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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가장 다양한 종의 야생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곳!
시드니에서 꼭 가봐야 할 동물원은 바로 여기!
호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바로 ‘동물원’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오직 호주에만 서식하는 동물들이 유독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첫 여행지였던 브리즈번에서 동물원을 다녀온 이후에 느꼈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래서 다들 호주에 오는구나!라고 감탄할 만큼, 무척 감동했었다.
이런 감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두 번째 여행지인 시드니에서도 동물원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호주에서 가장 큰 대도시인 만큼, 시드니에서는 브리즈번 못지않게 다양한 동물원이 있었다. 그중에서 도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케이블카 리프트와 더불어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배경으로 동물을 구경할 수 있는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 Sydney)', 시드니에서 가장 큰 수족관으로 동물원 및 마담 투소 박물관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씨 라이프 수족관(SEA LIFE Sydney Aquarium)',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호주 동물 보유지로 알려진 '페더데일 야생동물 공원(Featherdale Wildlife Park)'이 대표적이었다.
각 동물원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특징이 뚜렷했기에, 어느 곳을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적인 기준이 된 건 바로 '어떤 동물을 볼 수 있는가'였다.
조류, 파충류, 포유류 등 250종의 1,700여 마리 야생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페더데일 동물원에서는 호주 서부 지역에서만 산다는 '쿼카(Quokka)'를 볼 수 있었다. '쿠아카왈라비'로도 불리는 이 캥거루과 동물은 개체 수가 적어서 보기도 힘들지만 만지기만 해도 벌금이 물릴 정도로 보호받고 있는 동물이다. 그런 존재를 동부 지역인 시드니에서도 볼 수 있다니! 이보다 특별한 기회는 없었다. 우리는 주저 없이 페더데일로 향하기로 했다.
1972년 농장이었던 곳을 개조해 개관했다는 점도 다른 동물원과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또한 '야생동물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야생동물과 관련된 연구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동물 보호 및 치료를 통해 야생 동물을 보존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브리즈번에서 들렀던 론 파인 코알라 보호 구역처럼, 호주 사람들의 동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이 동물원은 동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도 낮았다. 그래서 동물들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었고, 만져볼 수도 있었다. 이런 교감을 통해 동물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걸 느꼈다.
다만, 시드니 도심에서 꽤 먼 곳에 있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었던 기차가 갑자기 파업을 하는 바람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버스를 찾느라 한바탕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세 번이나 버스를 갈아탄 끝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피곤이 몰려와 그저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동물원에 들어서자마자 그런 피로가 싹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인터넷을 보고 상상하기만 했던 동물들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곳에서 브리즈번에서 아쉽게도 보지 못했던 웜뱃(Wombat)을 '영접'할 수 있었다. 호기심에 살짝 만져보니, 생각보다 털이 거칠었다. 깜짝 놀란 마음에 확인차 여러 차례 만져봤지만, 아무리 만져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느긋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왠지 매료되었고, 웜뱃 또한 코알라 못지않은 매력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인 캥거루는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단연 인기였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캥거루를 만져보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그런 소란 속에서도 캥거루는 느긋하게 사료를 먹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묘한 친근함을 느끼게 했다. 주변의 관심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가 어쩐지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캥거루보다 몸집이 작은 왈라비(Wallaby)들도 동물원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중 얼룩무늬 꼬리를 가진 한 왈라비가 조용히 다가와 나의 냄새를 맡기도 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야생 동물이 먼저 다가와 준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여운을 나눴던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 동물원은 조류의 종류도 유난히 다양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저어새를 비롯해, 깃털 무늬가 마치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작은 새들도 인상적이었다. 인형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 새를 한참 바라보기도 했고, 마치 유령처럼 서 있던 이름 모를 커다란 새는 묘한 공포를 자아냈다. 눈을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아 오싹했던 펠리컨도 기억에 남는다. 자포자기한 듯 앉아서 바닥만 쳐다보던 화식조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무리 지어 다니던 조그만 펭귄들도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가는 대로 움직이며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모습이 마치 아기 같았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니며 펭귄 무리와 교감을 나눴다. 이어서 사람이 웃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쿠카부라와 호주를 대표하는 에뮤를 마주했다. 그때의 느낌은 뭐라 형용하기 힘들었다. 마치, 연예인을 직접 보는 기분이었달까.
브리즈번에서 봤던 코알라들은 대부분 잠에 빠져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깨어서 활동하는 코알라를 볼 수 있었다. 호주에 있는 여느 동물원처럼 이곳에서도 코알라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패키지가 운영되고 있었고, 우연히 촬영을 위해 코알라가 자리를 옮기고 있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여느 때라면 잠에 취했을 코알라가 이때는 깨어있었다. 그리고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며 나무를 꼭 붙들고 버텼다. 직원이 살살 등을 쓰다듬으며 달래보았지만, 코알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나무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코알라의 심통난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 작은 해프닝은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코알라도 일하기 싫을 수 있겠구나'라는 공감이 들게 했다.
페더데일 동물원은 입장하면 이곳에 있는 동물들을 모두 둘러볼 수 있도록 '패스포트'를 나눠준다. 동물원을 돌아다니며 패스포트에 각 동물의 스탬프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도 이곳만의 특별한 재미였다. 그 덕분에 더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총 8개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 과정에서 만난 동물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인 '딩고(Dingo)'였다. 호주에서 가장 큰 육식성 포유류지만, 겉모습은 마치 커다란 강아지 같았다. 사육사가 우리에 다가가 문을 열기도 전부터 꼬리를 살랑거리던 녀석들은 사육사가 안을 청소하는 내내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렸다. 야생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 쿼카를 봤다! 생각보다 더 작고 더 꼼지락대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로 불리며 유명해진 웃는 얼굴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뛰었다. 바로 이 조그마한 동물을 보겠다고 내가 2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다. 여정 내내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이어 말로 다 할 수 없는 행복감이 몰려왔다. 이게 뭐라고 내가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까. 신기했다.
브리즈번과 마찬가지로 시드니 동물원에서 경험했던 시간은 기대 이상으로 깊고 따뜻했다. 동물들과 가까이에서 눈을 맞추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며 관찰하던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쿼카의 작고 소중한 눈빛, 웜뱃의 느긋한 몸짓, 딩고의 애교 가득한 행동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에 작은 풍경처럼 자리 잡았다. 이 따뜻한 기억들은 마음 한켠에 남아 나를 오래도록 웃게 만들 듯싶다.