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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기다려지는 벚꽃 나들이!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꽃과 함께 한 아름다운 시간들
꽃이 피는 시기에 떠나는 봄나들이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상하게도 해가 바뀔 때마다 또다시 기다려지곤 한다. 올해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꽃이 피는 시기가 예정보다 늦어져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자 그런 불안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점차 따뜻해지는 바람을 타고 마치 팝콘이 터지듯 꽃들이 피어나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환하게 밝혔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작년에 큰 감동을 받았던 장소가 떠올랐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울대공원'이었다. 추억의 코끼리 열차가 달리는 풍경 속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함박웃음을 짓던 장면은 아직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기억을 다시 느끼고 싶어 올해도 그곳을 찾았다.
날이 풀리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다소 높아졌지만, 대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모두 밝았다. 서울대공원역부터 멋을 낸 커플들과 환하게 웃는 가족들이 가득했다. 그 모습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입구에서 얼마 걷지 않으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무마다 소담하게 피어난 벚꽃은 저녁 햇살에 물들어, 아스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한적함이 느껴지는 연못과 봄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벚꽃의 풍경은 작년에 봤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으로는 왠지 모르게 시들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풍경은 예전과 다를 게 없는데, 왜 예전만큼 설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치던 순간, 며칠 전에 석촌호수를 다녀왔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석촌호수는 여의도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봄꽃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호수를 따라 늘어선 벚나무들은 해마다 화사한 풍경을 만들어내며 많은 이들을 끌어모은다. 이런 풍경을 기념하기 위해 벚꽃축제가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는 '아름다운 봄, 벚꽃이야기 호수벚꽃축제'라는 이름으로 4월 2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었다. 송파구립합창단, 실버악단, 소년소녀합창단 등 다양한 그룹들의 무대를 비롯해 여러 가수들의 공연과 콘서트가 펼쳐졌다. 여기에 프리마켓과 체험 부스, 푸드트럭까지 마련되어 벚꽃을 즐기러 온 이들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다소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지만 축제다워서 좋았다.
롯데월드타워에서는 '2025 스프링 인 잠실' 행사가 진행되어 봄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월드파크에는 유럽풍 정원과 온실이 설치되었으며 다양한 봄꽃이 이곳을 가득 채워 싱그러움을 느끼게 했다. 꽃의 이름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자세한 정보가 함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50여 개의 빈백으로 구성된 피크닉존에는 사람이 모여들면서 활기를 느끼게 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기의 공기가 따스하게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축제와 행사 덕분에 마음이 한껏 들떴다.
석촌호수의 벚꽃과 봄 축제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기에, 나 역시 기대감을 안고 방문했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인 만큼 가장 염려한 건 '안전'이었다. 그래서 조심조심 이동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다행히도 진행 요원들이 끊임없이 안내 방송을 하며 일방통행을 유도해 주고 있어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정체되는 상황을 잘 피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벚꽃을 침착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안내 방송에 따라 얌전히 이동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외국 관광객들이 많은 것도 놀라웠다. 우리 못지않게, 아니 훨씬 더 열심히 꾸미고 온 듯한 관광객들은 사람들의 물결에 따라 얌전히 이동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야무지게 기념사진도 남기고 있었다. 이쯤 되면 한국어를 알아듣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한국어를 모른다면, 석촌호수의 행사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저 그 모습이 신기해서 벚꽃만큼이나 바라보게 되었다.
이름난 벚꽃 명소에 온 만큼, 몇 시간만 꽃구경을 하고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최대한 오래 머물며 이 순간을 만끽하고자 했다. 덕분에 낮과 밤, 석촌호수의 벚꽃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매력을 모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낮에는 파란 하늘 아래 만개한 벚꽃과, 그 아래 푸르게 빛나는 석촌호수가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롯데월드의 모습이 더해져 마치 동화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꼽자면, 석촌호수의 벚꽃은 밤에 더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롯데월드타워와 몰 단지부터 석촌호수로 이어지는 길에는 벚꽃을 모티브로 한 분홍빛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해가 지면 하얀 벚꽃이 은은한 핑크빛으로 물든다. 벚꽃잎은 본래 하얀색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홍빛 조명 덕분에 봄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한층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 쇼에서는 벚꽃이 흩날리는 영상이 연출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고, 봄의 한가운데에 온전히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야말로, 모든 세상이 핑크빛이었다.
단 며칠 동안 이루어지는 꿈같은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나무들은 초록색의 옷을 입고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짧은 봄만큼이나 벚꽃이 피는 기간은 서운할 정도로 짧다. 그래서 우리는 그 짧은 순간을 기다리고, 그만큼 더 소중히 여기며 온 마음을 다해 만끽하려 애쓰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벚꽃 나들이는 몇 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깊은 여운을 안겨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