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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의 남쪽을 여행하면서 두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피츠 보에다. 피츠 보에(piz boe)다. 피츠보에는 트렌티노 지역의 가장 높은 산 중 하나로 셀라 산군에 속해 있는 봉우리다. 해발고도는 약 3,152미터로 고산이 별로 없는 돌로미티에서는 가장 높은 산 중 하나이자 셀라 산군 자체에서는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피츠 보에는 돌로미티의 뾰족뾰족한 산들 중에서도 독특한 모습과 지대를 보여주고 있어 기억에 오래 남는 곳이니 꼭 가보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머물고 있던 카나제이의 마르몰라다 캠핑장의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타고 사소 포르도이(sasso pordoi)라는 고갯길로 갈 수 있다. 이 사소 포르도이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데 높은 고개를 올라가는 만큼 엄청난 지그재그의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걸 볼 수 있다.
유명한 드라이브 고개 답게 차만 지나는 게 아니라 내가 타고 온 버스를 비롯해 단체 버스와 오토바이 여행자들을 더불어 심지어 자전거 여행자까지 도로에 가득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그재그의 길 자체가 조금은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렌터카를 빌린 나로서는 차를 운전해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안전과 주차의 문제를 바탕으로 대중교통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표지판을 보아하니 이 파쏘 포르도이가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꽤나 의미가 있는 곳인가 싶었다.
이 사쏘 포르도이까지 왔다면 이제 피츠 보에를 가는 법이 나뉜다. 첫번째로는 역시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 바로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쏘 포르도이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면 몇 분만에 2,239미터의 사쏘 포르도이에서 전망대인 2,950미터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만약 이 루트를 걸어서 올라간다면 루트가 조금 달라지지낟. 마냥 보기엔 길이 없을 것 같지만 다행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고, 약 3시간을 넘게 소요한다면 그 위의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되는 편이고, 올라가서도 또 다시 걸어야하기 떄문에 굳이 올라가는 것을 비추천하게 된다.
사쏘 포르도이에서의 케이블카 탑승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만나는 풍경은 놀랍기 그지 없다. 먼저 생각보다 높아서 도착한 전망대만으로도 굉장히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거대한 산군인 셀라 산군은 멀리서 보면 약간 평평한 지대가 보이는 밥그릇을 뒤엎은 느낌의 산이었고, 그래서인지 마치 바위로 가득한 고원지대에 도착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를 다르게 설명하자면 조금은 진불하지만 마치 지구가 아닌 화성 아니 달에 서 있는 느낌을 선사하기까지 했다.
체력적 한계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전망대만 와도 충분히 좋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이곳에서 커피 혹은 맥주 한잔만 해도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전망대에서 저 멀리 산봉우리가 하나보이고, 그 위 한 산장이 보인다. 저곳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인 피츠 보에(piz boe)다.
풀 한포기가 없는 산. 돌로미티 특유의 백운석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코스가 이 피츠 보에 트레킹이 아닐까 싶다. 길은 전반적으로 평평한 지대를 지나게 되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장을 올라가자니 마지막에 엄청 치공고 올라갈게 뻔해 보였다. 이 루트에서는 처음 전망대, 두번째 중간 지점 그리고 정상에 산장이 하나씩 있고, 내려오는 길에 따라서 하나를 더 보거나 또 다른 길로 이어갈 수 있는 코스가 있었다.
우리의 경우엔 사소 포르도이 - 피츠 보에 - 다른 길로 내려가서 다시 원점 회귀 - 사소 포르도이 루트를 정했다. 원래의 피츠 보에 루트가 마지막에 정상을 치고 올라간 길을 되돌아 올 수도 있지만 뒤로 내려간 다음에 다시 산장을 만나 옆으로 되돌아 오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유는 이왕이면 다른길과 풍경을 보기 위해서 였다.
중간의 한 구간에서 엄청난 지그재그의 길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길을 바탕으로 오르거나 내려가는 하이커를 볼 수 있었다.
온통 새햐안 백운석으로 가득한 장소. 마치 달에 온 느낌을 선사하는 곳이다. 길도 넓고 평평한 게 걷는 데 큰 부담이 없을 정도였다.
피츠 보에에서 보이는 마르몰라다. 돌로미티 지역의 최고봉으로 여름에도 눈이 존재하는 유일한 산이라고 볼 수 있다.
평평한 길이 점점 고도를 올리기 시작하는 순간 이 넓은 길이 좁게 줄어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인 피츠 보에 정상을 향하는 걸 볼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이 가팔랐고, 철제 와이어로 연결된 줄을 잡고 올라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파른 경사 덕에 사람들은 쉬어가기도 하고, 그러한 길이 왕복으로 오가기 때문에 사람도 꽤나 뒤엉키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럴 때 주변을 둘러보면 그래도 좋은 풍경이 나왔기 때문에 지루함 없이 기다림과 트레킹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정상.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정상에는 각자 먹거리를 가지고 돌로미티 산군의 멋진 풍경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우리 또한 이곳에서 가볍게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 먹거리를 사왔고, 부족한 술(?)은 이 정상 바로 옆의 산장에서 주문이 가능했다.
정상이지만 정상보다는 꼭대기 전망대 같았던 피츠 보에
가져온 간식이 고도 차이로 인해 빵빵해진 걸 볼 수 있다.
한국에는 점점 술을 금지하고 쫓아내는 추세가 있지만, 외국의 많은 트레킹 지역에서는 술을 판매하고 있다. 사설 산장이라 그런 것 아니냐며 되물을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 나라는 애초에 사설 산장이 없으며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네팔도 돌로미티도 모두 술을 판매학 있다. 결국 술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일은 개인의 문제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해외 트레킹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면 한국은 문화적으로 너무 제한된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
맥주 1리터와 지역 술인 봄바르디노를 주문했다.
피츠 보에는 돌로미티의 다양한 산군중에서 셀라 산군이 가진 가장 높은 산이자 랜드마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지는 돌로미티 여행에서 어딜 가도 보이는 산이기도 했고, 뾰족한 산으로 가득한 와중에 평평한 게 더더욱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산은 다른 곳과 다르게 가장 높은 정상도 쉽게 갔던 만큼 돌로미티의 여행지 중에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곳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