는 길을 걸으면서 사람과 거리의 풍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브리즈번 자체가 크지 않기에 걸으면서 관광명소를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퀸스트리트몰의 중심이 되는 마이어 센터(Myer Centre)에서 쇼핑과 먹거리를 즐기다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리즈번 아케이드(Brisbane Arcade)에서 로컬 분위기를 만끽했다. 고급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퀸스 플라자(Queens Plaza)에서는 우아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호주를 여행하면 반드시 찾게 된다는 현지 대형 마트인 콜스(Coles)나 편의점인 이지마트(Ezy Mart)도 구경할 만한 것들이 가득 있었다. 우리와 다른 생활 방식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었다. 이렇게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브리즈번 강을 마주하게 되고, 사우스 뱅크로 향하게 된다. 다양한 즐거움이 끝도 없이 이어지니 자연스럽게 평소보다 많이 걸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지친다 싶으면 쇼핑몰에 있는 식당이나 카페로 향하면 되었다. 골목의 풍경을 낭만 있게 만들어주는 푸드 트럭도 우리에게 넉넉한 휴식을 선사했다.
퀸스트리트몰 옆 골목인 엘리자베스 스트리트(Elizabeth St)에는 코리아 타운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음식점이 있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빙수도, 치킨도, 부대찌개도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곳은 한식 러버인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을 선사했다. 이 밖에도 브리즈번 최대 번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끝도 없다.
여기서 더욱 행복했던 것은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했다는 점이었다. 여행을 오기 전에 호주에 있었던 각종 사건 사고 정보를 접했던 우리에게, 브리즈번에 있는 번화가의 풍경은 안정감을 주기 충분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서 매일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고,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여행하는 내내 번화가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매일 풍경이 달라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우리가 브리즈번을 여행했던 시기가 크리스마스와 가까워서인지, 거리 공연 또한 풍성하게 느껴졌다. 거리 한 편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우렁차게 들리길래 가봤더니,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 겸 댄스팀이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귀여움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공연에 사람들은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게 다가와, 한참 동안 함께 구경했다.
이들의 공연은 번화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브리즈번 시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청 건물에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는 라이트 쇼가 진행되고, 커다란 트리가 있는 가운데 아이들은 환하게 빛을 밝히며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선사하는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공연을 관람하는 모든 이들이 아이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배경 음악으로 흐르는 노래를 합창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호주 사람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브리즈번 시청 또한 퀸스트리트몰과 더불어 관광객들이 필수로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앞에는 넓게 펼쳐진 광장이 자리 잡고 있어 대규모 행사 및 축제가 자주 열린다. 우리가 본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공연도 이런 배경으로 진행된 듯 보였다. 건물의 고풍스러움과 거리의 자유로움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울 시청도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930년 완공된 브리즈번 시청은 그 당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98만 파운드를 들여 지어졌다. 그래서인지 현재까지도 브리즈번 시를 대표하며, 도시의 위엄을 자랑하는 건물로 우뚝 서 있다. 건물 3층에는 도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모습을 둘러볼 수 있는 브리즈번 박물관이 있으며, 15분 단위로 진행되는 투어가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건물의 가장 높은 부분을 담당하는 시계탑은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종탑을 모티브로 하여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퀸스트리트몰과 브리즈번 시청, 사우스 뱅크는 오랜 시간 동안 브리즈번을 대표하는 번화가들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많았고,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어 우리의 발걸음은 현재 '브리즈번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제임스 스트리트로 이어졌다.
도심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폴티튜드 밸리(Fortitude Valley)를 관통하고 있는 이 거리는 1860년부터 도심 속 와이너리로 운영되며 오랫동안 브리즈번에서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와이너리들은 각각 호주 전역에서 수확되는 포도를 활용하여 자체적으로 블렌딩한 와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와이너리 창고로 활용되던 곳에 트렌디한 바람이 불어들면서,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거리에 들어왔으며, 그와 더불어 현지 디자이너들이 쇼룸을 열어 자신들의 개성을 뽐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덕분에 제임스 스트리트는 디자인과 쇼핑을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는 힙한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얻고 있었다. 단정하게 정돈된 거리에 길게 늘어선 100여 개의 매장과 싱그러운 식물들, 그리고 앤티크한 분위기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곳의 정점은 우아한 디자인으로 소문난 '더 칼라일 호텔'이다. 이 호텔은 거리의 중반쯤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눈길을 끄는 외부는 물론이고 실내까지 일관되게 세련된 분위기와 고급스러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브리즈번에서 우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 전 세계의 힙스터들이 찾아드는 호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브리즈번에서 가장 힙한 곳으로 꼽히는 거리를 대표하는 공간에서 즐기는 여유로움은 그 누구라도 참기 힘들듯 보였다.
이곳을 단지 쇼핑만 즐기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랫동안 와이너리가 운영된 만큼, 개성 넘치는 와인 바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힙이곳에 있는 와인 바들은 유명세를 증명하듯 이른 저녁부터 사람들이 붐볐다. 각 바마다 정성 들여 꾸민 호주 현지인들이 각자의 행복을 축하하며 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또한 흥미로운 거리 구경을 마치고 와인 바에서 저녁과 와인을 즐기며 여행 일정을 마무리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